[편집실에서] 권력은 마약과 같은 것

권력은 마약과도 같다. 한번 그 길에 발을 들여 놓으면 좀처럼 빠져 나가기가 힘들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중독돼 그 속에 점점 더 빠져든다.

요즘 정치판을 들여 다 보면 유난히 ‘대권 중독증’ 환자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민주당 7용을 비롯해 한나라당, 자민련 등 정당쪽 후보만 대충 헤아려도 10명이 넘는다.

여기에 신당 창당으로 나올 인물과 무소속을 뛰는 후보까지 치면 족히 20명은 될 듯 싶다. 이제 정치 원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에 입문한 지 채 5~6년도 안된 소위 ‘정치 초년병’들까지 너도나도 대선 후보를 자처하고 있다. 이중에는 심지어 정치적 경력이 전무한 사람도 있다.

이런 ‘대권병’은 한편으론 우리 사회가 그만큼 민주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 군사정권 시절 같으면 독재자의 낙점을 받지 못한 사람이 감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설 수 있었겠는가?

문제는 요즘 대권병 환자 중 중에는 상당수가 자신을 대통령감으로 ‘착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이중 일부는 진짜 대권 도전보다 ‘일단 정치적 위상을 끌려 올려 놓고 보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선 ‘큰 물에서 놀아야’ 정치적으로 얻을 것이 더 많다는 계산 때문이다.

하지만 ‘대권병’은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것은 물론,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가중 시킬 위험이 높다.

대통령은 한 나라를 대표하고 국사를 책임지는 최고 통치자다. 뛰어난 행정력과 경제ㆍ외교적인 식견을 갖추고 있으면 금상첨화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믿고 존경할 수 있는 덕망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행정, 경제, 외교 같은 실무는 유능한 관료나 보좌진을 두면 된다.

실제로 요즘 중년 유권자들 사이에서 ‘정치가 너무 가볍다’는 말을 자주한다. 우리 정치계에 너무 많은 ‘대권병’ 환자들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성숙한’ 정치가 ‘3김으로의 회기’ 같은 과거로의 퇴행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비전과 소신, 경륜이 쌓여 있고, 국가를 대표할만한 인격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 대선 후보가 되야 한다. 개인의 착각이든 정치적 전략이든 대권을 개인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선 안 된다. 예로부터 ‘한 나라의 왕은 하늘이 내린다’고 했다. 아참! 대통령 선거에 단골로 입후보하는 진복기씨가 이번에도 출마할 지 궁금하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3/12 13:38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