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공은 검찰에…

“특검 때문에 살맛 난다.” 요즘 시중에 떠도는 말이다.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출범한 차정일 특별검사 팀이 3월25일로 수사를 종결한다. 차 특검팀은 3개월여라는 짧은 기간에 엄청난 성과를 올렸다.

차 특검팀이 출범할 때 만해도 주위에서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차 특검팀은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의 동생인 승환씨를 비롯해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동교동의 ‘영원한 집사’ 이수동 전 아태재단 이사 등을 구속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말 그대로 권력형 비리를 샅샅이 밝혀낸 것이다. 차 특검은 출범 때 기자회견에서 “정도와 순리에 따라, 혐의가 있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사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 약속을 지킨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차 특검을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성격과 일 만큼은 틀림없이 해내는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특검의 활약이 계속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앞으로 특검이 만병 통치약이 되겠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수 수사의 본산(本山)인 대검 중수부가 파헤치지 못한 것을 차 특검팀은 고구마 줄기 캐듯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차 특검팀은 현재 수사 영역을 넘는 의혹들도 규명하고 있다. 특검의 성공은 그러나 특별한 수사 기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데서 비롯됐다.

검찰 수사라인의 고위 간부들이 비리와 의혹의 대상인 인물들과 밀접한 관계라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수사할 수 있었겠느냐는 평검사들의 탄식에 일리가 있다. ‘차돌’이라는 별명을 듣고 있는 차 특검도 “내외의 찬사가 부담스러우며 특검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즉 검찰이 본연의 자세를 찾기만 하면 권력형 비리 등을 수사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명재 현 총장체제가 과연 ‘의지’를 갖고 특검 보다 강력하게 수사할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서는 특검의 수사기간과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민주당에서는 더 이상 나올 의혹도 없으며 특검제가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 지는 판단키 어려우나 자명한 사실 중 하나는 검찰이 바로 서야만 한다는 점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차 특검에 대한 찬사가 검찰에는 부담이 되지만 검찰은 이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공정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아야 할 때다.

이장훈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3/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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