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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선거, 돈 정치] 정치자금은 '權部'로 통한다?

자금창구로 알려진 권노갑 전 최권위원

‘권노갑’ 이름 석자는 곧바로 정치자금을 연상하게 만든다. 그 만큼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정치자금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인식돼 있다.

왜 일까. 먼저 그가 야당 때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대리인으로서 동교동계의 정치자금 조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이 거론된다. 권 전 위원 스스로도 이 부분을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석에서는 당시의 경험을 소개하며 자신이 치부를 위해 돈을 모으지 않았음을 강조하곤 한다.


야당시절부터 다양한 경로로 조달

그가 밝혔던 야당시절 정치자금 모금 일화 한 토막.

“1990년대 초 평민당 시절이었다. 당시 추석이 얼마 남지 않을 때였다. 김대중 당시 총재가 나를 갑자기 부르더니 ‘추석이 곧 닥쳐 오는데 소속 의원들에게 지구당활동 지원금은 줘야 하지 않겠느냐. 자네가 한 번 마련해 보게’라고 말했다. 좀 난감했다. 의원 한 사람 당 백만원이라도 주려면 몇 억은 구해야 하는데 갑자기 어디서 그것을 조달할 지 고민이었다.

그런데 당시 국회 건설위에 소속돼 있던 우리 당 의원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는 ‘사람 좋은 건설회사 대표 한 분이 우리 당이 어렵다는 걸 알고 도와주겠다고 한다. 내가 돈을 받았는데 몇 억원 된다. 드릴 테니까 당비로 쓰시라’ 고 해 ‘잘 됐다. 마침 당에서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를 달라’고 해 전액을 당에 갔다 줬다. 당에서는 그 돈을 추석 떡값으로 의원들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기 그 돈이 한보 건설 정태수씨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의원은 한보에게서 받은 돈 때문에 뒤에 수서 비리에 연루돼 감옥에 갔다. 그 의원은 나를 통해 당에 낸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한보로부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서 사건이 터지고 나서 정말 뜨끔했다. 내가 만일 그 돈을 받아 내 주머니에 넣은 게 한 푼이라도 있었다면 나도 감옥에 갔었을 것이다. 다행히 전부 당에서 쓴 게 당국 수사에서 확인돼 나는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권 전 위원이 사석에서 소개했던 또 다른 정치자금 조달 얘기. “김 대통령이 1992년 대선에서 낙선한 뒤에 민주당에서 최고위원 경선이 있었다. 나도 동교동계 대표로 경선에 나가게 됐다. 당연히 선거 자금이 필요했다.

당시엔 당내 경선에서 조직 관리비를 상당히 많이 쓰던 때였다. 돈을 마련한다고 해도 항상 쪼들렸다. 거의 매일 지방에 내려가 지구당을 방문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대학(동국대) 선배인 당시 여당소속 정재철 의원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시내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더니 정 의원이 ‘권 의원, 경선 하려면 돈이 필요할 텐데 내가 도와주고 싶어서 왔다’며 5,000만원을 줬다. 정 의원이 대학 선배여서 성의로 알고 별 생각 없이 돈을 받아 며칠 내에 전부 써 버렸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다시 정 의원에게 연락이 와서 만났더니 이번에는 땅딸막한 노인이 한 명 옆에 있었다. 그 사람이 한보 정태수회장이었다.

정 회장이 ‘선거하신다고 해서 좀 도와드리려고 한다’며 돈을 줬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전혀 대가성이 없었고 정 회장도 선거에 보태 쓰라고만 했지 아무런 부탁을 하지 않아 받아 모두 경선자금으로 썼다. 그 때 정 의원이 전에 줬던 돈도 정 회장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받은 돈이 1억 5,000만원이었다. 나중에 이게 문제가 돼 한보 비리에 걸려 감옥까지 가게 됐다.”

한보 비리는 권 전 위원이 정치자금 때문에 투옥된 처음이자 마지막 사건이었다. 권 전 위원은 “한보 사건은 당시 YS정권의 표적 수사였다”며 “나는 한보로부터도 대가성 있는 돈은 받지 않았으며 순수하게 정치자금을 받았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권 전 위원이 여기에서 스스로 밝힌 것처럼 그의 정치자금 조달 창구는 무척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례에서 확인됐듯이 우선 유력 기업인과 구 여당 정치인들이 1차로 거론된다. 학맥으로 따지면 목포상고와 동국대 출신, 지역적으로는 광주 목포를 중심으로 한 호남 향토 기업인들과 오랜 교분을 맺고 있다. 이런 교류는 정권 교체 후에도 계속돼 왔다.


“나는 정치자금 ‘정거장’에 불과”

권 전 위원 본인은 최근 기자들에게 “친지 등 가까운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말해 정치자금을 여러 곳에서 받아 왔음을 인정했다. 그는 “절대로 대가성있는 돈을 받지 않았으며 따라서 법적으로도 문제될 게 없다”면서 “나는 ‘정거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이 ‘불법 경선자금’을 고백하면서 권 전 위원으로부터도 돈을 받았다고 밝혔을 때 권 전 위원측이 공개한 자금 조달원은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 수입이었다.

권 전 위원측은 “영등포 롯데 백화점 돈가스집에서 매월1,000만원 정도, 대치동 롯데 백화점 비빔밥집에서 매월 수 백만원의 수입이 있다”고 말했다.

권 전 위원측은 “두 곳에서 상당한 돈을 벌고 있지만 그 돈을 쓰는 사람은 권 전위원 부부 두 사람뿐”이라며 “따라서 적잖은 돈을 모아서 그 때 그 때 정치자금으로 쓰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말한다.

또 일부 언론 등이 유명 호텔에서 손님 만나고 접대하는 일, 자주 외국을 나가는 일 등을 문제 삼는 데 대해선 “호텔에서 사람 만날 때마다 꼭 권 전 위원이 계산하라는 법이 있느냐. 권 전 위원은 누구한테 접대도 받지 못하느냐”“외국 나갈 때 드는 돈 정도야 두 식당에서 얼마나 벌 수 있다.

또 하와이나 일본에서는 재력가인 사돈으로부터 도움을 받기 때문에 별로 돈이 들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권 전 위원이 정치자금과 관련해 자주 도마위에 오르는 또 다른 이유는 실제로 그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은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에 드러난 사실만 해도 김근태 정동영 고문에 대한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자금 지원, 당 소장파 의원들의 사무실 운영비 지원 등이 있다. 2000년 총선 때 적잖은 후보들이 권 전 위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시 서울에 출마했다 당선된 한 초선 의원은 “선거 와중에 권 전 위원측 인사가 찾아와 돈을 주고 갔었다. 당시 워낙 돈에 쪼들려 별 생각 없이 받았고 고맙다는 인사도 했다. 선관위에 신고하긴 했지만 지금 권 전 위원의 정치자금 부분이 논란이 되니까 솔직히 찜찜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검찰, 권노갑 자금에 칼 댈까?

문제는 권 전 위원이 관행처럼 받아 온 정치자금이 현행 법상으로는 명백히 위법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법조계에서는 “권 전 위원이 대가성있는 돈을 받았다면 알선수재죄 적용 대상이 되고, 그렇지 않고 단순히 정치활동에 필요한 돈을 받아 당 후원회 등에 넣지 않고 개인적으로 썼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면 김현철 씨처럼 탈세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제 과연 검찰이 야당 등의 공세에 못 이겨 ‘권노갑 자금’에 칼을 댈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것이 이뤄지면 정가, 특히 여권에는 ‘정치자금 회오리’가 몰아칠 개연성이 충분하다.

신효섭 정치부 차장 hsshin@hk.co.kr

입력시간 2002/03/1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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