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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열풍 '무풍지대' 외국산 담배

파격 마케팅으로 강남족과 청소년 여성 공략 성공

이른바 잘 나가는 20ㆍ30대 ‘강남 족(族)’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있는 위스키 바(Bar)들이 몰려있는 서울 청담동 ‘힐 바(hill bar)’골목.

물 바, 젠(禪) 바, S 바, 엘릭서 등 서울 강남 ‘여피 족’들의 ‘긴장 해방구’로 손꼽히는 청담동 언덕 위의 바 골목은 평일 밤 12시가 넘어도 벤츠와 BMW, 에쿠스 등 고급 승용차들이 길 좌우로 발 디딜 틈 없이 빽빽이 메우고 있다.

그 사이를 비집고 주차 된 흰색 봉고차에서 소형 무전기를 든 한 20대 남자가 갑자기 튀어나와 언덕 위의 S바를 향해 달려간다. 바에 들어서자 리셉션과 한번 눈을 맞춘 그는 안내를 받아 곧장 2명의 여자손님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간다.

이윽고 호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손님에게 전달한 후 2,000원(담배 값)을 받아 총총이 사라진다. 그리고 10여분이 지난 후, 바에 다시 나타난 그는 흥건히 취한 30대 커플의 테이블 앞에서 ‘꾸벅’ 인사를 하고 또 담배를 건네준다.


마케팅 전쟁 "강남을 향해 쏴라"

지난해 7월 국회에서 통과한 담배사업법에 따라 담배판매 소매인 지정을 받지 못한 유흥업소에선 담배판매가 금지됐다. 그 후 카페나 음식ㆍ주점 등에서 손님들이 담배를 살수 없게 되자, 서울 청담동과 신촌, 홍익대 앞 등 몇몇 ‘물 좋은’ 지역엔 신종 서비스업인 ‘담배돌이(budboy)’가 등장했다.

카페와 바 등 유흥업소들이 밀집한 지역에 봉고차를 댄 채 워키토키를 이용해 업소마다 고객이 담배를 찾는 경우, 즉각 담배 배달을 해주는 담배업체의 ‘가미가제’ 영업판매 사원이다. 물론 그 수는 제한돼 있다.

그러나 서울 청담동 등 ‘물 좋은’ 특정지역에선 이 같은 담배 도우미가 등장할 만큼 담배 업체간의 기 싸움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치열하다. 이들 지역에서 특정 담배 브랜드 제품의 인식 제고는 곧 서울과 수도권의 판매점유율을 가늠할 만큼 업체간의 판촉 전은 불을 뿜고 있다.

서울 강남 역삼동의 한 룸 살롱. 서너 명의 술 취한 40대 손님들이 종업원 ‘아가씨’가 직접 입에 물고 불을 붙여주는 ‘립스-투-립스(lips-to-lips)’ 담배 서비스를 받고 얼굴 가득히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들이 서비스하는 담배는 두말할 것 없이 요즘 강남에서 제일 잘 팔리는 특정 외산 브랜드다. 이업소의 여 종업원 A양은 “최근 즐겨 피우던 담배 브랜드를 바꿨다”며 “입맛을 붙잡는 부드러운 맛과 8각형 모양의 고급 담배 패키지가 마치 ‘담배 명품’ 같아서요”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종업원 B양은 “최근 D브랜드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괜히 시대에 뒤떨어지는 듯 촌스러워 보인다”며 눈살을 찌푸린다.

하지만 왜 꼭 특정 브랜드이어야만 하는가 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새로 출시된 브랜드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일부 담배회사들이 전개하고 있는 강남 유명 룸 살롱 마담들을 대상으로 한 담배 무상 제공 서비스와 판매이윤까지 두둑이 챙겨주는 치열한 마케팅ㆍ판촉 전략도 외국 담배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다른 한 외국담배업체의 경우 4년 전 국내에 자체 회사명을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야심차게 자사 명을 그대로 사용해 만든 신제품 P를 내놓았다. 외국산 담배라고 하더라도 국내시장에서만 판매되는, 말 그대로 한국인들의 입맛을 겨냥해 만든 맞춤 제품인 셈이다.

특히 이 제품의 주요 마케팅 타깃은 다름아닌 강남지역 직업여성 들로 겨냥했다. 일반 담배와는 차별적으로 산딸기 맛에다 은은한 크림냄새를 풍기게 만들어 여성들의 구미를 끌겠다는 전략을 앞세워 강남 유명 룸 살롱을 중심으로 대단위 판촉활동을 펼쳤다.

“끽연자라도 담배냄새가 쉽게 옷에 배지 않는다”는 셀링 포인트가 ‘강남 아가씨’족에게 인기를 끌면서 출시 1년 반 만에 이 회사의 다른 주력제품 판매량을 넘보는 수준까지 달할 정도였다.

담배 업체들이 앞 다퉈 이 같이 강남 지역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제품의 브랜드 파워를 단기간에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담배업체들은 1996년 국민건강 증진법이 개정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신제품이 출시될 경우 길거리나 업소 등에서 무료로 담배를 나눠주는 등 공개적으로 판촉행사를 열었으나 법 개정으로 신문에 대한 광고 등 법적으로 판촉행위가 제한되면서 음성적인 각종 판촉 아이디어가 속출했고, 특히 최근에는 파격에 가까운 판촉까지 등장하고 있다.


국내시장 점유율 20%대 육박

올 1월 외국산 담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에 육박, 1987년 담배시장 개방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금연운동을 제창한 코미디언 ‘이주일 효과’로 가정에선 금연 초와 기업에선 금연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사회 전반에 ‘담배와의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세금연 분위기 속에서 외국산 담배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외국산 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1월 현재 19.6%로, 지난해 5월 13.3%에서 8월 15.8%, 10월 17.6%, 12월 18.6%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1월중 담배 판매량은 국산 4억5,260만 갑, 외국산 1억1,060만 갑 등 총 5억6,320만 갑으로 오히려 전달보다 33.4%, 전년 동기보다 115%가 각각 증가했다. 결국 국산 담배는 전달보다 31.7%, 외국산 담배는 43.8%가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재경부 관계자는 “2월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기 위한 담배 값 인상을 앞두고 ‘사재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산담배보다 마진폭이 큰 외산담배의 판매량이 더 늘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2월엔 금연열풍으로 전달보다 30%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담배업계에선 외산담배의 판매급등세에 대한 정부의 원인분석을 대체로 수긍하면서도 금연 열풍 속에서 시장 점유율 20%대를 넘보는 외산담배의 급성장 배경에는 고 품질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 증가와 치열한 마케팅ㆍ판매 전략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빨간색 말보로로 상징되는 필립모리스는 최근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한 ‘컨트리 콜렉션’ 말보로를 내놓고 국내 젊은이들의 신세대 감각에 한 발 더 다가서려는 마케팅전략을 펼치고 나섰다.

기존의 말보로 이미지를 버리고 담배 패키지의 디자인을 다양한 색채와 사진으로 메운 ‘컨트리 콜렉션’ 담배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강남 지역 카페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외국담배 업체들의 적극적인 시장공략은 올 하반기부터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올 12월께는 국내에 담배 생산공장을 완공할 예정인 한 외국 담배업체가 국내에서 담배를 직접 만들어 판매에 나설 태세이기 때문이다.

담배인삼공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5년 전까지만 해도 양담배와 국산담배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상당한 차이를 보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이 같은 정서의 차이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 담배업체가 조만간 국내 담배잎으로 직접 담배생산에 나설 경우 외국과 국내 업체를 나누는 의식의 장벽마저 급속히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소년·여성 공략으로 급속 성장

최근 금연 열풍 속에서 담배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담배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주요 공략처는 청소년과 여성이다. 바로 신세대의 감각을 따라잡는 것만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담배업체가 생존할 수 있는 자구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현재 69.7%로 단연 세계 1위이다. 청소년 흡연율도 급증해 남자 고교생 27.6%, 여고생 10.7%를 기록하고 있다. 남자 고교의 경우 한 학급 당 평균 10명중 3명 정도가 골초인 셈이다.

특히 초등학생의 흡연 경험률도 12%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초 흡연 문제의 심각성에 놀란 서울시교육청은 올 한해를 ‘담배와의 전쟁의 해’로 선포하고 6월부터 시내 모든 초ㆍ중ㆍ고교를 절대금연지역으로 지정할 정도가 됐다.

한 외국담배업체 관계자는 “담배업체가 청소년들의 흡연을 조장하거나 부추긴다는 것은 비도덕적이며 비윤리적인 행위”라면서도 “아직도 담배에 대해서만 외국 브랜드에 저항감을 가진 전반적 사회분위기와는 달리 요즘 신세대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자신에게 어필하는 이미지의 담배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최근 외산 담배 소비의 성장 동인이 신세대 감각과 맞물려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금연 열풍과 가격인상 여파로 흡연자 수는 크게 줄어들겠지만 앞으로도 흡연자들에게는 수입이냐 국산이냐의 문제보단 자신에게 맞는 담배 브랜드냐 아니냐가 더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3/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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