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ML 타자 꿈꾸는 최희섭, 시범경기 연속안타 행진

'초이 포' 빅리거를 향해 쏜다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29ㆍ시애틀 매리너스) 같은 한국 출신의 타자가 활약할 수 있을까.

1994년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한국인 첫 메이저 리거가 된 이후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이상훈(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마이너리그) 김선우, 조진호(이상 보스턴 레드삭스)등 5명의 한국인 투수가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야수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는 없었다. 투수 자원은 야수들보다 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동양인이라도 박찬호나 김병현처럼 150㎞대의 빠른 공을 갖고 있으면 신체조건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도전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수는 사정이 다르다. 뛰어난 타격 능력 뿐 아니라 빠른 송구를 뒷받침하는 강한 어깨, 훌륭한 베이스 러닝, 162경기 풀 시즌을 견뎌낼 수 있는 체력 등 공수 전 분야에서 합격점을 얻어야 한다.

마이너 리그만해도 천부적으로 유연한 신체조건과 파워를 지닌 중남미ㆍ흑인 야수들이 우글거리고 있다는 점을 보면 동양인으로 메이저리거 타자가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거 타자가 탄생한다면 그 의미는 각별하다. 5~6일에 한번씩 출장하는 투수와는 달리 매일 경기에 출장하는 야수는 인기와 흥행측면에서 천양지차다.


메이저리그 입성에 청신호

한국인 야수로 메이저 무대에 가장 다가간 선수는 최희섭(23ㆍ시카고 컵스)이다, 최희섭은 고려대 2학년 시절인 98년 국가대표로 플로리다에 갔다가 LA 다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카우트경쟁을 따돌리고 이듬해 4월 컵스에 입단했다. 당시 신인으로 거액인 계약금 120만 달러를 일시불로 받는 호조건이었다.

최희섭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컵스 산하의 싱글A, 더블A 등을 거치며 파워와 정교함을 자랑하며 일취월장 기량이 향상됐다. 지난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13타수 5안타 홈런1개를 때려내며 가능성을 선보였지만 손등 부상으로 메이저리그 승격에는 실패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마이너리그 최고 등급팀인 트리플 A로 승격한 최희섭은 6일까지 열린 올시즌 스프링캠프에서 5경기 연속 안타 등 9타수 6안타를 쳐냈고 특히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8회 말 2사2루 상황에서 세계 최고 구속을 자랑하는 마무리 롭 넨을 상대로 우전안타를 뽑아내며 코칭스태프들의 신임을 얻었다.

최희섭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가능할까. 현재로서는 일단 긍정적이다. 우선 최희섭은 웬만한 메이저리거에 뒤지지 않는 당당한 체격을 가졌다. 195㎝ 115㎏로 ‘빅맥’ 마크 맥과이어(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같은 체격이다.

건장한 체격으로도 100m를 12초에 끊는 준족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장점. 최희섭은 게다가 엄격하게 자기를 관리하는 능력도 있다.

미국에 진출한 이후 만3년 동안 아직 한국을 찾은 적이 없을 정도로 굳은 결심이 섰고 지난해 8월에는 훈련에 방해가 된다며 휴대전화도 없앴을 정도다. 밤 10시면 취침해 아침 7시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메이저리거를 꿈꾸고 있다.

팀내 사정도 희망적 컵스는 지난 시즌 통산 448호 홈런의 강타자 프레드 맥그리프를 영입했지만 맥그리프는 39세의 고령으로 나이가 부담인 상태. 맥그리프의 대체 요원인 슐레타 일본 프로야구로의 이적이 추진되고 있고 게다가 2일 허벅지를 다쳐 최희섭의 출장기회에 청신호를 올렸다.

물론 약점도 있다. 직구 공략은 능하지만 아직 변화구에는 약하고 미숙한 땅볼 처리 등 수비에도 문제가 있다. 교타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타격 기술은 늘었지만 거구를 살린 파워 히팅을 좀더 강화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최희섭의 메이저리그 데뷔 가능성은 그 어느 시즌보다 높다. 40인의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맥그리프의 슬럼프나 부상시에는 전격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큰 무대를 향한 미완의 대기 최희섭의 꿈은 이미 영글고 있다.

이왕구 체육부 기자

입력시간 2002/03/13 19:02


이왕구 체육부 fab4@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