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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본(100)] 오타쿠(オタク)

1998년 이래 한일 양국간 국민 교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과거 같으면 양국 관계의 장기 냉각으로 이어졌을 역사교과서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 등이 커다란 걸림돌이 되기 어려울 만큼 교류 물결이 거세다.

월드컵 축구대회 공동개최까지 맞물려 일본 내에서는 '한국 신드롬' 수준의 한국붐이 일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젊은 층의 일본 대중 문화 접촉도 이미 인위적으로 제약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일본에서조차 극히 최근에야 개념 틀이 잡혀 가고 있는 ‘오타쿠’도 문화가 국내에서 자연스럽게 논의되는 모습을 보면 양국간 문화 장벽은 더 이상 생각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오타쿠’(オタク)는 상대방이나 그 남편, 그 집안을 높여 부르는 ‘오타쿠’(御宅)에서 나온 말로 원래의 뜻과 구별하기 위해 가타카나(片假名)로 쓰인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퍼스널컴퓨터, SF, 특수촬영 등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군의 하위문화(Subculture)에 탐닉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뜻에서 ‘오타쿠’라고 부르면서 나온 말이다.

나카모리 아키오(中森明夫)라는 잡지 편집자가 83년 처음으로 이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썼으나 그리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오타쿠’가 사회적 주목을 받은 것은 88~89년 도쿄(東京)와 사이타마(埼玉)현에서 일어난 연속 소녀 납치, 살해 사건을 통해서 였다. 살해한 소녀의 유골을 부모에게 우송하는 등 엽기적 사건의 범인인 미야자키 쓰토무(宮崎勤ㆍ당시 26세)의 방은 애니메이션 비디오테이프로 가득 차 있었다.

언론이 이를 ‘오타쿠의 사건’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그것이 일반인들의 뇌리에 박혔다.

일본 최고 권위의 사전인 고지엔(廣辭苑)이 오타쿠에 대해 ‘특정 분야, 사물에만 관심을 가져 이상할 정도로 자세히 알고 있지만 사회적 상식을 결여한 사람’이라고 적고 있는 것도 그런 일반적 인식과 통한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중반 포스트 모더니즘 논의와 함께 하위문화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면서야 오타쿠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변화했다. 96년 오카다 도시오(岡田斗司夫)가 ‘오타쿠학 입문’을 통해 오타쿠 문화의 본격적 자리 매김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오타쿠 평론가인 그는 인터넷과 출판물을 통해 오타쿠 문화의 선전, 주류 문화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공자와 예수, 마호메트와 석가 등 4대 성인의 100배 이상을 인류에 기여했다고 떠벌리는 등의 과대망상을 드러내고 있다.

어쨌든 오타쿠에 대한 적극적 비판이 수그러들면서 일본 대중 문화에서 오타쿠적 요소가 꽃을 피웠으며 더러 커다란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세계적 인기를 끈 ‘포케몬’(Pocket Monster)이나 이를 본딴 ‘데지몬’(Digital Monster)이 대표적이다.

오타쿠 문화에 대한 강한 거부감으로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애니메이션 조차도 오타쿠적 요소를 담고 있다.

현재 오타쿠계 평론가들은 오타쿠 문화가 일본 전통을 제대로 계승한 독자적인 문화라고 주장한다. 중심 논의의 하나가 요괴나 괴수, 유령 등 초자연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60년대 ‘소년 매거진’을 무대로 한 활발한 집필 활동으로 요괴붐을 일으킨 오토모 쇼지(大伴昌司)가 오타쿠 문화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원령을 뜻하는 ‘모노노케’(物の怪)나 유령을 뜻하는 ‘오바케’(お化け) 등 일본 고유어의 발상은 확실히 독특하다. ‘노케’는 무엇을 제거한다는 ‘노케루’(退ける)의 명사형이다.

현실의 존재에서 간단한 요소만 제거해도 곧바로 ‘모노노케’가 된다는 발상이다. 그러니 원한을 품고 죽은 귀신과 인간과의 거리가 우리에 비해 아주 가까울 수 밖에 없다.

한편 ‘오바케’는 본질적 변화를 가리키는 동사 ‘바케루’(化ける)의 명사형에 접두어 ‘오’를 붙인 말이다. 일본 전통에서는 그런 존재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친근감이 두드러진다. 미야자키 감독의 ‘원령공주’나 ‘센(千)과 치히로(千尋)의 행방불명’의 성공도 이런 전통과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타쿠 문화를 일본 전통과 연결하려는 주장에 대해 주류 평론계는 미국의 상업주의적 하위문화가 이식된 결과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같은 오타쿠로 비치게 마련인 매니어들 조차 오타쿠를 ‘인격 파탄자’로 비난하며 구별하려고 애쓰고 있다.

오타쿠의 적절한 우리말 번역어는 아직 없다. 우리말처럼 쓰이는 ‘매니어’가 있으나 일반인들과의 의사 소통 등 여러 기준에서 구별되고 있다. 특이하고 기괴한 것을 즐긴다는 ‘엽기’(獵奇)의 원 뜻으로 보아 ‘엽기가(家)’ 정도도 가능하다.

다만 우리의 엽기 문화가 배경과 방향은 비슷하나 오타쿠 문화와는 내용이 많이 다르다. 어쩌면 명백한 개념 규정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오타쿠 문화나 엽기 문화의 본령일 수도 있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입력시간 2002/03/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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