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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외국인 단타 주의보

국내 작전세력과 손잡은 외국인 헤지펀드

최근 코스닥 시장의 반도체 장비주인 H사의 주식 담당자는 난데없는 상한가에 어리둥절했다. 이전에는 외국인 지분이 전혀 없었던 이 회사 주식을 ‘외국인’이 이날 37만5,100주나 사 들이고 개인들의 추격 매수까지 유입되며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지분율은 하루사이 0%에서 3%로 늘었다. 그러나 회사엔 주가가 급등할 만한 재료가 전혀 없었다. 상한가 이유와 외국인 매수 배경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지만 주식 담당자는 아무런 설명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다음날 이 ‘외국인’은 전날 사 들였던 물량을 모두 내다 팔았다. 외국인 매수가 시작되기 전 이 회사의 주가가 3,350원이었고 외국인이 물량을 턴 날의 종가가 4,400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외국인’은 12억여원을 투자, 단 하루만에 3억원 이상 벌어들인 셈이다.

그 다음날 이 회사 주가가 급락하고 회사에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은 물론이다.


외국인 초단기 치고 빠지기

코스닥 시장에 외국인 단타 경계령이 내려졌다.

최근 정체 불명의 외국인이 코스닥 중ㆍ소형주 가운데 외국인 지분이 전무한 주식을 갑자기 사 들였다 다시 단기간내 팔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인들의 추격 매수세를 유도한 뒤 주가가 오르면 1~2일 뒤 바로 차익을 실현하고 나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후 주가가 빠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일부 외국인의 행태는 지금까지 유통 물량수가 큰 대형주와 실적 우량주에 중ㆍ장기적으로 투자하던 일반적인 외국인 투자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이러한 외국인의 초단타 전략에 휘말린 종목은 H사에 그치지 않는다. 제약 관련 벤처기업인 인바이오넷도 비슷했다. 외국인은 5일 이 회사 주식을 5만주 장내 매수했고 인바이오넷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로 치솟았다. 그러나 외국인은 하루만에 전날 사들였던 5만주를 다시 매도, 차익만 챙겼다.

제약주인 대한뉴팜에 들어온 외국인도 주식을 매수한 지 3일만에 가차없이 단기 차익만을 챙기고 나갔다. 또 반도체 장비주인 선양테크에도 4~5일 외국인 매수가 유입되며 이틀동안 가격제한폭까지 올랐지만 외국인이 썰물처럼 나가자 주가가 약세로 돌아섰다.

한편 에이텍시스템은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한 4~6일 동안 두번의 상한가를 포함, 주가가 가파른 급등세를 보였다가 외국인이 7일 물량을 모두 털고 발을 빼자 주가가 게걸음을 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인 작전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개인 투자자들이다. 외국인 지분이 갑자기 증가하자 ‘외국인 따라하기’에 익숙한 개인들은 추격 매수에 나서기 십상이다. 작전 대상이 된 회사도 피해자이긴 마찬가지이다.


헤지펀드 가능성 커

코스닥 시장에서 초단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외국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신한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최근 코스닥 시장 중소형주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지금까지 KTF, 휴맥스, 엔씨소프트 등 시장대표 일부 종목에 집중되던 외국인 매매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전혀 입질을 하지 않던 종목에도 외국인 매수가 유입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연구원은 “외국인 매매가 극히 단기화하고 있는 데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한 이후엔 상승 탄력이 크게 둔화하거나 하락하는 일이 많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 일각에선 헤지펀드 성격의 외국인 자금에 의한 작전설을 제기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관리 감독이 소홀한 우리 시장에서 국제 헤지펀드 자금들이 초단기 매매로 차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외국인 자금은 외국 연기금 펀드가 아니라 각 국가별로 초단기 차익만 노리고 다니는 헤지펀드 자금으로 보인다”며 “외국인이 매수한 종목이라면 무조건 달려드는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과 증시 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노리고 치고 빠지기 수법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아예 외국인의 탈을 쓴 내국인의 소행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부장은 “외국인들 입장에서 다른 국가에 투자할 때는 세계 경제 동향은 물론 해당 국가 리스크와 환차손 위험, 자신들이 물량을 털고 나오려 할 때 받아줄 세력이 있는 지 여부 등을 면밀히 살핀 뒤 적어도 30% 이상의 수익이 보장된다는 확신이 설 때만 투자에 나서는 것이 상식”이라며 “최근 코스닥 시장의 초단타 매매를 일삼고 있는 외국인은 사실 외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의 탈을 쓴 국내 작전 세력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투자의 제1원칙을 리스크 관리로 삼고 있는 외국인이 시가 총액이 불과 수백억원 내외이고 유통 물량도 적은 코스닥 중소형주를 매수하고 또 매수 1~3일안에 다시 팔기를 반복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최근 코스닥 시장의 초단타 외국인은 일부 불순한 외국인과 국내 작전 세력의 합작품일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매매에 무조건 추종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이 수정돼야 하고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외국인 작전에 대한 감독 당국의 관리도 하루빨리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일근 경제부 기자 ikpark@hk.co.kr

입력시간 2002/03/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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