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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세대 개혁' 신호탄 올랐나

조흥은행 40대 홍석주 행장 파격 발탁

지난해 10월 을지로 조흥은행 백주년기념회관 24층 카페에서는 별난 행사가 열렸다.

조흥은행내에서 유일하게 캐주얼 차림으로 근무하고, 직원간 단합도 가장 잘 된다는 기획재무본부 직원들이 희안한 복장을 하고 나타난 것이다.

드라큘라 가발을 쓰고 입에 토마토 캐첩을 바른 직원, 머리를 풀어 헤치고 백년 묵은 구미호 복장을 한 여직원… 이날 홍석주 기획재무본부장(상무)은 상의는 넥타이 정장을, 하의는 반바지에다 피에로 양말을 신고 나타났다.

이날 행사는 홍 상무의 아이디어. “머리만 처박고 일만 할 게 아니라 자기가 생각하기에 가장 우스운 복장으로 모여 한번 회포를 풀자는 취지”였다는 것.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샀던 ‘부하 직원들을 즐겁해줄 수 있는 100가지 방법’이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했다.

매일 3시30분이면 20분간 상무에서부터 말딴 행원에 이르기까지 맞담배를 피며 담소를 나누는 ‘face to face time’도 홍 상무의 제안이었다.


정부·금융계, 젊은 감각에 큰 기대

이런 홍 상무가 지난 12일 조흥은행 차기 행장 후보로 내정됐다. 그는 29일 정기주총에서 정식 은행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그의 나이 만 49세. 105년 조흥은행 역사상 40대 행장은 처음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하영구 한미은행장에 이어 두번째 40대 행장이지만, 금융계에 미친 파괴력은 훨씬 컸다. 하 행장은 외국계 은행(씨티은행)에서 근무하다 영입된 케이스지만, 홍 내정자는 조흥은행 토박이기 때문이다.

10살이나 많은 이강륭 부행장 등 12명의 선배 임원들을 제치고 가장 막내가 행장으로 내정된 것이다. 은행내에서 홍 내정자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만 6,500명중 257명이다. “나이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인사를 할 것”이라고 홍 내정자는 밝혔지만, 정부와 금융계가 조흥은행의 세대 물갈이와 개혁을 기대하고 있는 것도 그의 젊은 감각때문이다.

사실 그는 일찌감치부터 금융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런던지점 과장, 리스크관리실장을 역임했던 그는 2000년 2월 부장으로 승격된지 1년만인 지난해 2월 상무로 승진됐고, 다시 13개월만에 은행장에 발탁된 것이다.

입행한뒤 군(해군 장교)에 갔다온 것을 제하면 23년만에 행원에서 행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와 대학(서울대 경영학과) 동기동창인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은 “그렇게 고속승진을 하면서도 누구하나 시샘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홍 내정자의 최대 장점”이라고 평했다.

업무상(기획업무) 자주 접해야 했던 이종호 금융감독원 전 은행감독국장은 “은행 기획담당이라는 자리가 금감원과는 부딪힐 수 밖에 없는데, 다른 은행 기획담당들과 그는 전혀 밉살스럽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내 굵직한 일 도맡았던 실력파

홍 내정자가 이처럼 빠른 승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위 행장으로부터 배운 탁월한 조직관리ㆍ대인관리 능력도 있지만 그만큼 실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그는 198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국제MBA스쿨평가’에서 하버드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만큼 어렵다는 과정이다. 귀국한 뒤 기획재무 업무를 줄곧 담당해온 그는 조흥은행의 굵직한 일을 도맡아 왔다.

위성복 행장이 전무시절 외자유치팀장을 하며 콤비를 이뤘고, 외환위기이후 위성복 행장과 함께 충북은행 강원은행 현대종합금융 등과의 합병 실무를 담당했다.

조흥은행이 다른 은행들에 비해 IR(기업설명회)을 먼저 시작한 것도,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성공시킨 것도 홍 내정자의 공로였다.

지점장 한번 못해봤던 그가 “차기 행장은 홍석주 상무”라고 할 만큼 위행장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던 것도 이때문이다. 수년간 홍 내정자와 호흡을 맞춰왔던 박진 기획부장은 “다른 부서장들이 자기 업무에만 매달려왔던 반면 홍 내정자는 부장시절부터 은행경영 전반을 늘 염두에 뒀다.

임원회의에서 위 행장은 다른 임원들이 반대를 하면 그냥 고집대로 밀어붙이지만, 홍 내정자가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귀담아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폭탄주와 노래 실력도 모두 위행장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대학 동창이기도 한 금융감독위워회 김석동 감독정책1국장은 “은행권 정책을 상의할 때 꼭 두사람을 만나 의견을 물어보는데 하영구 한미은행장과 홍석주 상무”라며 “그는 다른 은행원들과는 사고방식이나 스케일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평가했다.

32평짜리 조흥은행 직원주택조합아파트에 아직도 살고 있는 그는 “이사회 상임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위 행장의 경륜을 십분 활용할 생각”이라며 “민영화와 합병, 금융지주회사 설립 등을 통해 옛날 조흥은행의 명성을 되살리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 홍석주 내정자 약력

1953년 광주생 1971년 경복고 졸업 1976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조흥은행 입행 1985년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1993년 종합기획부 과장 1997년 종합기획부 차장 1998년 리스크관리실장 2000년 기획부장 2001년 기획재무본부장(상무) 2002년 은행장 내정

유병률 경제부 기자 bryu@hk.co.kr

입력시간 2002/03/2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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