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결혼 기념일에 생긴 일

<결혼 기념일에 생긴 일 The Anniversary Party>(18세, 엔터원)은 할리우드 영화계에 관심 많은 이들이 반길 영화다.

할리우드의 스타 감독, 배우들의 사생활과 영화 제작 뒷이야기를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겉 모습 뒤의 고민을 낱낱이 드러내놓아 인간적인 동정을 베풀고 싶어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시시콜콜하고, 보통 사람과는 전혀 관련 없는 그네들만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어 파는 영악함, 상업성에 조금 질리게도 된다.

스타의 이면을 엿보는 데는 명과 암이 있다. 그레타 가르보처럼 전성기에 사라져, 팬들로 하여금 은막의 신비한 여왕으로만 기억케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생활을 시시콜콜 노출시켜 그것으로 인기를 유지하거나,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이런 작전은 배우의 이미지, 성격에 따라 달리 구사해야 할 것이다. 그레타 가르보 정도 되니까 ‘신성(神聖) 가르보 제국’이 유지된 것이므로. 솔직함, 당당함을 장점으로 여기는 요즘 스타들이니 <결혼->과 같은 영화도 나올 수 있는 것이리라.

아쉬운 점이라면, 사생활 노출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로버트 알트먼의 <플레이어>처럼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 대한 풍자에 이르기에는, 이 영화가 연출 데뷔작인 배우 알란 카밍과 제니퍼 제이슨 리의 경력이 일천한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알란 카밍은 <푸시캣 클럽> <스파이 키드> <엠마> <아이즈 와이드 셧> 등에서 사악함과 코믹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분했던 개성 있는 외모의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조지아> <엑시스텐즈> 등에서 과감한 연기를 펼쳤던, 작지만 당찬 여배우. 두 스타가 <결혼->의 제작, 각본, 연출, 주연을 함께 했다.

커다란 수영장과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할리우드 힐의 모던한 저택. 영화 배우 샐리(제니퍼 제이슨 리)는 소설가이자 영화 감독인 남편 조(알란 카밍)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결혼 6주년의 아침을 맞이한다. 라틴계 하녀 둘이 꽃 장식과 음식 준비에 바쁜 가운데 손님들이 속속 도착한다.

개 문제로 늘 싸우고 있는 이웃의 작가 라이언(데니스 오하라)과 모니카(미나 바디) 부부. 보모에게 아기를 맡기고 왔다며 불안해 하는 여배우 클레어(제인 아담스)와 샐리를 주연으로 한 영화를 찍고있는 감독 맥(존 C. 라일리) 부부.

샐리의 가장 친한 친구인 은퇴한 여배우 소피아(피비 케이츠)와 맥의 영화에 출연 중인 배우 칼(케빈 클라인) 부부.

그리고 조가 자신의 결혼 생활을 토대로 한 소설을 영화로 만들기로 하면서 캐스팅한 젊은 여배우 스카이(기네스 펠트로우), 조의 옛 애인인 사진 작가 지나(제니퍼 빌즈)가 도착해 샐리의 신경을 곤두세운다.

스카이가 축하 선물로 제공한 환각제 16알을 나눠 먹은 후, 얽히고 설킨 이들의 과거, 상처, 섹스에 대한 욕구, 콤플렉스, 연기력 등이 폭로된다. 그리고 새로운 관계도가 그려지기도 하는 가운데, 조의 여동생 자살 소식이 전해진다.

입력시간 2002/03/2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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