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e 랜서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구직자가 크게 늘고 있다. 취업을 위해서라면 이민도 서슴치 않을 분위기다.

그러나 점차 이런 풍경은 추억 한 켠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만국 공통의 언어로 자리 잡으면서 안방에서 일감을 찾고 도맡아 처리하는 ‘e랜서’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와 프리랜서의 합성어인 e랜서(eLancer)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 지역의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수주 받아 이를 수행하는 전문가 집단을 말한다. e랜서는 특정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 하기 때문에 자기 만족도가 높고 수입도 짭짤하다.

e랜서를 이용하는 기업도 꼭 필요한 부문의 전문가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일 처리를 맡길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직원 고용에 따른 추가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는다.

e랜서는 계약 단계부터 최종 프로젝트 완료까지 모든 과정을 e메일로 진행하기 때문에 지리적 여건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해외 프로젝트 비용이 국내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e랜서의 모태는 지난 98년 설립된 미국의 e랜스닷컴(www.elance.com)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랜서 네트워크로 가장 큰 규모인 e랜스닷컴은 미국, 프랑스, 호주, 인도 등 140여개 국에서 30만명 이상의 e랜서가 활동 중이다.

이 사이트에는 매일 수십 달러에서 100만 달러가 넘는 대형 프로젝트가 ‘마우스 클릭’을 기다리고 있다. 웹 디자인, 웹 프로그래밍, 데이터베이스 설계와 구축 등 아직은 IT 분야가 전체의 70~80%를 차지하고 있으나 점차 세무, 법률, 부동산, 통계 분석, 시장 조사, 홍보, 이벤트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리넷이 지난해 4월 오픈한 e랜서(www.elancer.co.kr)가 유명하다. 이 사이트에는 7000명 이상의 e랜서가 등록돼 있다.

미국의 e랜스닷컴과 제휴한 이 사이트는 기업이나 개인이 특정 양식에 맞춰 프로젝트의 내용, 금액, 납기 등을 등록하면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e랜서가 직접 응찰하고 거래 조건이 맞으면 계약이 체결된다.

또 일반 서비스나 긴급 서비스가 필요할 때는 미리 제시해 놓은 표준 가격 테이블을 검색해 선택할 수도 있다.

e랜서 사이트 외에도 아이구르(www.iguru.co.kr), 이구루(www.eguru.co.kr) 등이 이 분야에서 꽤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형태가 조금 다르지만 프리랜서에게 일을 준다는 점에서 코리아드림넷(www.koreandream.net), 한국프리랜서그룹(www.koreafreelancer.com), 미시너스프리그룹(www.freegroup.co.kr), 네오모드(club.neomode.com)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e랜서로 활동 중인 사람은 대략 2만 명 정도이며 이 중 4000여명 가량이 해외 프로젝트 경험을 가진 국제 e랜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전 세계 150개국에서 발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IT 수출의 숨은 일꾼으로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e랜서는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정보 유목민의 모습이다. IT기술과 활용에 익숙하고 조직에 종속되길 싫어하며 여가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신흥 정보 전문가 집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 MIT의 토머스 말론 교수는 ‘21세기 보고서’를 통해 “기업에게는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을, 근로자에게는 능력에 따른 수입과 여가의 자유를 동시에 주는 e랜서가 지금의 경제와 사회 구조에 일대 변화를 가져 올 것” 이라고 예측했다.

인터넷과 IT기술이 구인과 구직 시장에서 높기만 한 국경의 벽을 깨뜨릴 날도 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강병준 전자신문 인터넷부 기자

입력시간 2002/03/2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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