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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 동작구 상도동 장승배기

장승을 만나기가 어렵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네 고향마을 어귀에는 험상궂지만 무섭지도 않고 익살스러운 장승 한 쌍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장승이 있으면, 그 옆에 돌무지가 있고 돌무지 옆에는 솟대가 하늘 높이 서 있었다.

또 우람한 느티나무 또는 회화나무 같은 당산목이 큰 그늘을 드리우고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당산나무 그늘 밑에는 울긋불긋 한 금줄이 쳐져 있는 성황당이 있었다.

이 장승 앞을 지나면서 우리네 할머니들은 주먹만한 돌을 정성스레 돌무지 위에 얹고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서서 두 손 모아 소원을 빌었던 것이다. 비록 그러한 소망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 할 지라도 늘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왔다.

사실 성황당은 당산목과 함께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고 솟대는 하늘과 땅을 잇는 매개체였다. 우리네 할머니들이 오가며 싸놓은 돌무지는 외적이 쳐들어와 전쟁이 나면 바로 총알 역할을 했다.

장승은 마을과 마을간에 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里程標)였다. 장승의 명칭은 지역에 따라 경기, 충청, 황해 등 중부지역에서는 ‘장승’, 호남지역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영남지역에서는 ‘벅수’, 제주도는 ‘하르방’ 이라고 불렀다.

중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목 장승 중 남자 장승은 사모(紗帽)를 쓰고 눈알과 코가 툭 불거진 채 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충북 청원군 문의면 앞실 장승은 눈알이 원형이나 찢어진 타원형이 아닌 직선의 정삼각형으로 돌출되어 직선 조형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석 장승의 경우 호남지역의 전북 부안을 비롯한 남원군 산내면 실상사(室相寺), 운봉면 서천리, 전남 영암군 금정면 쌍계사 등의 장승은 머리에 벙거지를 써서 제주도의 돌하루방과 공통점을 보인다. 부안읍 동중리 남장승은 벙거지로부터 눈망울과 코, 팔의 위치까지 제주도의 돌하루방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우리나라 장승 가운데 우두머리 장승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 언덕배기로 너머 가는 길목에 자리한 장승배기 장승이었다.

일년에 한번씩 한강가 노들 나무 백사장에서 나라안에서 운집한 장승대회가 벌어졌다. 까닭인즉, 변강쇠와 옹녀가 저지른 못된 죄악을 심판하기 위해서 팔도의 장승이 다 모여든 것이다. 이들의 풍기문란은 우리의 전통 도덕사회에서는 용납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들의 행동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고 두 귀로 들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끼니를 찾아 먹는 짓거리도 게걸스러워 옹녀가 변강쇠한테 밥할 땔감 나무를 해오라고 야단을 치면, 이 녀석은 손쉽게 마을 동구밖에 서 있는 장승이라는 장승은 모조리 뽑아다가 땔감으로 쓰지 않았던가! 이에 화가 치밀대로 치민 장승배기 두목 장승이 장승대회를 열어 이들을 처벌했다는 전설이 있다.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을 재현해 보겠다는 갸륵한 뜻에서 도시화에 밀려 사라진 장승배기 두목 장승을 겨우 주민합의를 통해 근래에 재현했다.

하지만 우상 숭배라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있는데다 온갖 오물 세례와 불을 놓아 그을음을 끼게 하고 장승을 베어내는 소동까지 벌어졌으니…. 하늘이 노할 장승대회가 다시 열리지 않을까 두렵다.

입력시간 2002/03/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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