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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우리시대의 거장' 존재의 이유

T.S. 엘리어트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봄은 분명 잔인한 구석이 있다.

겨울 추위를 질책이라도 하듯, 진해의 벚꽃은 예년보다 닷새 일찍 만개해 흐드러졌다. 지리산 산수유도, 제주 왕벚꽃도 일주일은 빨리 피었다. 지독한 황사를 막 벗어난 지금, 사방에는 생명의 환희만이 가득해 보인다. 그러나 살아 있는 것들은 창조와 혼돈을 동시에 수행한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벚꽃 소식을 무색케 하는 열기로 전국을 사로잡고 있다. 정계 개편론 음모론 배후론 등 갖가지 작전에, 외곽 돌려치기 정면 받아치기 등 익히 보던 전술은 여전하다. 갈수록 노골화되는 후보간의 과열 경쟁은 지역주의를 들러리로 세우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재현되는 구태에 국민은 식상해 하고 있다.

다시 거장들을 바라본다. 자신의 작업에 대한 철저한 책임과 자존의식은 복제와 모방이라는 시대적 대세 앞에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60줄에 접어 들지라도 창조를 향한 그들의 열정은 사그러들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작품과 시대에 대한,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고 자긍이다. 자기 이름의 의미와 무게를 저버리지 않는 그들을 거장이라 한다.

최근 전 10권으로 완결된 화제의 대하소설 ‘한강’의 작가 조정래씨로부터 장정은 출발했다. 며느리와 손자에게 ‘태백산맥’ 등 자신의 대하소설 베끼기를 계속 시켜나가겠다는 대목은 자기 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 바로 그것이었다.

작가가 “21세기 최대의 재앙은 공해, 국가 이기주의, 인종주의”하고 했을 때, 그것은 곧 그 주제로 작품을 쓰겠다는 결심이었다.

그는 “미국이 도처에서 자행하고 있는 비열한 행위, 냉매이면서 동시에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프레온 가스의 패러독스 등 문명의 딜레마를 계속해서 고발해 나갈 것”이라며 지식인의 책무를 재삼 강조, 창작욕을 과시했다.

고령화 사회를 정면에서 다룬 김원일씨의 연작 소설 ‘슬픈 기억의 시대’는 젊은 작가 뺨치는 실험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환갑의 나이에도 실험의 고삐를 조금도 늦추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그의 육성으로 듣는다.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한 권의 저작물로 나온다는 소식은 덤으로 얻은 선물이다.

지구 온난화 탓으로 봄이 부쩍 앞당겨져, “봄이 벚꽃에 배신 당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자연이 자신을 믿지 못하는 뒤숭숭한 시대다. 그러나 우리 시대가 거장에 의해 배신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확인하지 못 한다면, ‘우리 시대의 거장’ 시리즈가 굳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장병욱 주간한국부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2/03/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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