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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盧도] 실체없는 '설'… 음해로 간다

[질풍盧도] 실체없는 '설'… 음해로 간다

이인제 후보 '청와대 배후설'등 음모론 제기, 자충수 될 수도

이인제, 노무현 후보의 시소 게임으로 열기를 더해 가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음모론’이라는 돌출 변수로 주춤거리고 있다.

이른바 ‘노무현 후보에 김심(金心ㆍ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은 국내 정당사에 처음 도입한 ‘참여 정치 실험’이라는 민주당 경선의 의미를 퇴색 시킴은 물론, 경선 판도 자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가에서 떠도는 음모론이란 다음과 같다. 청와대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맞서 승리할 수 있는 구도를 연구ㆍ검토한 결과, 이인제 고문 보다는 노무현 고문을 내세워 ‘서민과 귀족’의 대결 양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 고문을 밀기 위해 김 대통령의 손발이라고 할 수 있는 박지원 청와대 정책특보를 중심으로 임동원 청와대 특보, 김한길 전 문광부장관 등이 나서 노 고문이 유리하도록 타 후보들을 자천타천으로 사퇴 시키는 등 경선을 수면 아래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증 제시 못한 이인제 후보

대세론에 위기를 느낀 이인제 후보는 충남 경선을 앞두고 대세 몰이용으로 ‘음모론’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으며, 노무현 후보에게 일격을 날렸다. 노풍을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노무현 대세론’으로 굳어질 것이라는 절박감에서 나온 극약 처방이었다.

이 후보는 음모론을 제기한 덕택인지 3월 23일 실시된 충남 지역 경선에서 73.7%라는 몰표를 얻어 종합득표 1위를 고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음모론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갖고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다 할 물증을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 후보의 답변은 ‘당초 고위층의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한 유종근 지사가 근거 없이 말을 했겠느냐’ 하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봐서 이 후보가 음모론을 제기한 것은 물증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커가는 노풍은 잠재우고 보자’는 선거 전술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음모론의 주동자로 지목 받고 있는 청와대의 박지원, 임동원 특보는 이 후보의 주장에 대해 ‘논할 가치 조차 없는 이야기’라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박 특보는 “언론사 여론조사에 대한 압력설도 나오던데 지금 언론이 누구 말을 듣는 시기냐”라며 “내가 나선다고 국민의 지지 방향이 바뀔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한길 전 의원도 3월 22일 자신 명의의 해명 보도자료를 보내 “이 고문이 전화를 걸어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며 “노풍 배후설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임 특보도 “이 고문이 보수적이어서 나와 박 특보가 노 고문을 지지한다고 하는데 이 고문을 비롯한 모든 민주당 후보들은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음모론에 대해 “말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시종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동교동계 반발, 또 다른 파장 예고

하지만 이인제 후보가 제기한 음모론은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당 최대 계파인 동교동계의 반발을 불러 오는 등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이 고문을 암묵적으로 지지해 온 것으로 알려진 동교동계의 좌장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최근 음모론에 몹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 그간 이 고문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동교동계 이훈평, 조재환 의원과 김명섭 의원, 장성원 의원 등이 김 대통령을 겨냥한 음모론에 실망, 향후 이 후보측에서 이탈할 것을 적극 고려중인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인제 후보가 ‘음모론’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서를 포착하지 못하거나, 음모론을 통해 경선 판도를 완전 장악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이 후보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오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음모론의 실제를 밝힐 경우 그 파장은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3/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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