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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105일…성과와 과제] 특검제 효용성 확인시켜준 '車특'

[특검 105일…성과와 과제] 특검제 효용성 확인시켜준 '車특'

이용호 주가조작사건으로 시작된 여권의 대형부정부패사건에 대한 차정일 특별검사팀의 활동이 수사기간의 종료로 일단 마감되고 나머지 거대한 의혹들이 검찰의 수사로 넘어가게 됐다.

이 사건 초기에 검찰의 잘못된 처리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강력한 불신과 검찰의 권위 추락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법의 권위까지 허물어뜨렸다. 이런 가운데 특검팀은 구성되어 숨은 의혹들을 속속 밝혀내었다.

처음에는 G&G그룹의 이용호회장 주가조작사건으로만 보이던 것이 특검의 수사로 점차 숨겨져 있던 범죄의 넓은 반경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주가조작사건의 처리와 관련된 검찰내부의 연계, 집권세력과 관련된 정치 검사들의 정체와 그들의 숨겨진 활동, 대통령 친인척의 연루, 대통령 처조카의 보물발굴사업과 관련된 국가정보원, 청와대, 해군 등과 같은 국가 기간 조직들에 대한 청탁, 아태재단의 연루 등등 종래 검찰에서는 전혀 밝히지도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특검팀의 수사기간동안 이용호씨뿐 아니라 현직 검찰총장의 동생인 신승환씨, 모금고 전 소유주 김영준씨,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이수동씨 등이 구속되고, 현직 검찰총장이 교체되었으며 초기 검찰에서의 사건처리와 관련된 고위 검사들은 사퇴하거나 좌천되었다.


검찰, 반면교사 삼는 자세 필요

이와 같이 이번에 차정일 특별검사팀은 특별검사제도의 효용성을 국민들에게 잘 보여주었다. 김대중 정부에 들어와서 옷로비 사건에 대한 특검과 파업유도사건에 대한 특검에 이어 세 번째인 이번의 특검수사는 앞의 경우와 달리 국민의 의혹이 컸던 대형부정사건의 처리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만큼 국민들의 지지도 매우 높았다. 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법과 정의의 칼이 정의롭게 쓰이면 그에 비례하여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는다는 것을 검찰은 반성하는 자세로 배워야 할 것이다.

대형 부정과 부패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있을 때마다 대다수 국민들은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를 원했지만 검찰은 번번이 이러한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위헌이니 수사능력이 떨어지느니 하는 억지를 쓰면서 특검제를 반대하거나 저지하는 데만 몰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보았듯이 특검은 치밀하고 탁월한 수사능력을 국민에게 보여주었고, 특검제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특별검사제는 그 본질이 통상의 검찰을 약화시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형벌권의 행사에서 법리상 통상의 검찰이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안을 처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검제는 이해관계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이 발생할 때, 사건처리에 공정성이 요구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될 때, 효과적인 권력통제가 필요할 때 가동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해 이해 관계상 보통의 검찰이 수사하기에 부적합한 사건을 다루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라는 법 원리에서 보듯이, 자기가 관련된 일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는 지위에 서게 되면 그 사건의 처리가 공명정대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이해관계의 충돌 때문인데, 특검은 검찰이 이해관계로 인하여 수사를 공정하게 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하는 것이다.

예컨대 대통령이나 권력핵심,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등 집권세력이나 검사의 임명권의 라인이 개입된 사건에서 보통의 검사보다는 특별검사가 수사하는 것이 훨씬 공정성을 기할 수 있다.

이번 특검 사건에서도 증명이 되었다. 특검은 법무부장관의 간섭이나 검찰총장 등 지휘라인의 영향을 받는 통상의 검사와 달리 완전히 독립된 지위에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수사하기에는 매우 적합하다.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에서 특검제가 활용되어 많은 성과를 거둔 것도 이런 요소가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특검제는 역설적으로 통상의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게도 한다.

종래 수없이 보아왔듯이 임명권자와 지휘라인의 강한 영향이 미칠 것이 불 보듯 뻔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건을 검찰이 다루다가 결국 정치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 만신창이가 되어 국민의 불신의 대상이 되기 보다는 어떤 권력도 간섭할 수 없는 특검이 이런 사건을 처리함으로써 검찰이 정치적으로 오염되는 것을 방지해준다.

따라서 특검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되므로 검찰이 이를 반대하고 나설 아무런 이유가 없다.

또 특검이 존재함으로써 사건처리의 능력과 공정성을 두고 검찰과 경쟁함으로써 검찰권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결과를 거둘 수 있다. 독점의 폐해와 경쟁의 장점에서 보듯이 검찰과 특검사이에도 이러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국민과 국가의 입장에서는 특검이 존재하는 것이 언제나 득이 된다.


제한된 수사범위·기간에 아쉬움

이번까지 3번의 특검제의 실행에서 우리가 확인하였듯이, 특검은 사건의 의혹을 완전히 밝히는데 필요한 충분한 기간을 가져야 하고, 관련 사건들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 사건의 전모를 파헤칠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수사기간의 연장을 요구했는데도 결국 수사기간의 연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만 것이나 관련사건에 대한 수사만 하면 전모를 밝힐 수 있음에도 수사범위를 좁게 제한하여 이를 못하게 한 것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건 때마다 법률 제정을 두고 싸울 것이 아니라, 특검제를 상설화하여 특검에 회부되는 사건이 있으면 언제든지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검제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검찰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여 특검수사에 회부하지 않아도 부정과 부패가 척결되도록 하는 것이 일의 순서다.

이제 특검이 수사의 단초를 발견했으나 제한된 수사기간과 범위로 인하여 수사를 하지 못한 의혹은 검찰로 넘어갔다.

조가 조작사건으로 얻은 2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의 행방, 주가조작 등과 관련된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의 비호 여부, 주가조작을 함께 한 공범자들에 대한 의혹, 정치권과의 관계, 다른 국가 기관들의 연루 여부 등 아직도 밝혀야 할 사항이 많이 남아 있다.

사건을 인계 받은 검찰은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다. 또 다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고자 하면 검찰은 영원히 국민의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른바 '공권력의 사유화'라는 현상까지 노정시키고 있는 것이므로 차제에 이를 발본색원하지 못하면 국민과 국가가 불행해진다. 그 만큼 이 사건의 성격이 중대하다.

검찰도 남은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여 공명정대하게 처리하여야 하고, 특검제도 손질하여 자기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하여 상설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정종섭(서울대 교수 헌법학)

입력시간 2002/03/2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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