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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독립 실현될까

통화정책 독립 실현될까

박승 한은 총재 내정자, 금리인상 문제 등 현안 산적

채권 딜러들은 지난 주 금리가 잇따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채권 값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놓고 ‘박 승 프리미엄 효과’ 를 일제히 외쳤다.

사실 연거푸 3차례에 걸친 지난 주 시장금리 상승은 한국은행이 통안채를 시장 수익률 보다 높은 수준에서 낙찰시킨 영향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박 승 공적자금관리 위원장이 3월 19일 한은 총재에 내정되면서 4월 중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장의 예상도 반영됐기 때문이었다.


콜 금리 인상시기에 주목

한은은 박 신임 총재를 맞는 4월부터 통화정책을 놓고 황사바람 보다 더 큰 고민에 빠져들 전망이다.

경기과열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는 가운데 “시장 친화적인 통화정책을 적극 펼칠 것”이라고 일성을 밝힌 박 총재 내정자가 시장 상황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 내정자는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은 아니지만 재경부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을 받은 인물이라는 점에 비춰 금융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그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박 내정자는 4월 1일 총재로 부임하자마자 ‘준비된 총재(?)’로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내달 4일로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3월 현재 시장금리는 미국과 국내 경기 회복으로 연중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고, 부동산가격은 상승세가 멈춰지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정부는 4월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이 시점에서 거시정책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콜 금리 인상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인상 시기가 과연 언제가 될 지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박 총재 내정자의 정책 방향은 내달 금통위 회의에서 어느 정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 내정자로선 어느 시점에서 금리인상여부를 놓고 정면 돌파할 지가 첫번째 과제인 셈이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1분기 경제 성적표가 나오는 5월초에 가서야 경기 전반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콜금리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총재 내정자 역시 “경기과열이 큰 문제로 보여지지는 않으며 앞으로 상황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내달까지는 금리인상의 시점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특히 선거철 직전에 금리를 움직일 경우, 경제 외적인 요인에 따른 작위적 행동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아 선진 중앙은행 들은 선거직전에 금리를 움직이는 사례가 없다는 점도 박 총재 내정자가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정권 말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정책 관련 당국과 원활한 정책협조를 통해 통화정책을 어느 수준까지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 지는 회의적인 시각도 팽배하다.

한은 노조는 이 점을 우려한 듯 성명서를 통해 “신임 총재 내정자는 내년도 새 정부에서도 감히 교체시비가 일지 않도록 국민들이 믿고 공감하는 통화신용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쓴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생적 한계”회의적 시각도

금융계 일각에서는 박 총재 내정자가 정부 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6공 노태우 대통령 시절 ‘성장 중심’의 정책을 펼친 경력과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을 맡아 정부 부처와 이미 손발을 맞춰왔을 뿐 아니라 이들의 추천을 통해 한은 총재로 내정됐다는 점이 그의 태생적인 한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영원한 한은 맨’이라고 내세우는 박 총재 내정자는 “한 달이나 일년을 일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사심 없이 봉사한다는 각오로 일하겠다”며 “경제 전문가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국제수지가 균형을 이뤄 성숙한 경제가 되도록 하는 게 나의 꿈이자 임무”라고 밝혔다.

박 총재 내정자는 1961년 한국은행에 입행, 15년간 근무했고 84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88년엔 건설부 장관을 맡아 200만호 주택건설 사업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 분당ㆍ평촌, 중동 외에 한강 이북에도 신도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일산 신도시를 추가로 세운 신도시 열풍의 주역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분양가 자율화 발언으로 주택가격 폭등을 유발한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쓴 잔을 마셔야 했다.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3/2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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