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진사댁, 레시피

◈ 한식- 진사 댁

1960~70년대 고급 요리 집에서 차려내던 밥상을 옮겨 놓은 것이 요즘의 한정식이다. 한정식 하면 예전엔 큰 상을 덮을 듯이 차려지는 음식의 가짓 수를 우선으로 따졌다.

하지만 요즘은 음식의 버라이어티 보단 ‘우리집 만의 그 무엇’을 내세우는 기조가 우세하다. 그 만큼 손님들의 입맛이 까탈스러워 진 것이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의 한정식 집 ‘진사 댁’은 갈치 회와 고등어 회 등 싱싱한 제주산 회를 올리는 것이 상차림의 포인트다. 갈치 회 전문 식당인 제주 물항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보니 매일 아침 비행기로 공수해 오는 제주도의 회와 생선들이 상에 오른다.

점심(2만원)상에는 쇠고기 편채, 녹두전, 삼합, 갈치회, 갈치조림, 간장 게장 등의 15가지 이상의 음식이 차려져 나온다. 음식마다 제 맛이 살아 있지만 간간한 간장게장이 별미.

저녁에는 3만5,000원과 5만원짜리 두 종류가 있는데 점심 메뉴에 갈비구이와 탕평채, 새송이 버섯요리, 육회 등이 추가된다. 5만원짜리 상에는 여기에 보다 다양한 횟감과 수삼, 갈치 구이 등이 더 차려진다.

차려지는 음식의 가짓수로 따지자면 크게 내세울 만한 집은 아니다. 그러나 너절한 것을 잘라내고 알짜만을 선별 할 줄 아는 안목이 특징. 따라서 식사를 하고 나면 뭘 먹었는지 음식의 종류와 맛이 파노라마 같이 기억되는 것도 여타 한정식 집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일반 한옥을 개조, 토속 미를 가미한 식당은 크지 않은 아담한 규모. 저녁시간엔 마당 가운데서 가야금과 대금 등 국악을 연주해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주중에 예약이 밀려 자리 잡기가 만만치 않지만, 주말엔 비교적 여유가 있다. (02)715-9605


◈ 양식- 레시피

적당한 가격에 맛과 분위기 3박자를 모두 갖춘 양식집 찾기란 쉽지않다.

모처럼 부인이나 애인과 호젓한 분위기 속에서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양식집을 찾지만 양식 간판을 내건 스파게티 집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괜찮은 집은 너무 비싸고, 저렴한 곳은 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도산공원 부근의 ‘레시피’(recipe)는 누가 “괜찮은 양식당이 없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추천할 만한 식당이다. 식당을 추천해주고도 “별루~”라고 타박을 듣는 경우가 있지만 레시피만은 늘 좋았다는 인사가 돌아온다.

이 곳은 유럽의 어느 작은 식당 같은 분위기의 30석이 될까 한 자그만 식당. 식당의 분위기도 깔끔하고 세련미가 넘친다. 식탁의 셋팅이나 식기의 고급스러움도 격조를 느끼게 한다. 안주인이 직접 조리 장을 맡고 있는 것도 색다르다.

유학간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4년간 호주에 머물며 요리공부를 했다는 그의 솜씨는 이젠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정도. 셋트 메뉴만을 전문으로 하며, 예약 손님 수만큼 재료를 준비해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이 곳을 찾기 전 예약은 필수다.

세트 메뉴는 스프로 시작한다. 호박. 양송이, 야채스프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것이 입맛을 당긴다. 전채로는 퓨젼 풍의 참치회 무침과 허니머스타드 드레싱의 샐러드로 이어진다.

메인 요리는 몽골리안 소스의 스테이크나 메로구이 중 한 가지를 고를 수 있다.

단 메로구이는 예약 시 미리 얘기를 해두어야 가능하다. 양은 적지만 입에서 사르르 녹는 메로구이는 정말 부드럽다. 스테이크는 고기 질이 예전만 못해진 듯한 느낌이 들지만 주인은 “그럴 리가 없다”며 펄쩍 뛴다. 커피와 케이크로 마무리 한다. 가격은 일인당 3만원. 새우를 추가하면 3만5,000원.

점심엔 전채가 생략되는 대신 저녁보다 5,000원 저렴하다. 주인은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푸념을 하면서도 몇 년째 음식 값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02)543-0277.

입력시간 2002/04/01 14:1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