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경제서평] 오너십이 기업 운명을 지배한다

지배구조와 신경제시대의 기업가치는?

▣ 오너십이 기업 운명을 지배한다 (롤프 칼슨 지음/ 박행웅 이종삼 옮김 /김영사 펴냄)

기업은 누가 지배해야 하는가.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인가, 아니면 전문 경영인인가. 소유 경영은 악(惡)이고, 전문 경영은 선(善)인가. 이 같은 기업지배구조 문제는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진입 이후 우리나라에서 ‘화두’가 됐었고, 지금까지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지적 되면서부터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이것이 진리다”라며 자신 있게 말 할 사람이 있을까. 기업지배구조는 나라별로, 민족별로, 지역별로 각기 다르다는 것이 일반론일 것이다.

하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이 같은 주장은 어떻게 보면 참으로 무책임하다. 세계화의 급진전으로 국경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이라도 더 효율적인 구조가 분명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유 경영의 좋은 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좋은 소유권이야말로 기업의 지속적인 가치 창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21세기는 소유권의 시대이며,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여부는 소유권 품질의 우수성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원 제목인 ‘Ownership and Value Creation’이 말하듯, 소유권과 기업의 가치 창조와의 관계를 다루었다. 지금까지 기업지배구조를 주제로 한 책들이 주로 책임지는 문제와 세력 균형 문제를 다룬 것과는 비교가 된다.

저자의 입장은 명확하다. 그는 소유권에 대한 우려와 열정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소유권이 경시되는 이 시점에서 소유권의 은총에 관한 복음 전파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포드의 헨리 포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CNN의 데드 터너 등을 예로 들면서 소유에는 열정이 필요한데, 그 열정이 비전과 아이디어를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간단하다. ‘소유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소유권 기능은 시장경제에서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소유권의 특성이 지속적이 가치 창조에 큰 차이를 만든다.

21세기에 두 가지 메가급 변화 세력인 세계화와 신경제는 새로운 도전이고, 빠르게 확산되는 기술과 기업가 정신은 엄청난 자산이다. 이런 자산을 지속적인 가치 창조와 비즈니스 성과로 변화시키려면 역량 있고 부지런한 소유권이 추가되어야 한다. 그래서 ‘전략적’ 기업지배구조라는 용어가 필요하다.

소유권 기능과 관련한 중요한 사건은 1980년대 중반에 시작한 미국의 기업지배구조 운동이다. 이 운동은 소유주가 기업을 지배해야 한다는 것으로, 소유권 기능을 강화하는데 목표가 있었다. 이사회와 경영진이 소유주에게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 이 운동의 선구자인 캘리포니아 주정부 연금기금인 캘퍼스(CalPERS)와 함께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운동의 동향을 집중 소개하고 있다. 1990년대 전반 미국에서 큰 진전을 했고, 수년 후 영국에서 뒤따르고, 90년대 말 다른 국가들에서 큰 관심을 모으면서 개혁 분야가 된 기업지배구조는 신경제 시대에 그 중요성이 전례 없이 강조되고 있다.

경쟁이 심해지고 위험요소가 많아지면서 리스크 캐피털 관리가 중요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불확실한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할 주체가 더 중요해지면서 소유권의 역할이 증대된 것이다. 도처에 위험이 깔려있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시대 상황이 만든 ‘자연스런’ 현상인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심도 깊은 사례 분석으로, 대표적인 것이 스웨덴의 왈랜버그 그룹에 대한 사례 연구다. 3부로 구성된 책의 2부와 부록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 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는 그룹 중의 하나로, 5대 150여 년에 걸쳐 유럽의 벽지인 스웨덴을 최선진국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순수 지주회사를 통한 자회사들의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개혁으로 ABB, 아스트라제네카, 에릭슨, 스카니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키워낸 것이다.

이 책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경영서와 비교하면 무척 어렵다. 쉽게 읽혀 지지가 않는다. 저자는 세계의 투자 금융 및 비즈니스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을 위해 썼으며, 많은 내용은 정치가와 공공 행정관에게 한 말이라고 밝히면서, 이 책이 읽기 쉽고 행동에 옮길만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판단은 독자 몫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입력시간 2002/04/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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