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주문형 인터넷 출판

출판업계에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다. 인터넷 등 온라인 매체가 인기를 끌고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상품이 봇물을 이루면서 상대적으로 인쇄 매체를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독서 인구의 감소는 서점의 감량 경영을 부채질하고 있다.

1997년 말 우리나라 오프라인 서점은 5,170개였다. 이들 중 98년에 273개, 99년 302개, 2000년에 1,136개, 2001년 400개 등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2,100여 개가 문을 닫아 이제 서점 수는 3,000개 안팎에 불과하다. 서적의 반품 비율도 전체의 50%를 넘어 생존한 서점 역시 울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온라인 서점이나 e북 등을 제시하지만 아직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해 미래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문형 인터넷 출판(POD ; Publish On Demand)'은 불안한 출판 시장에 희망이 되고 있다. 인터넷 출판의 장점은 원고 작성에서 제본에 이르는 출판의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해 출판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독자가 원하는 책을 찍어 내 재고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일부 업체는 최종 인쇄된 책을 친지와 친구들에게 일일이 배송까지 해 준다.

이미 미국에서는 아마존닷컴이 독자의 수요를 미리 파악에 입맛에 맞는 책을 출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POD사이트로 아이올리브(www.iolive.co.kr)를 꼽을 수 있다. 아이올리브는 네티즌이 직접 쓴 글과 이 회사가 판권을 가지고 있는 문학 콘텐츠 중에서 책의 내용물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책의 제작 과정은 간단하다. 우선 책에 들어갈 시나 소설 또는 자신의 글을 모은 뒤 서체, 목차, 표지 형식 등을 지정하고 미리 보기를 통해 완성본을 살펴본 후 ‘출판’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이 후 자료 전송, 디지털 인쇄, 책 제본 등을 거쳐 2~4일 후에는 자신이 제작한 책을 받아 볼 수 있다. 자신이 만든 책을 책방 코너에서 판매할 수도 있다. 아이올리브는 책 제작에 도움을 주기 위해 현재 10만여편의 시를 각 주제별로 분류해 놓았으며 앞으로 소설 수필 희곡 등 각종 문학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나 만의 시집을 만들거나 개인적인 연애 편지, 육아 일기를 책으로 묶어 내는 네티즌이 크게 늘고 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키스북(www.kissbook.com)은 책 외에도 잡지와 노트, 편지지 등 다양한 형식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과 잡지에 소개될 문구를 보내 주면 잡지 형태로 책을 만들어 준다. 특정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맞춤 출판도 가능하다. 편집이나 내부 디자인까지 자신의 입맛에 맞춰 ‘요리(?)’ 할 수 있다. 잡지의 경우 권당 15만~20만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연인을 위한 사랑 고백 서적을 출간해 주는 체리북(www.cherrybook.com)도 정해진 기일 안에 회원이 글을 완성하면 무료로 책을 만들어 주고 있다. 발렌타인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단순히 원하는 책을 출간 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을 사랑하는 독자와 유명 저자를 사이버 상에서 직접 연결해 기획 아이디어, 편집과 디자인은 물론 앞으로 출간될 책의 내용까지도 공유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구상 중이다.

POD가 100여년 동안 이어 온 인쇄 출판 시장에 변화를 위한 조그만 디딤돌이 되고 있다.

강병준 전자신문 정보가전부 기자

입력시간 2002/04/0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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