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김정일의 속셈은 …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비만형의 두 사람이 3월 28일 평양에서 만나 악수하는 사진을 본 순간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각별한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아버지를 이어 국가 최고지도자가 됐기 때문이다.

‘대(代)를 이은 정상외교’는 1964년 5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메가와티의 아버지 수카르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함으로써 ‘1세대 정상외교’의 장이 열렸다.

이후 양국관계는 1965년 4월 반둥회의 기념행사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답방한 김 주석이 수카르노 대통령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가까워졌고 비동맹 운동을 함께 하면서 더욱 돈독해졌다.

김 주석은 수카르노 대통령이 “앞으로 이 꽃을 ‘김일성화’로 부르겠다”며 선물한 난초과의 자주색 꽃을 북한으로 가져와 북한의 대표적인 꽃으로 만들었다. 23세의 청년으로 아버지를 따라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던 김 위원장이 18세였던 수카르노 의 딸 메가와티를 만났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후 김 위원장은 1998년 9월 국방위원장에 올랐고 메가와티 역시 지난해 8월 대통령에 취임했다. 자카르타와 평양에는 수카르노와 김일성의 동상이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으며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부친의 유업의 계승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평양을 방문했던 메가와티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을 계속 뵙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는 남쪽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고 싶고, 빠른 시일 내 대화가 속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이 서울 답방 또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희망을 피력한 것인지 여부는 불명확하다.

북한은 그 동안 남북이나 북미간의 대화를 계속 거부하다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있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아직 가늠키 어려우나 일단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북한은 미국의 강경한 정책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으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 남북 대화를 다시 복원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방북 이후 남북과 북미간에 일정한 대화의 틀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대화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WMD)와 핵 사찰 및 재래식 전력 감축 문제 등 까다로운 현안들이 쉽게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 강경파가 주류인 현 부시 정부는 공산주의자들은 힘으로 밀어 부쳐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만큼 북한에게 일방적인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향후 남북 및 북미 관계는 임 특보의 방북 결과에 따라 4월 8,9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개최되는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와 16~19일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외무장관 회담 등에서 조율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있는 국내 정치권에서 남북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도 중요한 변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아버지에 이어 ‘김정일화’라는 꽃까지 만든 김 위원장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메가와티와는 달리 북한을 마음대로 통치하는 ‘신의 손’이기 때문이다.

이장훈 주간한국부 부장

입력시간 2002/04/0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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