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교회는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충격적 성추문으로 얼룩진 가톨릭, 은폐 의혹으로 더 큰 파장

충격적인 것은 한 두 건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보스톤에서 로스앤젤레스, 세인트루이스, 필라델피아와 팜 비치, 그리고 워싱턴, 포트랜드, 메인, 브리지포트에 이르기까지 성추문이 마치 더럽혀진 성의(聖衣)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포감마저 불러일으키는 부분은 사건의 특이함이 아니라 섬뜩할 정도로 모든 사건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가톨릭 신부가 어린이를 성적으로 추행하고, 교단은 이를 은폐하려 한다. 그것이 댄 신부이건, 올리버 신부이건, 로코 신부이건, 신부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악몽같은 시간들, 성직자의 길 포기

30년전 프랭크 마티넬리는 감수성 예민한 14살의 복사로 신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러나 그가 꿈꾸던 성스러운 미래는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에 있는 성 세실리아 성당의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신부 로렌스 브레트를 만나면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어느날 워싱턴으로 여행을 떠나던 길에 브레트 신부는 어린 프랭크를 목욕탕에서 애무하기 시작했다. 마티넬리는 브레트가 집으로 운전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기에게 오럴 섹스를 강요했으며, 그것이 세례를 받는 것 같은 성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프랭크는 너무 수치스럽고, 두렵고, 이해할 수 없어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54세가 된 마티넬리는 결국 신부가 되기를 포기했다. 그는 결혼했고, 아들을 두었으며, 지금 밀워키의 한 비영리 재단에서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인생은 설명할 수 없는 혼돈과 분노, 좌절과 불신으로 망가졌다.

1991년 어느날 밤에야 비로소 그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코네티컷주에 사는 옛 친구와의 통화에서 그 친구도 비슷한 일을 당한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마티넬리는 “맞아, 나도 그 일을 당했지”라는 깨달음과 함께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1년후 코네티컷주 뉴 헤이븐 법정에 브레트 신부와 브리지포트 교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브리지포트 교구는 에드워드 이건 주교가 이끌고 있었다. 브리지포트 교회 지도자들은 1964년부터 브레트 신부의 성적 경향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신고하거나 다른 성직자들에게 경고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그에게 계속 교구 책임을 맡겼다. 1990년 이건 주교는 브레트 신부를 만난 후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그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그를 브리지포트의 신부로 돌아오게 했다.

1992년 11월 브레트는 스스로 경솔한 행위를 했다고 고백했고, 뒤이어 두 차례 더 고백을 했으나 신부직은 계속 유지했다. 마티넬리의 진술이 나온 것은 그 무렵이었다. 때맞춰 또 다른 피해자도 나왔다. 일주일 후 이건 주교는 마침내 브레트 신부에게 교단에서 물러나라고 말했다.

1997년 중반 배심원은 교구가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결정, 마티넬리에게 100만 달러 가까운 보상금을 지불하도록 했다. 항소심에서 보상 결정이 기각되었으나, 후에 밝혀지지 않은 액수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현재 브레트 신부는 자유의 몸이 되어 있으며, 공식적으로 아직도 신부이다. 뉴욕의 추기경이며 대주교이며 미국에서 가장 고위 성직자로 꼽히는 이건 신부는 현재 브레트 신부뿐만 아니라 브리지포트를 떠들썩하게 한 다른 신부들의 성 추문관련 의혹들을 은폐하려 했다는 강한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마티넬리는 아직도 위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건 주교가 공적으로 사과만 했더라도 보상금 없이도 합의 했을 것이라고 마티넬리는 말한다.


성추행 범죄로 수천 명이 상처

프랭크 마티넬리처럼 상처를 입은 수천명의 신도와 브레트 신부 같은 수백명의 사제, 그리고 범죄를 묵인한 주교단이 지금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위기는 나날이 커져 현재 전국적으로 2,000명의 신부들이 고발되었고, 피해자의 신고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신도들의 마음이 상처를 받았고, 교회는 신뢰를 잃었다. 강력한 조직이 범죄 그 자체보다 범죄를 은폐는 것이 더 나쁘다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 할까.

가톨릭 교회는 부도덕함에 대해 수 십년 동안 침묵했으나, 요즘처럼 열린 세상에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그들이 설교를 할 때, 고통을 받고 분노하며 좌절한 신도들에게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신부는 예수님이 인간을 구원한다고 설교하지만 정작 교회는 구원을 받을 수 있을지 신도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몇 주간의 침묵을 깨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애매한 성주간 메시지를 보냈다.

그 메시지는 “성직자로서 우리들은 규율을 어긴 일부 형제 신부들의 죄로 인해 매우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다”며 피해자들에게 “염려한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런 말로는 구체적인 사태의 해결을 원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건 주교는 팜 선데이 주보를 통해 부정한 행위를 감독하는 자신의 정책을 다시금 언급한 뒤 피해자들에게 사건을 경찰로 가져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은 마치 변호사처럼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변호했다. 부패한 성직자를 다시 불러들인 것은 전문가의 조언에 따른 것이며, 모든 사건은 자신의 전임자 시절에 터진 것이라는 것 등이다.

우리들 중 많은 사람은 보스턴 글로브지가 존 지오간 신부가 성추행을 은폐했다는 보도를 접한 지난 1월 이후 카톨릭교단에 만연한 성 추문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러나 성직자와 교회 당국은 얼마나 성적 비행의 뿌리가 깊으며, 얼마나 넓게 퍼져있으며, 또 얼마나 빈번히 일어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교회 당국은 1985년 루이지애나 법정에서 길버트 고테 신부가 수 십 명의 어린이들을 성추행한 혐의가 인정돼 20년형을 선고 받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교황청, 미온적 태도 보여

그 후 더 많은 추행사건이 발생했고 , 더 큰 액수의 합의금이 오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미진했다.

법률가이며 워싱턴의 바티칸 대사인 토마스 도일 신부는 범죄를 저지른 신부가 어린이들 곁에 가지 못하도록 하고, 피해자는 구제해주며, 일반인들은 진실을 알아야 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1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작성했다.

그러나 새로운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교단에서는 그것이 예외적인 사건이며, 카톨릭에 반대하는 미디어에 의한 카톨릭 탄압이라고 번번히 주장해 왔다.

가톨릭 교단은 매우 엄한 서열사회이며, 상층부가 지시를 하달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순종하는 신부는 권력 앞에 머리를 조아리면서 승진하고, 관료적인 기술과 엄한 교리를 함께 습득하게 된다.

추기경이 될 때 그들은 교황 앞에서 “교회를 해치는 어떠한 추문이 터져도 신념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맹서한다. 성 추문에 관한 바티칸 교황청의 공식입장은 각 교구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이다.

정리= 김경철 주간한국 차장

입력시간 2002/04/04 18:44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