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아마추어 골퍼의 자세

골프 스윙은 크게 4가지가 있다. 첫째가 빈 스윙, 두 번째가 공을 자신 앞에 놓고 실제로 치는 스윙, 세 번째가 필드에서 치는 스윙,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승을 앞두고 마지막에 승패를 가릴 때 하는 스윙으로 분류할 수 있다.

언뜻 보면 골프 스윙이라는 것이 다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처럼 상황에 따라 스윙은 천차만별이 된다.

많은 일반 아마추어들이나 대회에서 뛰는 선수들, 또는 내기를 즐겨 하는 아마추어들도 같은 스윙을 하겠지만 마음자세는 아마도 확연히 다를 것이다.

한 예로 잘 치고 있다가 내기만 하면 무너지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많이 있다. 이처럼 단돈 100원이라도 내기를 하기만 하면 스윙이 무너지는 아마추어들은 내기하는 순간부터 마음의 평정을 잃은 것이다.

그것은 골프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들도 마찬가지다. 평소 라운딩 때는 완벽한 스윙 템포를 구사하면서도 정작 큰 타이틀이 걸린 대회에 나서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프로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누구나 다 마음과 몸이 일치한다면 정말 우승 못하고, 싱글 못치는 골퍼는 없을 것이다.

이런 마음의 평정은 연습장에서 연습 스윙을 하면서 얼마든지 훈련을 행할 수 있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연습장에서 공을 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성의 없게 스윙 하거나 공을 툭툭 버리시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런 아마추어들은 거의 예외 없이 필드에 나가면 샷을 하기 전에 공을 앞에 두고 빈 스윙을 3~4번씩 휘두른다. 필드에서 이런 빈 스윙은 마음의 평정에는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나 샷 자체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너무 잦은 빈 스윙은 처음 만들어진 스탠스를 망가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두번이면 충분하다.

연습장에서의 스윙은 필드 나서면 한 타 인데, 연습장에서 왜 의미 없는 스윙을 하는지 의아스럽다.

물론 연습장에서는 골프장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샷을 했을 때 실수 부담도 없지만, 그래도 필드에 나가 좋은 게임을 하려면 연습장에서부터 마음가짐을 달리 가져야 한다. 필드에서 치는 것처럼 스윙 하나 하나에 정신을 집중해 볼을 아껴 쳐야 한다.

미국의 PGA 프로인 비제이 싱은 연습공 20개를 치는데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아마 국내 아마추어 골퍼들은 단 10분도 안 걸릴 것이다. 싱은 공 하나를 치는데 적어도 빈 스윙을 5번 이상 한다고 한다.

그리고 20개 정도 치면 힘들어서 쉬었다가 다시 연습을 반복한다고 한다. 그래서 연습시간은 길지만 치는 공의 개수는 하루에 200개 정도에 불과하다.

참고로 미국 드라이빙 레인지의 공 대여로는 비싸다. 볼 50개에 5달러 정도인데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6,500원 정도다. 그러면 공 한 개엔 130원인 셈이다.

그래선지 미국에서 치는 아마추어들은 그립도 막 잡기 전에 부담 없이 동네의 퍼블릭을 찾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연습장은 5달러를 내면 볼 50개 밖에 못치지만 골프장은 아주 싼 경우 1달러만 내면 맘 대로 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미국에서 연습장을 ‘제 2의 슬롯머신’이라고 부른다. 슬롯머신을 잡아 당길 때처럼 볼 하나하나를 칠 때 신중히 고심한다는 이야기다. 프로인 본인도 그간 누구 못지않게 많은 공을 쳤지만 치는 양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세로 치느냐가 중요하다.

이렇게 지나간 골프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연습을 한 것이 아니라 ‘공과 나중에서 누가 이기냐’ 하는 씨름을 한 것 같다. 비제이 싱은 아마도 연습볼 하나도 대회에 마지막 순간에 우승샷을 앞두고 치는 자세로 임했을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본격 시즌을 앞두고 말해주고 싶다. 연습공의 양만 늘리지 말고 공 한 개에도 목표를 가지고, 이미지 상황을 만들면서 연습에 임하라고. 그러면 어떤 극한 상황이 와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스윙을 하는 훌륭한 골퍼가 될 것이라고. 마음의 상태는 곧 스윙의 상태와 직결 되니까...

박나미 프로골퍼·KLPGA정회원 올림픽 콜로세움 전속 전 국가대표

입력시간 2002/04/0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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