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 산] 대둔산

대둔산(大芚山ㆍ해발 878m)은 돌산이다. 편편한 바위가 아니라 솟구친 뾰족돌이다.

‘저 산을 어떻게 오를까?’ 보는 것만으로도 땀이 난다. 물론 땀만 나는 것은 아니다. 감탄도 나온다. 누가 꼽았는지는 모르지만 예로부터 전국 10대 명산에 들었다. 기세가 출중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2개도(충남, 전북) 3개 시군(논산시, 금산군, 완주군)에 걸쳐 있는 대둔산의 입구는 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 쪽이다.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밀집해 있고 산의 8부 능선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이 곳에서 출발한다. 길은 초입부터 하늘을 향한다. 처음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돌 계단과 돌 언덕의 연속이다. 난코스마다 철 다리와 계단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다. 약 1시간을 땀을 흘리면 동심바위. 동심바위부터는 힘이 덜 든다. 경사가 완만해진 것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산행의 재미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즐거움이 금강구름다리. 임금바위와 입석대라는 두 개의 바위 봉우리를 연결하는 높이 81m, 길이 50m의 철 다리이다. 견고하게 바위에 고정된 철 다리이지만 다리 가운데에서 몸을 움직이면 흔들린다.

바람이 불면 더 흔들린다. 그 때는 철 다리가 아니라 출렁 다리이다. 대부분 난간을 붙잡고 눈을 거의 감은 채 서둘러 다리를 건넌다. 아래를 내려다 보거나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러나 금강구름다리는 시작에 불과하다.

다리를 건너면 약수정. 잠시 발걸음을 옮기면 삼선구름다리가 기다린다. 삼선구름다리는 다리라기 보다는 계단이다. 하늘로 치솟은 와완 바위의 꼭대기까지 교각이 없는 다리계단을 매달아 놓았다.

각도는 약 50도, 계단은 모두 127개이다. 한달음에 뛰어 오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계단의 수가 조금 버거운 데다가, 중간에 잠시 쉬자면 허공에 머물고 있다는 공포가 엄습하기 때문이다.

삼선구름다리 위는 더욱 가파른 돌길. 모두 길 옆의 난간을 붙잡고 오른다. 오르며 쉬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정상인 마천대이다.

‘하늘을 대하는 봉우리’라는 의미의 마천대에는 커다란 정상탑이 있다. 대둔산 개척 기념탑이다. 높이 10m가 넘는 탑으로 해발 800m 이상의 산 정상에 만들어진 조형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클 것이다.

마천대에서 내려다 본다. 주차장을 포함한 관광지구 시설과 케이블카, 구름다리 등이 펼쳐진다. 바위 산에 만들어 놓은 거대한 놀이공원 같다. 눈을 들면 봉우리의 파도가 펼쳐진다. 덕유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맑은 날이면 진안의 마이산, 지리산 천왕봉까지 볼 수 있다.

명산마다 명찰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 고찰 태고사, 영주사 등의 절이 산자락에 있다. 태고사는 신라 신문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 원효가 12승지의 하나로 꼽을 정도의 명당에 위치하고 있다. 6ㆍ25때 대부분 불에 탔고 현재의 절집은 그 이후 지어졌다. 대둔산의 주능선에 있다. 참배가 아니라 아예 등산이다. 약 2시간 정도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영주사는 황산벌전투에서 피를 흘린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창건된 절이다. 정확한 창건연도는 알 수 없지만 원래 이름은 영은사였다.

이 절 또한 6ㆍ25때 모두 소실됐고 지금의 건물은 최근에 지어진 것들이다. 노천 오백나한이 이 절의 명물이다. 나한 하나의 크기는 갓난아이 정도. 절 한쪽의 절벽에 모셔져 있다. 모두 다른 표정의 미소를 짓고 있다.

권오현 생활과학부 차장

입력시간 2002/04/0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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