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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산 산] 포천 명성산

[산 산 산] 포천 명성산

명성산(鳴聲山ㆍ해발 922.6mㆍ경기 포천군과 강원 철원군의 경계)은 이름만 생각할 때 눈보다는 귀로 느끼게 된다. 산이름의 뜻이 ‘울보’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몇 가지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 태자가 망국의 한을 가슴에 품고 금강산으로 향했다. 도중에 들른 곳이 이 산. 왕자가 목을 놓아 울자 산도 함께 울었다. 그래서 울음산이 됐다.

궁예의 이야기도 있다. 왕건에게 왕의 자리를 내주고 패주가 되어 도망치던 궁예도 이 곳에서 울었다고 한다. 패주골, 왕건의 군사가 쫓아 오는지 망을 보던 망무봉 등 인근의 지명이 전설을 뒷받침한다.

명성산은 정면에서 보면 기가 질린다. 몇 개의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아있는 형상이다. 암벽 등반 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오르지 못하겠다 싶을 정도로 기세가 대단하다. 그러나 길은 있다.

오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 자인사 코스와 등룡폭포 코스이다. 자인사 코스는 바위산 사이로 난 거친 너덜지대(바위지대)를 거의 직선으로 오르는 길이고 등룡폭포 코스는 돌봉우리를 우회하는 평탄한 계곡길이다. 자인사 코스는 힘들다.

초행일 경우이거나 가벼운 산행을 할 때에는 등룡폭포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등룡폭포 코스는 아이들도 쉽게 오를 만큼 평탄하다. 그리고 풍광이 아름답다. 정상에 이를 때까지 계곡과 함께 한다.

굵직굵직한 바위를 맴돌아 계류가 흐른다. 그 물줄기위로 신록이 터널처럼 덮여 있다. 대부분이 단풍나무이다. 새싹부터 붉은 것이 있다. 가을이 오면 천지가 빨갛게 물든다.

약 2시간 정도 산보하듯 걸으면 숲이 엷어지면서 평탄한 분지가 눈에 들어온다.봄과 여름에는 온갖 야생화가 만개하는 이 분지는 가을이 깊어지면 완전히 억새의 차지이다. 요즘은 꽃대만 남은 마른 억새가 바람에 흩날리고 사이사이로 연두색 새 순이 돋는다.

명성산 정상에 오르려면 억새밭에서 삼각봉을 거쳐 왕복 4시간 정도 더 올라야 한다. 가벼운 트레킹을 원했다면 억새밭이 반환점이다. 삼각봉으로 향하는 길목의 암릉까지 약 20분 정도 더 올랐다가 내려가는 것이 좋다.

암릉을 고집하는 것은 발 아래 풍광을 보기 위해서다. 산정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단풍이 붉게 물든 봉우리 사이로 거울 같은 호수가 드러난다. 한화 리조트의 건물과 어울려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다리가 웬만큼 풀렸다면 하산 길은 자인사 코스를 택해 봄 직하다. 길은 거대한 두 개의 바위봉우리 사이로 나 있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부서진 돌이 쏟아져 내리는 돌길이다. 네 발로 기어야 할 만큼 가파르다. 게다가 놓여진 돌들이 불안정해서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일쑤이다. 비록 하산 길이지만 땀이 쏙 빠진다. 약 1시간 30분. 자인사 건물 지붕이 눈에 보이면서 산행은 끝난다.

자인사는 호수와 명성산의 경계에 위치한 절. 원래 혜공 스님이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서 창건한 절로 1965년 이 곳으로 옮겼다. 절 마당에서 웃고 있는 큰 석불이 인상적이다. 경내에 맑은 샘물이 솟는데 맛이 좋다. 자인사 코스로 명성산에 오르는 이들은 이 샘물로 수통을 채운다. 하산의 목마름도 해결한다. 목을 축이고 다리를 쉬며 석불을 참배한다. 등산객의 얼굴에도 미소가 돈다.

<사진설명> 명성산 자인사의 석불. 등산길 혹은 하산 길을 미소로 격려해준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2/04/0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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