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합작 중공업 분야 첫 결실, 평화자동차 탄생

북한 남포시에 자동차 종합공장 준공, 남북경협 선례 남겨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 북한의 노동력이 합작한 평화자동차 종합공장 준공식이 4월 6일 북한 남포시 항구 구역에서 거행돼 본격적인 승용차 생산에 들어갔다.

이번에 준공된 평화자동차 종합공장은 남북한이 함께 북한에 합작 형태로 세운 최초의 승용차 조립ㆍ생산 공장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사업을 주도한 평화자동차총회사는 남측의 ㈜평화자동차(대표 박상권)가 70%, 북측의 조선련봉총회사(총사장 리정철)가 30%를 출자한 합영회사다.

준공식에는 남측 박보희 한국문화재단 이사장과 박경윤 금강산 국제그룹 회장을 비롯해 북측에서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겸 아태평화위 위원장,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주일철 내각 참사, 량문범 평화자동차총회사 부총사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특히 비가 내리는 악천후에도 3,000여명의 북한 주민들이 자리를 지키는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북한 중앙방송은 이날 “김 아태평화 위원장이 평화자동차 종합 공장 준공식에 참가한 대표단을 만나 동포애의 정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담화했다”고 전했다.


연산 10만대 생산공장으로 키울 계획

이번 평화자동차 사업에는 1단계 수리 개조공장 건설비 666만달러, 2단계 조립 공장 건설비 4,737만달러, 자동차 전시장 신축 및 주유소 3곳 건립비 133만 달러 등 총 5,500만 달러(약 710억원)가 투입됐다.

이 공장에서는 현재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배기량 1,580㏄급인 씨에나(Siena) 모델을 조립ㆍ생산하고 있다. 이 승용차는 16밸브 DOHC 엔진으로 시속 100㎞를 단 10초만에 올릴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추고 있다. 평화자동차는 앞으로 약 1만대 가량을 조립ㆍ생산해 북한 상주 외국기업체와 관공서 등에 판매할 계획이다.

자동차 가격은 기본형이 1만달러(약 1,300만원), 고급형은 1만4,000달러(약 1,820만원) 수준이라 일반 북한 서민들은 구입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곳에는 남한과 이탈리아 피아트사 핵심 기술진 20명과 북한 노무자 320명 등 총 340명이 근무하고 있다.

평화자동차측은 앞으로 자동차 부품 기지와 연산 10만대의 완성차 조립공장을 추가 건설해 중국 일본 등 외국으로 판매망을 늘려갈 계획이다. 현재 일본과 유럽에서 주문자생산부착방식(OEM)의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이와 함께 평화자동차 측은 2003년부터 왜건인 도블리 자동차를 포함해 트럭 구급차 소방차 등 특수 자동차까지 차종을 확대해 남포 일대를 북한 내 자동차 공단으로 만들 구상을 갖고 있다. 평화자동차측은 연간 5,000대가 생산되는 3년 후면 손익 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평화자동차 공장 준공은 의류, 신발, 전자제품 조립생산 등 단순 임가공과 인터넷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수준에 머물렀던 남북 경협을 한단계 끌어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1대에 철강 비철금속 고무 유리 등 약 2만3,000여개의 각종 부품이 들어가는 분야이기 때문에 북한 부품 산업의 발달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상호간 합리적 투자 방식

평화자동차 준공식에 참가하고 돌아온 황선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회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평화자동차가 들어서게 된 남포시는 평양과 10차선 도로가 개통돼 있는 북한 최고의 수출 전략지”라며 “이것은 북측이 평화자동차에 거는 기대가 각별히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그간 남측에서 무려 100여개 업체가 진출했지만 현재 추진되는 것은 불과 18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1991년부터 시작해 11년만에 결실을 거둔 평화자동차 사업은 기존의 무조건적인 일방적 대북 투자가 아니라 남북 상호간의 긴밀한 협조와 합리적 투자 방식에 의한 결실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진행될 남북 경협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4/09 15:58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