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1만명 시대] 재교육 열기로 가득한 변호사 사회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지하1층.

주말을 맞은 토요일이지만 오후 5시40분이 넘어도 전국에서 모인 160명의 변호사들은 강의실을 가득 매운 채 딱딱한 나무 책상의자에서 한 명도 흐트러진 모습 없이 진지하게 강의를 경청하고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변호사연수원이 변호사 재교육을 위해 마련한 ‘전문분야 특별연수’의 16번째 과정인 ‘지적재산권’ 강의에는 당초 참여인원을 넘는 320명의 신청자가 몰려 160명씩 2개 반을 편성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이날 강의를 듣는 ‘학생’ 변호사 중에는 법조경력 3년 미만의 신출내기 변호사 뿐 아니라 50대 중반의 법조경력 15년차로 판사 출신인 홍진원 변호사와 법무법인 김신&유 파트너 변호사로 최근 개업한 신흥식 변호사 등 법조계의 기라성 같은 중견 원로급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강의를 맡은 권영모(48)변호사는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고 당황했다”며 “그러나 1개월 강의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들의 뜨거운 학구열을 실감한 후 한층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역 변호사들이 전문지식 확보를 위한 재교육에 고시공부 못 지 않은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성 확보’가 변호사 업계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변협이 주최하는 특별연수에 참여하는 변호사 수도 1997년 45명에서 지난해 292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교육과정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지식재산권 및 조세와 회사정리, 금융, 의료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금융ㆍ증권 전문변호사가 되기 위해 재무분석사(CFA)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라는 삼성증권의 이학기 사내변호사는 “모든 분야를 건드리는 동네 개업의 같은 ‘제너럴리스트’ 변호사로는 더 이상 버티어 내기 어렵다”며 “전문의처럼 전공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대학이 마련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에도 수많은 변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초 입학식을 치른 서울대 공정거래 분야 연구과정에는 전체 정원(71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4명의 변호사가 등록했다.

한편 대다수 중대형 로펌들도 1주일에 1,2회씩 은행 증권사 대기업 등의 임직원을 초빙, 1시간 가량 금융과 기업법무의 실무 처리과정을 듣는 사례도 늘고있다.

변호사별로 금융 조세 공정거래 등으로 세분화된 팀에 배속돼 해당분야 사건을 맡는 등 집중적으로 파고들지만 급변하는 시장 흐름을 짚어내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류시관 (39)김&장 은행증권 담당 변호사는 “금융제도 규제 분야는 매우 변화가 빨라 규정개정 작업등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이에 대한 설명과 전망 등에 대해 듣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우방 역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를 초청하는 가 하면 자체 외국 변호사가 미국 기업관련 계약서 작성시 유의해야 할 점 등에 대한 사내강의 등도 이뤄지고 있다.

신상헌 우방 변호사는 “전문성으로 무장하지 않은 변호사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변호사들이 각자의 전문분야를 확보하기 위한 재교육 열풍은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력시간 2002/04/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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