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1만명 시대] 인터뷰/ 로펌 김&장 대표 장수길 변호사

국내 최고의 로펌으로 손꼽히는 김&장의 장수길(59) 대표 변호사는 “지금은 40년 가까운 법조생활에서 처음 맞는 말 그대로 대 격변기”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이 회계와 세무, 부동산 거래 등 종합병원의 전문의처럼 각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재교육에 팔을 걷어 붙이고 달려드는 가 하면 사법연수원에서 조차 ‘변호사를 위한 모임’ 등 각종 스터디그룹이 활성화될 만큼 법무 환경은 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

장 변호사는 이 같은 변화의 실상과 대비책을 본보와의 회견에서 소상히 밝혔다.


법조 기능 ‘예방 법치 주의’ 지향해야


- 개업 변호사 수가 5,000명을 넘어 이젠 ‘변호사 1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앞으로 법조인의 기능에도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관 시절 법조인의 기능이 무엇인지 한동안 회의에 빠질 때도 있었다. 당시만 해도 창의적이고 생산적이라기 보단 권위적이면서 사건의 사후정리 수준에 머무는 단순기능에 매달렸다.

개인적으로 법조가 소수정예 중심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법조인의 수가 늘어난 만큼 법조인 역시 바뀐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결국 법조의 기능 역시 ‘예방법치 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분쟁을 막고 약속을 계약으로 정하고 창조적이며 전문화된 변호사의 역할을 시대가 요청하고 있다. 법무란 결국 저절로 이를 찾아가는 것이다.”


- 변호사 사회에서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과도기적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법률 사무소가 홍보대행 업체를 둘 만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결국 변호사수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고 본다.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이 법대로 가지 못하고 있는 과도적인 상황을 맞고있다.

YS 정부가 1995년 사법개혁을 통해 법조인을 늘리기로 결정할 당시에도 세계화추진위원회와 법무당국은 상당수의 인원을 행정부가 떠 안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수가 늘어난 후 과연 얼마나 행정부가 임용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법조인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일부에선 오히려 ‘사시 패스’ 가 사회생활에 짐이 되거나 ‘오버 코스트’(과다비용)의 문제점을 낳고 있다.

법에 충실한 행정을 편다면 시행착오는 줄어들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 당국의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또 학계나 언론계가 문제의식을 갖고 그들의 진로에 대해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 연간 사법고시 합격자수는 몇 명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전문직으로서의 지식ㆍ교양ㆍ품성을 갖춘 변호사가 배출 되어야 하고 사법시험은 이러한 소양을 구비한 사람을 가리는 자격 시험이다.

따라서 현재처럼 정원을 1,000명으로 정해 합격자를 뽑는다거나 상황에 맞춰 그 수를 조절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변호사 수의 적정선을 정하기 위해 사회ㆍ문화ㆍ경제의 수준, 역사적 배경, 조야 법조의 현실, 수요공급의 현실, 유사 중복 직업과의 마찰 등 중장기적 안목에서 깊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개방에 대비한 전문화ㆍ대형화 시급


- 법무부가 법률서비스 개방에 앞서 법률사무소의 대형ㆍ전문화를 위한 변호사법을 개정키로 했다. 2005년 법률서비스 개방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개방화는 대세다. 개방된 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기 위해 우수한 인재만이 경쟁력인 셈이다. 법조인 각자가 영어도 배우고 실력을 길러야 한다.

법률시장의 개방에 대비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우선 법률 사무소의 대형화와 전문화가 필요한 건 당연하다. 또 다양한 정보의 신속한 수집 및 정리도 중요하다. (웃으며) 20년 전부터 이 같이 외쳐 됐지만 당시에는 메아리 없는 목소리 였다.”


- 앞으로 법무시장 자체도 세분화와 대형화 될 것으로 보이는데.

“송무 중심의 변호사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유사직역에 대한 직역확대는 불가피하다. 미국에서는 집을 사고 팔 때도 변호사의 공증을 받는 것이 일반화됐다. 국민에게 통합적 법률서비스의 제공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 변호사 개인들의 학습과 노력이 중요하다. 변리사나 부동산ㆍ회계 사무 등에 대한 변호사들의 진출이 늘어날 것이다. 변리사 업무 역시 행정소송의 일부다.”


- 결국 변호사가 모든 것을 다 맡아 한다면 ‘소송 만능시대’가 될 것으로 보는데.

“우리 사회가 미국식 자본주의로 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최선의 정의를 이루기 위해선 너무나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문화는 양반사회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소송하지 않고 서로가 좋게 해결하는 타협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권위주의와 능률주의가 판을 치는 ‘법 없는 싸움꾼’ 사회로의 우려감도 있다. 소송을 하지 않다 보니 법적으로 선례가 없고 전통이 서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법 해석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부분도 될 수 있다.”


근본 무시한 전문화 교육 경계해야


- 변호사 1만 명 시대를 앞두고 연수원 교육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본인 스스로가 연수원 운영위원으로 이 부분에 대해 연수원 교수들도 모두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하지만 현행 체제에선 그대로 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최소한 연수원 교육을 받아야만 법조인으로써 기본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나치게 전문화만을 고려하다 보면 근본이 부실해 질 우려도 있다. 프랑스의 경우 판사 등을 양성하는 고유 법조인 교육과 변호사를 양성하는 교육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도 이 같은 방향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 1만 명 시대를 앞두고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 차기 대통령은 법치의식이 뚜렷해야 할 것이라고 보는데.

“현 국회의원 수 총 269명중 40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이들이 과연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국회 내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느냐 부터 (기자에게) 묻고 싶다. 국회는 직접 법을 만드는 곳이다.

따라서 법조인이 국회에 다수 진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현재 여야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온 분 대다수가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어본다.”


- 한때 국내 기업 회장이 우리 정치는 4류, 정부는 3류, 기업은 2류라는 말을 써 화제가 됐다. 우리 법조계는 어느 수준에 있다고 보는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마치 일본 언론에서 흔히 쓰는 말을 인용한 것 같다. 법조계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 하고 있다. 꼭 그 틀 안에 넣어 말하기는 어렵다. 나름대로 수준에 있다고 생각한다.”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4/09 16:19


장학만 주간한국부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