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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르네상스 오나] 누가 종이책을 '몰락했다' 했나?

[출판 르네상스 오나] 누가 종이책을 '몰락했다' 했나?

글로벌화 바람등에 힘입어 밀리언 셀러 행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인기는 강남 LG 아트 센터 무대의 것만은 아니다. 서점가에 자주 들르거나 인터넷 서핑을 즐겨 하는 사람들은 3월 뮤지컬로 상연되기 훨씬 전인 지난해 9월, 동명의 소설이 발간됐다는 사실을 안다.

그 인기는 30만부의 판매고로 증명된다. 책은 현재 베스트 셀러 순위 5위를 기록한 가운데 순항을 계속중이다.

성공에 힘입은 출판사(문학세계사)는 지난 3월말 ‘만화로 보는 명작’ 시리즈를 시작, 그 첫 권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내 놓기에 이르렀다.

출판사측은 “연말 개봉을 목표로 미국서 진행중인 영화화 작업이 끝난다면, 글과 그림 두 가지로 발행된 책의 판매고는 시너지 효과로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 출판사는 만화판 명작 시리즈라는 후보작 등 새 기획 상품에 관한 정보가 행여 누출되랴 신경 쓰고 있다.


e북의 시행착오와 종이책의 생명력

책은 시대의 반영이다. 당대의 갈증과 지적 요구의 산물이다. 최근 독서가의 화두로 등장했던 e북(전자책) 논쟁은 책(종이 책)이란 낡은 매체의 힘을 새삼 입증해 주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정보와 문화의 총아로 부각되자, 종이책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이 제기됐다.

이문열 같은 인기 작가가 “작은 단말기 하나만 들고 수백, 수천 권의 책을 볼 수 있게 됐다”며 책의 종언을 예측했을 정도다. 일부 언론들도 덩달아 책에 유서를 써나갔다. 이 같은 해프닝은 새로움만을 좇는 현대 문명의 맹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별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텍스트를 디지털 포맷으로 전환시키는 데에 막대한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테크닉의 현란함에만 눈독 들였던 것이다. 이 같은 현실적 문제에 눈뜬 결과 랜덤 북하우스와 타임워너북스 등 전자 책 사업에 발을 들였던 미국의 대표적 출판사들의 사업 철회 선언이 잇달았다.

설상가상으로 작가측의 저작권 소송까지 가세해 찬물을 끼얹었다. 시대와 과학의 발달에 조응, 끊임없는 버전 업으로 생명을 이어 온 책의 속성을 망각한 결과다.


종이책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지난해 6월 문화개혁시민연대, 학교 도서관살리기 국민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홥, 한국도서관협회,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등 8개 단체는 ‘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대표 도정일 경희대 영문학 교수)을 출범, 독서 인프라의 정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400여 개에 불과한 전국의 공공도서관을 2012년까지 1,000개로 증설할 것 △공공도서관 콘텐츠 확보 비용 1,000억원을 2002년도 정부 예산안 중 지식ㆍ정보 사회를 위한 국책사업비로 책정할 것 등 그들이 내건 요구는 책 읽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실천 지침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2000년 들어 전개된 몇몇 양상은 출판인들의 그 같은 요구가 상당히 현실적 근거를 갖고 있다는 점을 말해 준다. 밀리언 셀러의 잇단 행진이 그것이다.

‘가시고기’(조창인ㆍ밝은세상),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정찬용ㆍ사회평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외ㆍ황금가지), ‘해리 포토 시리즈’ 등 4가지 밀리언 셀러가 2000년에 탄생했다.

이어 ‘상도’(최인호ㆍ여백),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ㆍ진명출판사),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토마스 볼핀치ㆍ개마출판사)가 2001년의 밀리언 셀러로 등재됐다.

1990년대의 밀리언 셀러가 소설 아니면 비소설 등 특정 영역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밀리언 셀러는 실용ㆍ비실용 가리지 않고 전영역을 포괄하고 있어, ‘출판 르네상스가 도래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자연스레 낳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국내 출판계에 불어 닥치고 있는 글로벌화 바람은 출판업계에 독특한 상승 기류를 창출하고 있다.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를 대표로 하는 실용서, ‘친구(곽경택ㆍ다리미디어)’나 ‘DMZ(박상연ㆍ민음사)’ 등 흥행 영화를 원작으로 한 소설,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박철준ㆍ뜨인돌)와 ‘먼 나라 이웃 나라’(이원복ㆍ김영사 ) 등 교양서들이 그 같은 흐름을 이끌었다.

이들은 지금껏 고정 관념을 벗어나지 못 했던 사물과 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을 보게 하는 책들로, 참신한 시각에 목마른 독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읽어 낸 우수 기획작으로 손꼽힌다.


순위조작·기획력 부족 등 숙제 산적

출판계, 독서계 살리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하드 웨어와 소프트 웨어의 유기적 결합으로 가능한 일이다.

△베스트셀러의 영향력이 전례 없이 확대돼 팔리는 책과 안 팔리는 책의 양극화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점 △순위 조작을 노리고 자사책 사재기 수법이 노골화되고 있다는 점 △외국 유명 출판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본격화됐다는 점 △수요층의 높아진 눈을 만족시킬만한 기획 인력의 부족하다는 점 등 국내 출판계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지금 종이책은 종이 밖 매체들의 지원 사격 덕에 새로운 호기를 맞고 있다. TV의 독서 프로들은 스타 시스팀의 힘을 업어 일종의 신드롬 현상까지 낳고 있다. 책은 또 신문의 경쟁적 섹션화 작업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도 있다. 일간지들의 북 섹션은 신간 서적들을 효과적으로, 보다 감각적으로 소개하는 데 열을 올린다.

장병욱 주간한국부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2/04/1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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