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르네상스 오나] 서울 독식에 지방출판은 고사 직전

“이것은 바로 폭력적 상황이죠.”

민음사 편집부장 장은수씨가 서울의 출판 독식 구조를 말할 때 즐겨 쓰는 표현이다.

전체 출판물의 98%라는, 그야말로 절대적 비율이 서울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현실이 저 말에 압축돼 있다. 지방에서 나온 출판물이나 논문의 질은 차치하고, 독자는 물론 연구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루트가 아예 차단된 현실을 가리키고 있다.

부천의 출판사 ‘인간사랑’, 계명대ㆍ울산대 출판사 등 극히 예외적 경우를 제외한다면, 지금 지방 출판업계는 빈사 상황이다. 지방에서 나온 출판물을이 초판을 소화해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의 경우는 초판 1쇄가 보통 3,000부인데 비해, 지방은 1,500부라는 사실은 지방 출판계가 얼마나 황폐한 상황에 처해 있나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자기 연고지에서 책 펴내기를 꺼리고 어찌됐든 서울과 끈을 닿으려 하는 지방 출신 지식인을 탓할 수 만은 없다. 지역대학부터 서울 출신의 강사진을 선호하는 현실이 출판계에 그대로 옮은 것이다.

이같은 현실에 숨통을 트기 위해서는 전국적 영업망을 가진 서울의 출판사가 지방 분사 등의 형태로 지방에 인력을 파견, 지방 출판계에 바람직한 자극을 주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안동 지역이라면 유학서적박람회, 합천지역이라면 불교서적 박람회 등 지방색을 최대한 살린 도서전(book fair)은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주리라는 관측이다. 그 경우, 세계적 석학 등 우리 시대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원산지의 특장점을 간직한 문화적 허브(hub)를 찾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가장 향토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가 지방 출판계에도 하나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장병욱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4/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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