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핑클 옥주현

만능 엔터테이너 꿈꾸는 파워걸

4년 넘게 드나들었다는 여의도 방송국 스튜디오. 인기그룹 핑클의 옥주현(22)은 ‘마음의 긴장을 풀어준다’는 아로마 향초에 불을 피우고 신인처럼 초조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새 별밤지기 탄생’ 축하 문구가 새겨진 화환들과 함께.

‘가요계의 요정’ 핑클의 리드보컬 옥주현이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새 DJ로 나섰다. 상큼한 외모와 화려한 춤 동작으로 10대의 우상이 된 댄스그룹 스타. 그가 과연 라디오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까.

“재미있는데 낯설어요. 솔직히 별로 안 떨릴 줄 알았어요. 화면이 없으니까. 근데 더 어렵네요. 우선 꾸밈 없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 뿐이에요.”

늘 발랄한 모습. ‘Power Girl’이란 애칭처럼 씩씩하기만 할 것 같은 옥주현은 라디오 마이크 앞에선 한없이 풋풋한 스물 두 살의 평범한 여대생 같다.


가요계의 요정서 라디오 DJ로

하지만 방송이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초보 DJ의 어색한 모습은 없어진다. 이웃집 누나 처럼 편안한 분위기다.

그는 DJ로서 핑클이 갖는 상큼한 이미지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청취자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할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는 인기 연예인이 아니라, 별 밤 마을에 사는 친근한 DJ로 자리잡고 싶어했다.

대본이 이미 짜여있지만 때로 일부 원고를 수정하고 다시 쓰기도 한다. 가식 없이 속 깊은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고픈 예쁜 욕심 때문이다. 음악 선곡에도 직접 참여한다. 가수로서 좋아하는 개인적 음악 취향을 내세우기보단 청취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 한다.

하루 수면 시간을 3시간으로 줄인 것도 그의 라디오 진행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요즈음 그는 새벽 4시 이후에야 잠자리에 들어 아침 7시이면 일어나는 빠듯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별밤의 방송 시간은 밤 10시부터 12시.

집에 돌아가서 샤워하고 차 한잔 마신 뒤에 컴퓨터 앞에 앉을 때면 이미 새벽 1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다.

하지만 그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매일 사이트에 들어가 청취자들의 반응을 읽는 것을 거르지 않고 있다. 그의 진행을 축하해주는 글,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글, 또는 실수를 꼬집고 질책하는 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세심하게 읽어보고 답 글도 달아준다.

옥주현의 이러한 라디오 사랑은 그 뿌리가 깊다. 학창시절 서태지와 아이들, 마이클 잭슨을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웠던 그에게 연예인의 길을 열어준 것이 바로 라디오 프로그램. 1997년 ‘최할리의 내일로 가는 밤’ 노래대회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를 멋들어지게 불러 당당히 대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별밤 하지현 PD는 옥주현에게 DJ로서 후한 합격점을 줬다. “성심 성의껏 준비하는 의지가 보인다. 별밤 역사상 처음으로 인터넷 조회수가 1만 건을 넘어섰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줘 너무 기특하다.”

옥주현은 요즈음 그야말로 눈부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별밤지기로서의 호평은 물론 본업인 가수 핑클로도 팬들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한 달 전 발표한 핑클 4집 ‘영원’은 각종 가요차트 1위를 휩쓸며 음악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앨범이 가장 좋아요. 예전에는 저희 음악이 TV에서 율동과 함께 보기에는 좋은데 음악만 듣기에는 별로라는 얘기가 많았어요. 근데 이번에는 한 번만 들어보셔도 알 거에요. 멤버들 개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어요.”

또 한 가지 기쁜 소식. 다양한 재능을 자랑하는 그가 이번에는 작사가로서도 뛰어난 솜씨를 인정 받았다.

이번 4집 앨범의 팝 발라드 ‘나와 같다면’ 등에서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감미롭게 그려내는 등 작사 실력을 뽐내온 그가 얼마 전 동료가수 제이에게 선사한 ‘Same’이란 노랫 말로 음악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후문. 벌써부터 그의 이름이 정식 작사가로 거론될 정도라고 한다.


뛰어난 가창력에 작사솜씨도 수준급

성악을 공부한 그는 어려서부터 목소리가 유난히 컸다. 듣는 이를 압도하는 강렬한 ‘힘’. 가수 옥주현의 빼놓을 없는 매력이다. 하지만 이 시원스런 목소리로 인해 겪는 곤란함도 있다.

그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노래 연습을 할 때가 많다. 노래가 생활인 그가 굳이 연습실에서 시간 정해놓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문제는 너무 큰 목소리 덕분에 주변 차량에서 그를 알아보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는 데 있다. 차 유리를 짙게 썬팅해 놓은 것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옥주현에겐 그래도 목소리가 역시 보물 1호. 가늘고 예쁜 소리에서부터 굵고 거센 힘이 느껴지는 소리까지 변화의 폭이 넓다는 게 큰 장점.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유별나다.

그는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가습기를 지니고 다닌다. 너무 뜨거운 물이나 차가운 물도 마시지 않는다. 심지어 매운 음식도 성대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한다. 모두 음악적 기량을 높이려는 그의 생활 수칙들이다.

타고난 가창력과 꾸준한 노력으로 핑클의 든든한 음악적 버팀목이 돼온 그는 데뷔 초기엔 다른 멤버보다 통통한 몸 때문에 울기도 많이 했다. 이제는 ‘데뷔 전에는 몸무게가 75kg이었다’고 살며시 귀띔도 한다. 외모에도 한결 당당해진 느낌이다.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어요

최근 들어 핑클 멤버의 개별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솔로 전향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그가 별밤 DJ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이진이 SBS 시트콤 ‘렛츠 고’의 연기자로 나섰고 성유리도 5월 시작하는 SBS 드라마 ‘나쁜 여자들(가제)’에 출연하게 됐다. 이효리는 MBC 교양프로 ‘타임머신’의 진행을 맡았다.

하지만 옥주현은 ‘먼 훗날 때가 되면…’하며 말을 아낀다. 다만 인생의 깊이를 말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 ‘오페라의 유령’ 같은 뮤지컬 작품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배현정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4/10 18:40


배현정 주간한국부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