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의 정치도전, 성공할까

장관이 직업이었던 정통관료, 경기지사 출사표 던져

진 전 경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마침내 경기도 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진 전 부총리는 6월 13일 치러지는 제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D-60을 앞두고 14일 사표를 제출, 수리됨에 따라 본격적인 경기도지사 선거 레이스에 돌입했다. 진 전 부총리는 공식 출마선언을 통해 “민주당의 강력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출마배경에 대해 “2년 전 총선당시에도 행자부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김대중 대통령이 경제를 계속 맡아달라며 만류해 나가지 않았다”면서 “정치를 하고 싶은 생각은 지금도 없지만 공인으로서 여러 경로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고 말해 자의적이기 보단 추대성격의 출마 명분 변(辯)을 내세웠다.

그는 또 “당측에서 임창열 현 경기도지사를 포함해 모두가 나를 도와준다고 했는데 이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 민주당의 전적인 지원사격 약속을 대외적으로 분명히 했다.


정계입문 두고 안팎 우려의 시선도

그 동안 학계와 경제계에서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우리 경제의 현안해결을 위해선 진 부총리가 현직에 남아있어야 한다며 그의 정계 입문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했다.

심지어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최근 칼럼을 통해 “한 개인에게 나라 경제운명이 달려있는 경우는 드물지만 한국의 경우는 사실상 그러한 셈” 이라며 “진 부총리 사임 시 해외투자가 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개혁추진에 대해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확실성을 보여줘야 하는 경제팀 수장이 출마설이 나돌면서 “정치에 뜻이 없다”→“필요하다면 고민하겠다”→“명분이 있어야 한다” 등 수 차례에 걸쳐 말을 바꿈으로써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정계의 한 관계자는 “진 부총리는 정치인 보다 더 정치인과 같은 고도의 항행 전략을 통해 대외적으론 명분과 내부적으로는 실리를 모두 챙긴 셈”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경기도 지부에서 조차도 진 전 부총리의 ‘낙승’을 쉽게 예측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선 임창열 현 경기지사가 최근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법적으론 무죄”라며 민주당 경기도 지사 후보 경선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진 전 부총리가 출마선언에 앞서 우려했던 대로 임 지사와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는 입장이다.

진념 전 부총리의 출마선언에 대해 다소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손학규 한나라당 경기도 지사 후보도 만만찮은 상대로 꼽히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진 전 부총리와 함께 일해온 손 후보는 최근 진 전 부총리의 출마여부를 놓고 서로 격의 없이 전화통화를 할 만큼 개인적으로 가까운 친분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손 후보측은 “임 지사의 출마가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면서 민주당 후보로 또 다른 경제통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미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해 놓은 상태”라며 “민주당에 불고 있는 ‘노풍’의 실체가 개혁과 혁신성향에 맞춰 있듯 연로한 관료 출신 보다는 젊고 개혁성향이 높은 손 후보를 향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심 약발 얼마나 먹힐까?

유권자 960만 명에 달하는 경기도 지역은 크게 북부와 남부 권역으로 양분된다.

휴전선 부근인 동두천을 비롯 구리와 남양주, 연포천, 의정부, 파주, 고양 등 북부지역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반면 서울을 경계로 베드타운의 성격이 짙은 남부권은 젊은 층과 이동인구가 많아 다소 개혁적인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특히 수원과 부천, 고양, 안양권역 등 5군데는 각각 인구 100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로 경기 여론을 주도하며 이 지역 표심이 곧 당락여부를 가늠하는 주요한 잣대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분수령을 맞고 있는 우리경제의 수장인 진 전 부총리를 경기도지사로 ‘차출’한 것은 민주당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김심(金心)을 등에 업은 진 전 부총리가 과연 보수 성향이 강한 경기 북부와 개혁성향이 강한 남부지역 유권자들을 과연 어떤 식으로 아우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4/17 14:37


장학만 주간한국부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