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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자동차 메이저 각축장

GM의 대우자동차 인수로 토종 대 외국자본 힘겨루기 본격화

올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만난 제너럴모터스(GM)의 잭 스미스 회장은 “(우리가) 대우차를 인수하는 것에 의심을 품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협상에 다소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고를 받고 있으나 결국은 합의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한 것은 한국 차(車) 시장이 마침내 세계 유력 자동차업계의 ‘힘 겨루기 장(場)’으로 변하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현대 기아 쌍용 등 토종업체와, 새로 설립될 GM-대우(가칭) 르노삼성 등 외국자본의 양대구도로 재편됐다는 점은 흥미 있는 포인트다.


현대ㆍ기아차, GMㆍ르노와 한판승부

한국자동차시장의 선두 격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계 1위인 GM, 삼성차를 인수한 르노 등 쟁쟁한 외국자동차 업체와 한판승부를 펼치게 됐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은 현대차 48.6%, 기아차 27.0%, 대우차 11.8%, 쌍용차 7.7%, 르노삼성차 4.9% 순이다. 대우차가 GM으로 넘어가더라도 현대 기아차와 쌍용차 등 토종업체 점유율이 83.3%나 돼 당분간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지분 10%를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가진 데다 쌍용차의 해외매각 추진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외자본의 영향력은 갈수록 위력을 더할 전망이다.

순수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면 첨단 마케팅 기법과 다양한 금융상품 등을 도입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뇌명 기아차 사장은 “GM이 대우차를 인수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한 차원 높은 경쟁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일부에서는 GM-대우차의 시장점유율이 1997년 초(33%대)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올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만난 GM의 왜고너 사장도 현대ㆍ기아차와의 선의의 경쟁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GM은 앞으로 설립될 회사의 매출이 연간 50억 달러(6조5,000억원)는 될 것이라고 밝혀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할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년간 유지돼 온 현대·기아차의 과점 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한 GM-대우, 르노삼성의 견제에 맞서 현대·기아차의 수성 전략이 맞서 국내 자동차 시장은 경쟁열기로 달궈질 전망이다.

르노삼성차도 올해 중소형 SM3 모델을 새로 내놓는 등 시장점유율을 2003년까지 10%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GM과 르노가 한국 시장을 쉽사리 장악하긴 당분간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GM은 대우차를 정상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르노삼성도 SM5 한 차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기반 구축에 시일이 꽤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도 내수에서 만큼은 기술력과 마케팅 어느 쪽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차 경영진들은 “품질과 시장기반 확보에서 앞서고 있는 현재의 위상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일정부분 시장을 내주어야 한다는 판단아래 대비책을 서두르고 있다.

해외 자동차업계의 공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부품산업 육성과 자동차 산업의 종합적인 발전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자동차업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은 그만큼 위기감도 높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부평공장 위상에 따라 달라질 상황

현대·기아차는 대우차에 비해 경쟁우위에 있다고 자부하는 품질과 다양한 모델을 주무기로 삼아 시장 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측은 "대우차가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동안 꾸준히 신차를 개발하고 신모델을 지속적으로 투입한 덕분에 경쟁력이 그리 쉽게 무너지겠느냐"고 강조했다.바꾸어 말하면 '품질 높이기'와 '선진마케팅 기법'도입이 해외자본 파고(波高)를 뛰어 넘 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얘기다.

수출 시장에서도 격돌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GM의 해외 마케팅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

따라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과 품질,마케팅 등의 차별화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중요한 것은 GM의 대우차 인수이후 한국 자동차산업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이며 이 시점에서 정부당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GM이 부평공장 인수에 몇 가지 전제조건을 붙이고 인수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는 점만 보더라도 GM의 대우차 인수는 철저하게 그들의 세계화 전략에 따라 이행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대우증권 장충린 애널리스트)도 나오고 있다.

GM이 세계 곳곳에 있는 많은 생산공장 중에서 한국 기지를 어느 정도 비중을 갖는 공장으로 활용하느냐가 문제라는 얘기다.

GM이 대주주였던 초기의 대우차(GM코리아) 때처럼 독자모델 개발기능이 없는 하청공장으로 쓰느냐, 아니면 중심축의 하나로 격상시키느냐는 것은 국내외 자동차산업의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성질이다.


세계 자동차업계 동맹관계 강화

대우차가 앞으로 경쟁력 있는 자동차메이커로의 탈바꿈을 할 수 있을 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서울대 주우진 교수(경영학)는 “영국 자동차업체인 로버를 혼다와 BMW등이 잇달아 인수했지만 결국 로버는 채권단 관리를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국내 자동차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바로 그 때문이다.

앞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는 GM과 포드 등 미국 업체들과 다임러 크라이슬러, 폭스바겐,피아트, 르노 등 유럽업체,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전략 제휴 및 동맹관계가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력 업체들이 군침을 삼키고 있는 중국 시장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에서 이들 업체간 경쟁은 생존 차원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될 것이다.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슈렘프 회장이 일전에 “세계 자동차 업계는 향후 10년 내 5∼7개 업체만이 살아남을 정도로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GM의 루디 슐레이스 아시아태평양 사업 담당사장이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있어서 대우차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밝힌 대목도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한국시장의 점유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린 뒤 대우차를 아시아시장, 특히 중국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는 GM의 포석이 실현될지 두고 볼 일이다.

김동원 동아일보 경제부기자 daviskim@donga.com

입력시간 2002/04/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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