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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선 대통령의 아들들, 김현철 전철 밟나?

벼랑끝에 선 대통령의 아들들, 김현철 전철 밟나?

각종 비리 연루의혹, '황태자 게이트'로 비화

대통령의 아들들이 벼랑 위에 섰다.

검찰이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의 돈거래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권력형 비리사건들이 ‘황태자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김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씨 역시 검찰 수사가 초읽기에 몰려있다. 40년 친구인 김성환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과 수십억원대의 자금 거래를 한 사실이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팀에 의해 드러났고 지금은 대검 중수부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장남인 김홍일의원도 이용호 게이트와 진승현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으나 두 사건 모두 재수사가 진행중이라 언제든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통제범위 넘어선 의혹들

청와대의 분위기는 의외로 조용하다. 아들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언론의 취재에 응하지도 않지만 언론의 의혹제기 보도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김홍걸씨와 최규선씨의 비리 커넥션 의혹보도에 대해서도 “김홍걸씨가 ‘최규선씨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을 만한 사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고 전하는 짧은 해명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 같은 청와대의 침묵은 공연히 왈가왈부했다가는 오히려 의혹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고 이미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한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이 청와대의 통제 범위를 넘어섰다는 체념의 분위기도 감돈다.

동교동계 의원들, 특히 3형제를 대표했던 김홍일 의원은 그간 “우리는 김현철씨 사건을 똑똑히 보았다. 우리는 현철이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현철이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이들의 말은 자신들의 입장을 간명하게 알리는 최대의 방어논리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3형제의 운명은 문민정부의 황태자였던 김현철씨와 유사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칼자루를 쥔 검찰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김현철씨도 한보사건 축소수사 의혹으로 검찰이 직격탄을 맞은 뒤 재수사를 통해 구속됐다.

김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인 지금 검찰의 위상도 최악이다. 이용호 사건 축소수사로 인해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검찰 간부들이 줄줄이 옷을 벗은데 이어 김대웅 광주고검장이 이수동씨에게 수사기밀을 알려준 혐의로 소환돼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다.

검찰로서도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는 위상을 곧추 세워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체육복표 로비의혹, 핵심은 홍걸씨?

김홍걸씨와 호형호제 하며 가깝게 지냈던 최규선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해 거액의 자금을 챙겼고 그 배후에 홍걸씨가 있었지 않느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최규선씨는 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94년부터 미국에 있는 홍걸씨를 알게 됐고 1000만원~2000만원씩을 몇차례 홍걸씨에게 용돈으로 주었다”면서 “수만달러를 송금해 준 적도 있다”고 밝힌 것이 홍걸씨가 본격적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시발점이었다.

최씨의 기자 회견은 자신의 운전기사 겸 비서였던 천호영씨가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비리를 폭로한 글을 올리고 이 내용이 언론을 타자 해명을 한 것이었으나 홍걸씨에게 돈을 준 내역까지 언급, 사건을 키웠다.

일각에선 “최씨가 현 정권에 ‘나를 건드리면 다칠 것’이라는 경고를 한 것이지만 오히려 스스로 발목에 족쇄를 채운 격이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규선씨 사건의 가장 큰 뇌관은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로비 의혹이다.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정은 ‘별들의 전쟁’으로 불릴 만큼 복마전처럼 얽혀 있다.

타이거풀스사는 체육복표 사업의 선발주자 였지만 현정부 들어서는 호남인맥들을 배경으로 한 한국전자복권측이 맹렬히 밀고 들어와 탈락할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수세에 몰린 타이거풀스측이 막판 반전에 성공해 결국 사업권을 따냈는데 이 과정에서 호남의 실세그룹들을 단번에 잠재울 메가톤급 로비가 들어가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 종착역은 최규선-김홍걸 라인이었다는 것이 의혹의 요지이다. 최씨측은 “타이거풀스쪽에 합류한 것은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이후 외자유치에 관여하기 위해서 였기 때문에 사업자 선정과는 관련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최씨가 사업자 선정전부터 관여한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다 최씨가 타이거풀스 관련사로부터 이회사 주식을 헐값에 매입한 뒤 얼마 후 매각해 거액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는 최씨가 홍걸씨의 대리인이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최씨가 보유했던 이 회사 주식의 실제 주인은 홍걸씨라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최규선씨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이상기류를 감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은 2000년 후반 최씨가 홍걸씨를 팔고 다니며 각종 이권에 개입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했고, 비공식 경로를 통해 여권 핵심부에 보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당시 국정원이 자신의 뒤를 판다는 사실을 알고 역공을 가했고, 결국 국정원은 최씨에게 경고를 하는 선에서 조사를 매듭지었다.

당시 국정원의 보고에는 홍걸씨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역대정권에서 대통령의 자식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며 “문민정부 시절에도 정보기관이 김현철씨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이 같은 ‘보신주의’가 이 사건을 키웠다는 추론도 성립한다.


김성환씨 돈 실제 부인은 홍업씨?

이수동 전 아태재단 이사의 국정 개입 의혹이 제기 됐을 때부터 홍업씨의 이름은 거론되기 시작했다. 특히 고교동창인 서울음악방송 사장 김성환씨의 이권 개입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폭발력이 큰 의혹은 홍업씨가 1997년 대선 때 쓰고 남은 돈 10억원 정도를 김성환씨의 차명계좌로 관리했다는 것이다. 또 김성환씨가 관리한 홍업씨의 돈이 10억원 뿐만 아니라 이보다 훨씬 많고 김성환씨의 이권 개입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홍업씨의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의문부호도 붙어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홍업씨가 40년 친구인 김성환씨와 돈거래를 한 것은 맞지만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대선 잔금 부분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사정당국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홍업씨 주변인사들에 따르면 김성환씨 역시 사직동팀의 정보망에 걸려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김성환씨는 홍업씨를 배경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한 사실이 포착돼 경고 조치를 받았고 홍업씨도 이후 김성환씨와의 관계를 정리했다는 것이 홍업씨 주변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홍업씨가 친구인 김성환씨에게 자금 관리를 맡겼고 김성환씨는 이 돈을 불려주면서 자신 역시 홍업씨와 특수 관계를 과시하며 이권을 챙긴 ‘공생’의 관계였다는 것은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김성환씨가 기업가 들과의 술자리에 홍업씨를 불러내 자신의 위세를 과시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는 홍업씨가 과연 단순히 돈만 맡긴 것인지 김성환씨가 이권에 개입한 대가로 받은 돈을 상납한 것인지 명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선 잔금 관리설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청난 폭발력이 있음은 물론이다.


김현철씨와 같은 길 밟나?

김홍일 의원은 지금까지 동생들에 비해 무사히 파고를 헤쳐나갔다. 김 의원은 2,000억원대 금융비리를 저질렀던 진승현 전 MCI코리아 부회장측이 주는 선거자금 1억원을 거절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용호 사건 당시에는 이씨의 로비스트로 알려진 여운환씨 등과 제주도 휴가지에서 어울린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렀다.

현재는 신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중인 상태이다. 그러나 김 의원도 아직은 안심할 단계는 아닌 듯 하다. 두 사건 모두 검찰이 재수사를 벌이고 있고 수사의 핵심은 이들의 정관계 로비 여부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김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정학모씨를 주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선 김 의원의 경우 다른 동생들에 비해 비교적 처신을 잘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의원의 경우 국회의원 신분이어서 공개된 위치에 있었고 국정 개입 등에 대해서도 항상 주시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경계하는 스타일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아들들은 앞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특히 이미 대선 정국에 돌입,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이고 검찰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선 결국 미국에 있는 홍걸씨가 귀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나라당은 이미 홍걸씨의 귀국 문제를 정치쟁점화 하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홍걸씨를 귀국시키지 않으면 뭔가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쳐지고, 귀국시키면 곧장 검찰청으로 향해야 하는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한 셈이다.

검찰과 정치권에선 결국 청와대가 홍걸씨를 귀국시켜 홍업씨와 함께 검찰 수사를 받게하는 선택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여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들인 노무현ㆍ 이인제 고문도 한목소리로 ‘성역없는 수사’를 주장하며 필요하면 특검제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김 대통령의 아들들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의 전철을 밟게 될까. 아직 예단은 할 수 없지만 이들이 점점 위험한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이태희 사회부 기자 taeheelee@hk.co.kr

입력시간 2002/04/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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