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치유될 수 없는 샴 쌍둥이의 상처

■ 트윈 폴스 아이다호

<트윈 폴스 아이다호 Twin Falls Idaho>(18세, 브에나비스타)는 일란성 쌍둥이인 마이클과 마크 폴리쉬 형제가 각본, 제작, 연출, 주연을 사이 좋게 나누어 한 영화 데뷔작이다. 샴 쌍둥이를 주인공으로 한 1998년 작 <트윈…>은 소재의 특이함과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차분하고 기이한 분위기 묘사로 선댄스 영화제 등에서 많은 칭찬을 들었다.

십대 시절부터 영화인이 되기 위해 아트 스쿨과 연기 학교를 각기 다녔다는 폴리쉬 형제. 어릴 때부터 자신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여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언어 치료까지 받았던 자전적 경험 등, 남다른 태생 덕분에 샴 쌍둥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샴 쌍둥이에 대한 자료 조사를 많이 했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트윈…>에는 쌍둥이가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아이다호의 허름한 호텔. 창녀 페니(미셸 힉스)는 생일 고객의 부름을 받고 이 음산한 호텔을 찾는다. 헌데 그녀의 고객은 몸이 붙은 샴 쌍둥이이다. 놀란 페니는 도망을 갔다가, 마음을 추스려 되돌아온다. 이 미남 형제는 신경 계통은 분리되어 있으나, 신체 내부 기관과 다리 셋, 팔 둘을 공유한 채 살아왔다.

외향적인 블레이크(마크 폴리쉬)의 심장덕분에 생명을 유지해온 병약하고 내향적인 프렌시스(마이클 폴리쉬). 프란시스의 죽음이 머지 않음을 알게 된 쌍둥이는 마지막 생일 잔치를 하고, 자신들을 버린 어머니를 만나보려 한다.

사랑으로 패인 상처를 짙은 눈 화장으로 내면을 감추려는 듯한 페니와 블레 이크의 대화. "누굴 데리고 있어도 외롭지 않은가" "대개는 섹스도 하냐고 묻는데 그런 질문은 처음이다. 아침 잠에서 깨어날 때, 잠들기 2분 전이 외롭다.

나머진 내가 없애려 한다" "짧은 시간이네" "생각하기에 따라선 긴 시간이지" 다음은 페니와 프렌시스의 대화. "혼자이고 싶은 때가 없었나" "혼자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가 없다. 블레이크는 함께 왔으니 함께 가자고 한다. 결말이 슬픈 건 작가가 글 쓰기를 멈추었기 때문이다"

이들 형제는 할로윈 데이를 이용하여 어머니를 찾아간다. 수녀 복장을 하고 나타난 어머니는 "진짜 샴 형제같다"고 말한다. 형제의 대답. "당신도 진짜 우리 어머니같다" 페니를 물심 양면으로 도와주던 의사는 이들 형제를 진찰 한 후 이렇게 진단한다. "반으로 가르면 둘이 되는게 아니라 힘을 잃는다. 하나라도 살려면 서로가 필요하다"

<트윈…>은 "슬픈 결말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대사로 마무리되지만, 정신적으로든 육체적 으로든 상흔을 지닌 모든 등장 인물에겐 공허한 위로가 아닐까.

정신적 불구와 육체적 불구를 사색해볼 수 있는 또 다른 영화로 로제 플랑송 감독의 1999 년 작 <로트렉 Lautrec>(18세, 크림)이 있다. 꼽추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전기 영화다. 프랑스 최고의 영화상인 세자르에서 의상상, 미술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당대 재현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천재나 예술가의 내면 탐색은 범인의 머리로는 어려운 것인지, <플록> 이나 <뷰티플 마인드>와 같은 전기 영화가 그러했듯 사건 중심의 피상적, 상식적 접근에 머문다.

입력시간 2002/04/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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