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온달마늘솥밥

사이좋은 형제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는 충주, 제천, 단양은 단아하고 은근한 멋이 풍기는 곳이다. 이 중 단양은 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이 깃든 고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퇴계 이황이 이름 붙인 도담삼봉, 석문, 사인암 등을 일컫는 단양팔경은 충북지역뿐 아니라 한반도 최고의 경승지 중 하나로 꼽힌다. 즉, 단양에서는 발길 닿는 대로 방향을 잡아도 팔경 중 하나와는 맞닥뜨리게 되니 여행의 즐거움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또한 신단양 고수대교∼온달산성에 이르는 남한강 도로는 교통량이 많지 않아 호젓한 강변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제격인 곳이다.

온달이 평강과 만나 사랑을 이루고 전쟁 중 최후를 맞은 곳이라 그런지 단양 곳곳에는 온달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4년 전부터는 온달산성을 비롯하여 온달동굴, 온달관을 한 데 묶어 온달관광지가 조성되었다.

수려한 자연경관에 비하여 단양의 먹거리는 딱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아니 단양의 특산물이 마늘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같다. 단양에 가면 특산물인 마늘을 이용하여 자유자재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집이 있으니 꼭 한번 들러 볼만 하다.

신단양 관공서 사거리에 위치한 ‘장다리 식당’이 그곳이다. 장다리는 긴 다리를 뜻하는 말로 단양대교에서 따온 이름이다. 묵밥, 시골밥상도 유명하지만 대표 메뉴는 온달의 고장답게 온달마늘솥밥이다.

이름 그대로 마늘과 송이버섯, 은행, 밤, 대추 등 몸에 좋다는 재료를 모두 넣어 만든 영양밥이다. 솥밥을 주문하면 한우 육회와 함께 한 상 떡 벌어지게 나오는 반찬에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특히 소금과 간장으로만 간을 한 일반 육회와 달리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에 버무려 나온 육회의 맛이 일품이다. 향토음식경진대회 대상, 단양마늘음식경연대회 대상 수상을 비롯하여 ‘향토음식 기능보유자의 집’으로 지정된 곳답게 깔끔한 맛, 인테리어, 친절함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단양에서 12년이나 손맛을 보여 온 터주대감답게 이옥자 사장의 손님 대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오랫동안 찾는 단골 손님도 있지만 처음 찾은 사람들에게도 이웃같은 친근함을 보인다. 이씨가 말하는 솥밥 제대로 즐기기는 따끈한 솥밥을 갖가지 쌈에 싸 육회, 마늘요리 등과 함께 먹음직스럽게 싸 먹는 것이다. 고추장마늘장아찌, 간장마늘장아찌, 마늘볶음, 마늘쫑 등 직접 개발한 마늘 반찬을 보면 마늘로 이렇게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이 사장이 장사를 하면서 한 가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우리 고장에서 나는 재료만을 쓰자’는 것이다. 품질과 신선도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열 가지도 넘는 신선한 쌈을 보면 밥 두세 그릇은 뚝딱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행복한 욕심이 앞선다. 밥을 다 먹은 뒤에는 가마솥에서 만들어진 누룽지 맛을 보는 것도 잊지 말자. 커피향기보다 그윽한 숭늉의 향기가 단양을 맛과 멋을 두루 갖춘 곳으로 기억하게 해 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호수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도담삼봉을 둘러보자. 그냥 지나치려고 해도 독특한 형상에 시선이 고정된다.

세 봉우리로 이루어진 도담삼봉은 남편봉을 중심으로 처봉과 첩봉이 있는데,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할 만큼 젊은 시절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도담삼봉의 명물인 ‘음악분수대’도 빼 놓을 수 없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도입된 똑똑한 분수대로 노래를 불러야만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낸다. 아주머니 여행객들에게 인기 최고로 한 곡당 2,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 메뉴: 온달마늘솥밥 특정식 15,000원, 시골밥상 7,000원, 산채비빔쌈밥 6,000원, 묵밥 4,000원


*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신갈IC - 영동고속도로 - 남원주 IC - 중앙고속도로 - 서제천 IC - 5번 국도에 진입하여 단양 방면으로 간다. 신단양 관공서 사거리, 보림상가 맞은편, 아주택배 골목으로 들어가면 장다리 식당이 보인다. (043)423-3960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4/19 15:2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