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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세상] 패러디면 다 ‘재밌는 영화’인가?

패러디는 할리우드에서 흔한 일이다. 굳이 최초인 1974년의 ‘불타는 안장’을 기억하지 않아도 할리우드 패러디 영화는 지금도 계속 쏟아지고 있다. 하얀 머리의 능청스런 익살꾼 레슬리 닐슨의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도 유명하고 찰리 신이 ‘못말리는 람보’로 나와 사람들을 웃겼다.

그 뿐 아니다. 최근에는 ‘스크림’ 등 온갖 공포영화를 패러디한 ‘무서운 영화’도 나와 재미를 봤고, ‘뜨거운 것이 좋아’‘사랑은 비를 타고’ ‘선셋대로’ 등 할리우드 고전의 명 대사를 교묘하게 배열시킨 ‘다이아몬드를 쏴라’(4월 12일 개봉)도 선을 보였다.

1998년 ‘롱퓰리 어큐즈드’는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한 24편의 흥행작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그 유명한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뱃전에서 벌이는 비상의 몸짓까지 영화는 패러디해 사람들을 웃겼다.

문학 용어인 패러디는 원래 ‘원작을 기분 나쁘지 않게 꼬집기 위한 풍자’이다. 영화에서는 거기에 코미디란 장르적 특성이 더 붙는다. ‘기존에 흥행한 영화나 특정장면을 코믹한 설정으로 각색해 재미를 주는 것’쯤 된다. 시대적 분위기나 재치를 결합시켜 원작이 갖지 못한 의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패러디 영화는 우선 풍부한 원작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규성 감독의 ‘재밌는 영화’의 탄생은 흐뭇하다. 우리도 이제는 패러디 영화를 만들 만큼 흥행작이 많아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실제 ‘재밌는 영화’에는 한국영화 흥행사에 한 획을 그은 ‘쉬리’ 엽기적인 그녀’ ‘공동경비구역 JSA’ 등 28편의 한국영화가 나온다.

‘재밌는 영화’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골라내 한편의 코미디를 만들었다. 그런데 별로 재미있지 않다. 물론 뒤통수를 치는 기발하고 우스운 장면도 있다. 김정은이 성형수술 결과를 놓고 반응하는 것이나, DDR로 신분확인을 해 출입문을 열어주는 것 등.

그러나 전반적으로 패러디 영화의 맛을 산뜻하게 살리지 못했다. 분명 이유가 있다. 우선 바로 그 ‘재미있는 장면’에 문제가 있다. 패러디의 기본은 풍자다. 풍자는 진지하고 무거운 것을 가볍게 비틀어 그것을 조롱하는데 있다.

그러나 ‘재밌는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이미 다른 영화에서 풍자로 끌어들인 코믹한 장면을 다시 코믹하게 재가공하려 했다. 지금까지 흥행에 성공한 우리영화가 대부분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넘버3’와 ‘반칙왕’의 송강호 보다 그를 패러디한 김수로나 서태화에게서 더 많은 웃음이나 풍자를 끌어내지 못했다.

‘재밌는 영화’의 또 하나의 치명적 실수는 줄거리와 인물 설정이다. 북한이 일본으로 바뀌었을 뿐 ‘쉬리’의 뼈대를 그대로 차용했다. 패러디 영화가 패러디의 독창성을 가지려면 어느 스토리가 독창적이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개그맨들의 유치한 코미디 수준에 머물고 만다. 때문에 ‘재밌는 영화’는 ‘쉬리’의 굴레에서 갇히게 됐고, 그러다 보니 관객들에게 새로운 작품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약점이다.

패러디는 원작이 있어 편하다. 그러나 그것이 무서운 칼이 되기도 한다. 재치와 감각,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없다면 조악한 베끼기가 되기 때문이다. 패러디라고 무조건 ‘재밌는 영화’라는 제목을 달 수 있을까. 하긴 첫 술에 어디 배부르랴마는.

입력시간 2002/04/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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