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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아들을 보는 대통령의 눈

[어제와 오늘] 아들을 보는 대통령의 눈

김대중 대통령을 둘러싼 문짝 만들기(게이트)가 한창일 때 마다 이 책을 다시 보게 된다. 미국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세계를 향해 기염을 토할 때 마다 이 책을 다시 뒤진다.

대통령이 되려던, 대통령이었든 아버지가 쓴 편지들이 담긴 두 책. 한 책은 김 대통령이 1980년 옥고를 치룰 때 쓴 ‘김대중 옥중서신-민족의 한을 안고’(1984년 8월 발간)이다.

또 한 권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부시가 전직 대통령이 되어 모은 서간집 ‘ALL THE BEST(당신에게 축복을-편지와 기타 문건속의 나의 인생)’이다. 두 책에는 나라를 위해 봉사 하는데 기본은 가족에 있으며 좋은 자식를 가진다는 것은 좋은 대통령이 되는 것 보다 우선 한다는 진실한 부정(父情)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한달에 한번 쓰는 편지에 세 아들(홍일, 홍업, 혼걸)에게 부정을 전하기 위해 확대경을 대어야 읽을 수 있는 깨알 같은 글씨로 1만 3,000여자에 아버지의 마음을 절절히 담았다. 함께 옥고를 치루고 있는 장남 김홍일(55) 의원에 쓴 1980년 12월 19일자 편지는 며느리인 ‘지영이(DJ의 큰 손녀)에게’로 시작 된다.

“…너의 남편 홍일이에 대해서 나는 참으로 미덥고 그 장래를 기대하는 심정이 강하다. 그 애는 개인적으로도 신앙인으로서 또는 가정인으로서 나의 그 나이 시절보다 훨씬 훌륭하다. 뿐만 아니라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 일처리하는 역량, 타인에의 설득력, 친구들과의 신의와 결합 등 뚜렷한 능력과 소질을 가지고 있다.

만일 그 애가 이론적으로 더욱 연마하고 너그러운 태도로 일과 사랑을 대하고 외국어의 실력을 완전히 갖추면 그 장래는 반드시 크게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건강까지 겸했으니 말이다.”

둘째 아들 김홍업(52)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에 대한 김 대통령의 부정은 깊다. 그는 경희대 경영학과를 나와 ROTC로 군복무를 했음에도 불구, 취직이 안되어 방황했다. 결혼을 두 차례나 미루는 정치적 박해(?)를 받았다.

또 아버지의 국회의원 비서였다. 1980년 11월 24일자 편지는 사별한 전처의 막둥이인 홍업씨에게 쓴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 홍업에게…어느 자식이라고 차별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나 아버지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너도 잘 알 것이다. 너는 생긴 용모나 그 선량한 마음씨나 참으로 하느님의 축복과 사랑을 받고 태어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근자에 아버지가 너와 같이 일을 해보고서 네가 사물에 대한 판단력이나 처리 능력 그리고 신중성에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한 점에서 아버지는 너의 사람됨과 자질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다.”

문제의 셋째 아들 김홍걸(39) 미국 포모나대학 연구원은 이희호 여사와의 사이에 난 첫아들이자 김 대통령의 막내 아들이다.

‘옥중서신’의 곳곳에 옥중에 있을 때 대학에 들어간 늦동이 아들에 대한 늙은 아버지 사랑이 자주 보인다. 1980년 12월 7일자 편지는 ‘사랑하는 홍걸아!’로 시작된다.

“…항시 아버지가 말하지만 너는 어렸을 때부터 남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다. 첫째는 거짓말하는 것을 본 일이 없다. 둘째는 남의 흉을 보거나 고자질하는 것을 들어본 일이 없다. 셋째는 한가지에 열중하면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끈기를 가지고 몇 년이고 이에 매달리는 데는 놀랄 수 밖에 없다… 물론 너에게도 단점은 있다. 그 중 하나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점이다.”

김 대통령의 세 아들에 대한 부정은 부시 전대통령의 네 아들(조지 W 부시 현대통령, 젭<프로리다 지사>, 닐, 마빈)에 대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전직과 현직이란 차이, 미국과 한국이란 정치문화의 상이 때문 만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직에 대해 아들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1998년 8월 1일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젭 프로리다 주지사 출마자에게 편지를 썼다. 큰아들 조지에게는 이번 재선이 그의 대망으로 가는 첫걸음이요, 젭에게는 정치인으로서 입신의 첫걸음 이었기에 부정보다 전 대통령으로서의 충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편지에서 주장 했다.

“내 재임시절의 정치적 경제적 업적이 너희들의 이번 선거에 장애가 될지 모른다. 적잖은 언론이 ‘부시가 세계를 변모 시키고 미국 경제를 성장시켰다는 역사가들의 평가’를 비판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아버지의 정책과 의견이 같은가’라고 물으면 너희들 소신대로 이야기를 해라. 언론인 말고도 워싱턴의 ‘수구세력’, 그 중에서도 극우파들이 ‘부시가 레이건 혁명을 배신했다’고 비난할 것이다. 너희들에게 충고 한다. 그들의 질문이나 비판은 나에게 의미가 없지만 너희에게 의미가 있을 때는 소신을 밝혀라.”

부시 전대통령은 또 아들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아버지(부시 전대통령)는 내(부시 전대통령의 아들들)가 이렇게 말한 것을 이해하실 것입니다. 그분은 항상 내 편이였으니까요. 그분은 내가 우리 가족의 신념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게 어떻겠느냐.”

부시 전 대통령은 아들들에게 부정을 구걸하기보다 아버지의 말을 들으라고 편지로 은근히 강요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요즈음 세 아들에게 어떤 편지를 쓰고 있을까. 그게 궁금하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2/04/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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