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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서평] 디지털 시대, 성장동력은 뭔가

■한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 분석
(최봉 외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예상보다 높아지고 있고, 국제 사회에서 보는 신인도도 상승했다. 하지만 앞날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불확실한 상황들이 나라 안팎에 너무 많다.

미국 경제의 회복은 시간 문제라고 하지만 장담할 수 없고, 일본 경제는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은 불안하고 엔화 환율은 변화가 심하다.

앞으로 우리 경제는 무엇을 가지고 먹고 살 것인가. 굴뚝 산업과 첨단 업종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조금 심하게 말하면 우리 경제에 희망은 있는 것인가.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 마디로 축소 지향적 구조조정보다 이제는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주력 산업들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1등 공신이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산업의 실력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가전 등 우리 주력 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선진국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으며 일부 산업들은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는데 어째서 국가는 IMF 체제에 들어가게 되었는가.

또 일부에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쁜 점만을 들추고 고치다 보니 새로운 주력 산업을 키우는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여기에 있다. 현재의 선진국들을 살펴보면 모두가 산업혁명기의 변화에 편승했던 국가들이다. 영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의 주요국들은 직접적으로 산업혁명을 주도했으며 일본은 조기에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변화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이후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 남미 주요국, 한국 등이 선진국 문턱까지 갔다가 국가 부도의 위기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는 단순히 경제 성장만으로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며 선진국과 같은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초기 산업혁명기의 변화에 편승하지 못한 후발 국가가 선진국의 기술 혁신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 관건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의 조류에 어떻게 편승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우리 산업의 진정한 수준, 즉 산업 경쟁력을 살펴본 것이 이 책이다. 대상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가전 석유화학 등 기존의 주력 산업 5개와 향후 유망 분야인 IT 나노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등 모두 9개 산업 분야다.

우리나라의 현 주력 산업은 규모 면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였으나 21세기 신산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 산업이 외부 환경에 대해 취약한 것은 양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어도 아직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내세울 만한 뚜렷한 무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시각이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책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로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구조조정의 궁극적 목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기존 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주력 산업의 부재로 총체적 위기에 봉착해 있기 때문에 조기에 구조조정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동안의 구조조정은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투명화, 부실사업 정리 둥 현안문제의 치유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즉 수단(구조조정)에 급급하여 목적(산업 경쟁력 강화)을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따라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전을 설정하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21세기 대경쟁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대통령 주재 경쟁력 강화위원회가 국가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산업별 분야별 목표와 구체적 대안을 정기 점검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 기술 도입에 있어 러시아 부분도 눈에 띤다. 경제적으로는 낙후되어 있으나 기술 선진국인 러시아 등과 같은 국가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 안목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입력시간 2002/04/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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