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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남자가 철이 늦게 드는 이유?

[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남자가 철이 늦게 드는 이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흔히 남자가 여자보다 몇 살 정도 많은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동갑내기 이성친구도 많고 연상의 여인과 연하의 남성 커플도 많다. 이 사람들이 40대쯤 되면 이런 고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아내가 남편보다 늙어 보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 말이다. 지금은 젊어서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의 수명보다 어쨌든 길다.

이런 이야기가 완전히 근거 없는 나만의 생각은 아니다. 한의학의 대표적인 서적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 여자와 남자의 성장과 노화에 관한 언급이 있다. 여자는 일곱 살이 되면 신장의 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하여 치아가 새로 나며 모발도 길게 자란다.

열 네 살이 되면 생식능력이 생겨서 월경이 시작되고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스물 한 살이 되면 신장의 기운이 충만해지고 균형을 이루어 사랑니가 자라고 스물 여덟이 되면 뼈와 근육이 단단해지고 모발이 풍성하게 자란다.

서른 다섯이 되면 얼굴이 초췌해지기 시작하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다. 마흔 둘이 되면 얼굴이 완전히 초췌해지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기 시작한다. 마흔 아홉이 되면 생식능력이 다하여 형태가 어그러지고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이쯤 되면 눈치가 빠른 분들은 알아챘을 것이다. 여자는 칠 년 단위로 성장하고 늙어간다. 열 네 살 무렵에 생리가 시작되고 마흔 아홉 무렵에 폐경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현대 의학에서도 밝혀진 사실이다.

서른 다섯 살부터는 화장을 하지 않은 여성의 경우 화색이 돌지 않고 초췌해 보이는 것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반면에 남자는 팔 년 단위로 나뉘어 진다. 여덟 살이 되면 신장의 기운이 튼튼해져 모발이 길게 자라고 치아가 새롭게 나기 시작하므로 여자에 비해 성숙이 늦어진다. 열 여섯 살이 되면 신장의 기운이 왕성해져서 정기(精氣)가 흘러 넘치게 되고 따라서 생식능력이 생긴다.

스물 넷과 서른 둘에는 뼈와 근육이 풍부해지고 살이 차 오르는 과정을 겪다가 마흔이 되면 신장의 기운이 쇠하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치아가 상하기 시작한다. 마흔 여덟, 쉰 여섯을 지나면 기운이 쇠하여 정이 고갈되고 신장의 기운도 약해져 몸이 노쇠해지고 예순 넷이 되면 치아와 머리카락이 빠지게 된다.

물론 근래의 섭생과 스트레스는 시차의 많은 변화를 가져 왔지만 남자는 마흔이 되어서야 흔히 노화라고 말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반면 여성에게는 그러한 변화가 서른 다섯부터 나타난다. 그래서 남자들이 철이 늦게 든다고 하는 것일까?

이렇듯 남성과 여성의 인체는 세월이 감에 따라 마디를 짓는 곳이 다르다. 그렇다고 여기에 맞추겠다고 억지로 노력하거나 벗어나 보겠다고 발버둥 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벗어나지 않고 사는 것이 가장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이런 법칙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많다. 폐경을 지연시키고자 호르몬 제재를 남용하는 사람들,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주변에 권유하기 바쁜 사람들, 검게 염색하거나 화장을 진하게 하는 사람 등이 모두 그러하다.

육식과 인스턴트 식품이 위주를 이루고 호르몬제가 많이 함유된 요즘의 식사는 아이들의 초경을 너무 일찍 시작하게 만든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는 것이 당연하고 여름이 지나가면 가을이 와서 갈무리를 말끔하게 해야 하는 것이고 가을이 푹 익으면 겨울이 와서 갈무리 한 것을 잘 저장하게 되고 겨울이 지나면 또 봄이 오는 것이다.

인체도 이렇게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데 다만 여기에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있으니 현명한 사람들은 이에 맞춰서 풍부한 인생을 경험하며 살다가 많은 것을 느끼고 떠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계속 어둠 속에서 헤매다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2002/04/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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