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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카페(103)] 부엌이 확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 부엌은 실내라기보다는 실외로 분류되는 공간이었다. 방이나 마루를 나서야 하고 또 신을 신어야 접근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장작이나 짚으로 불을 집혀서 밥을 하고 낮은 부뚜막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요리를 해야 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때론 어머니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며, 또 금남의 구역이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점차 신발을 신을 필요가 없는 실내 공간으로 변했고, 이제는 하나의 방처럼 가정의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위치적 변화와 함께 부엌의 편리성도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있다. 부엌은 주부가 살아가는 핵심공간이기 때문에 첨단의 바람이 우선적으로 불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20세기 가전제품의 혁명은 부엌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한때 이것이 변화의 완성인 줄 알았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이 가전제품에 인격이 더해지는 혁명이 일기 시작했다. 이른바 말하는 냉장고와 지능 보일러, 인터넷이 가능한 전자레인지, DVD가 붙은 냉장고 등 첨단기술이 그대로 부엌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영국 정부는 이 신기술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IBM, 다이슨, 핫포인트 등 기업과 케임브리지 대학, 써레이 대학 등이 연합하여 가상의 학제간 연구센터를 건설하는 것이 그 출발이다.

기업이 아닌 정부차원의 접근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변화가 의도적이라는 뜻이다. 종합네트웍으로 연결된 부엌의 냉장고와 세탁기는 부품을 교환해야 할 경우나 다른 가정 용품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에 서비스센터에 신호를 보내서 자동으로 호출하게 된다.

물론 에너지 절약과 환경비용을 절감하는 시스템으로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부엌의 냉장고, 스크린 냉장고라고 불리는 이 냉장고는 전자메일을 보낼 수 있고 텔레비전을 볼 수 있고 공과금을 낼 수도 있으며 은행업무까지 가능하다. 물론 안에 음식물도 보관할 수 있다.

계란 제고가 없으면 계란을 사라고 알려주며, 가게와 직접 연결되면 홈쇼핑이 가능하다. 이것은 이미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2000년에 초기형 스크린 냉장고가 출시되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실용화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변화의 속도와 힘이 피부로 느껴지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고속 인터넷망이 널리 펴져 있고 하루종일 인터넷을 연결해도 고정사용료만 내면 된다.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 실용화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기술적 수준과 보안의 문제가 따라주기만 하면 된다.

첨단시대의 부엌은 사람이 경영자가 아니라 기계가 스스로 경영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가정 변화의 핵심에 있는 부엌은 이제 더 이상 부엌이라고 하기에는 그 역할이 넘친다. 신을 신어야만 접근할 수 있었던 소외적 공간의 시절을 벗어나 거실과의 한판 힘 겨루기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제는 안방의 지위마저도 넘어서 당당히 ‘가정의 CEO’로 탈바꿈을 계속하고 있다.

종합 생활공간이며 가정의 핵심공간인 부엌, 그 첨단화의 끝은 없어 보인다. 굳이 막을 필요도 없어 보인다. 다만 이것이 일부 부유층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화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2/04/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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