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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세상] 진행자 말도 믿지 말라

어느덧 방송이란 일을 시작한지 30년. 잠시 쉬었던 시절을 감안해도 스튜디오에서의 생활이 어림잡아 1만 여회 정도는 되고 보니 이제는 방송이 나에겐 가장 익숙한 일이 되었다.

온-에어 표시등이 켜지고 조용한 스튜디오에서 마이크를 앞에 두고 얘기하는 일. 솔직히 나에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일상의 일이다. 심한 감기에 걸렸어도, 배탈이 났어도, 부부 싸움을 했어도, 자식 때문에 속이 끓어도 큰 차질 없이 남에 눈에 띄지 않게 묵묵히 방송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은 쌓인 듯 하다.

그런데 건강 방송을 시작하고 나서 올해로 8년째에 접어들었음에도 내가 하고 있는 말과 단어 하나에도 신경이 쓰이고, 방송을 듣고 있을 수 만일지 수십 만일지 모르는 청취자들의 건강을 의식하면 두려워 질 때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아나운서 선배들이 강조한 것은 준비는 철저히 하되 일단 마이크 앞에 서면 ‘내가 최고다’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히 얘기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번 중국 민항기 사고 소식이 생방송 도중 갑자기 전해져서 방송 특성상 준비한 내용을 뒤로 미루고 현장이 어떤 형편인지 자초지종도 모르면서 돌발 사태를 신속히 전해야 하는 진땀 나는 순간에도 나 자신에게 ‘나는 최고야, 이 시간 현재 이 사건에 대해 나 이상 더 알고 있는 사람은 없어, 설령 잘못 전해지는 것이 있다 해도 무슨 대수야’ 라고 자신을 다그치며 방송 했다.

사실 설사 그 경우 오보를 전한다 해도 아주 치명적인 것이 아니라면 큰 문제도 되지 않을 뿐 듣는 대다수에게 미치는 영향도 그다지 염려 할 정도는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건강 방송은 바로 여기에서 예외일 수밖에 없다. 준비를 한다고 하고 방송을 해도 오히려 종종 나를 진땀 나게 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일단은 방송도 상품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건강관련 뉴스만큼은 따끈따끈한 것을 찾기 마련인데 가장 솔깃해 하는 것이 바로 새로 개발된 최신 치료법이고, 그 중에서도 난치병이면서 환자수가 많고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일수 없다는 두려움을 갖게 하는 암에 관한 소식이다.

그러다 보니 임상시험을 거쳐 확실하게 효능이 검증된 신약이 아니더라도 방송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알 권리도 청취자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경우 가능성이 보이는 암 치료제이지 완치의 개념은 아니고 부작용이나 효능에 대해서도 더 연구되어져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우리의 청취자는 자신이 듣고 싶은 내용만 듣고 나머지는 편할 대로 생각해 암을 완치시킨다는 그 약을 어디 가면 살수 있는지, 미국에 자식이 살고 있으니 구해 보겠다며 주소를 알려 달라고 성화이다.

몇 년 전 지방 의대에서 개발된 항암제에 대해 방송한 적이 있었는데 한 청취자가 이 항암제의 효과를 과신해 그 한방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는데도 암은 그대로라고 항의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다.

이런 때는 제 아무리 30년 경력의 방송인이라도 방송 매체의 파장력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 된다. 건강 ‘도우미’가 되려고 했는데 혹시나 건강 ‘해치미’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까지 느끼게 된다..

부풀려진 내용을 그대로 방송해서도 안 되겠지만 방송을 듣고 사람도 자기 마음에 드는 내용만 듣지 말고 꼼꼼히 챙겨 이익이 되는 부분과 위험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면 안될까. 동전의 앞면만 보지 말고 뒷면도 보는 지혜를 통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절대 남의 말에 솔깃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이 내게는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유혜선 KBS 라디오 '건강365' 진행자

입력시간 2002/04/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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