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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중부권 신당 만드나

JP·제3정치세력과의 연대 등 손익계산에 분주

4월 17일 오후 2시, 민주당 여의도 중앙당사 기자실. 민주당 이인제(IJ) 의원이 밝힌 대선 경선 후보 사퇴의 변은 1분을 넘기지 않을 정도로 짤막했다.

"저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자 하는 꿈을 접기로 결심했습니다. ... 앞으로 우리 당의 발전과 중도개혁 노선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하겠다는 것을 약속 드립니다."

이 의원은 이날 상임고문직 사퇴서도 제출, '평의원' 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를 급진개혁세력으로 몰아붙여온 이 의원이 '중도개혁 노선의 승리'를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노 후보와 다른 길을 걸을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다.

자택으로 돌아간 이 의원은 칩거를 하면서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독자행보·제3세력 연합 등으로 고민

이 의원은 1997년 신한국당 경선에서 낙선했지만 TV 토론 인기에 힘입어 이회창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신당을 만들어 12월 대선에 출마해 500만표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그는 당시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켰으나 경선 불복 논란의 꼬리표를 달게 됐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는 대세론을 굳혀가던 이 의원은 갑자기 불어닥친 노무현 돌풍에 낙마했다. 두 번이나 상처를 받은 이 의원에게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이 의원 주변에서는 진로를 놓고 몇 가지 방안이 거론됐다. 우선 2004년 총선과 2007년 대선에 대비,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후보와 결별해 이미지 개선을 하면서 길게 호흡하는 방식이다. 둘째, 민주당에 잔류해 자신의 세력을 유지하면서 차기를 도모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현실 정치의 공백을 없애기 위해 민주당을 이탈해 자민련 등 제3의 정치세력과 연합하는 방식이다.

이 의원이 칩거에 들어갈 때만 해도 측근들 사이에서는 '긴 호흡' 방식이 우세했다.

그러나 칩거한지 며칠 사이에 분위기가 반전하기 시작했다. 이 의원의 후보 사퇴 직후부터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연일 이 의원에게 제휴의 손짓을 보냈다. 김 총재는 1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인제 전고문의 마음이 퍽 공허할텐데 고향 선배로서 메워주고 싶다.

골프 치자고 해서 위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인제 의원은 바로 뒷날인 19일 "JP가 만나자고 연락이 오면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측근들 사이에 대화가 오갔고, 두 사람은 5월 3일 골프회동을 갖기로 약속했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JP와 IJ가 내달 3일 일단 골프모임을 갖기로 했다"며 "IJ가 골프모임에는 부담을 갖고 있어 식사모임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쯤 자민련과 민주당의 일부 충청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중도 노선의 '중부권 신당' 창당론이 활발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중부권'이란 개념은 '충청당'이란 평가를 받아온 자민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 충청,경기, 강원, 인천, 대구ㆍ경북 일부를 포괄하는 것이다. 경기는 이 의원이 경기지사를 지낸 곳이고, 인천은 충청 출신이 35%에 이른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또 강원은 자민련이 95년에 지사를 당선시킨 지역이며, 이 의원이 97년 대선에서 수개 군(郡)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구ㆍ경북은 자민련은 96년 총선에서 선전했던 지역이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중부권 신당을 만든다면 호남에 주요 기반을 둔 민주당, 영남에 기반을 둔 한나라당과 함께 3자 정립구도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따라서 JP와 IJ가 만난 자리에서는 중부권 신당 창당 문제도 깊숙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JP는 이 의원과 손을 잡을 경우 이 의원에게 충청권 맹주 자리를 넘겨줄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JP가 이 의원에게 신당의 총재 자리를 제의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자민련의 고위 당직자는 "JP가 이 전고문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자리이지만, 중부권에 주요 기반을 둔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핵심 측근도 "이 의원은 회동에서 주로 JP의 구상을 들을 것"이라면서도 "이 의원은 노무현 후보가 정계개편을 추진할 경우 합류하지 않고 자민련, 제3의 개혁세력 등과 함께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부권 신당론은 우선 자민련과 민주당이 충청권 지방선거에서 각개 약진할 경우 한나라당에 패배할 것이란 분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들은 'IJP 연대'가 성사될 경우 충청권에서 압승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을 사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JP와 재기의 기회를 모색하는 이 전고문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점도 주요 배경이다.


신당론 급부상, 박근혜·정몽준 등도 거론

신당 추진론자들은 "자민련의 한계인 충청당, 보수, 노쇠 이미지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도 노선, 중부권, 젊은 정당 이미지 등을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민련, 이 의원 세력 외에도 제3세력을 끌어들여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무소속 박근혜 정몽준 의원 등 중도세력, 푸른정치연합 장기표 대표 등 개혁세력 등도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연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영삼 전대통령 세력과도 우호적 관계를 설정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신당 추진 시기에 대해서는 지방선거 직전과 지방선거 직후 등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JP와 JP가 지방선거 전에는 유권자들이 알수 있도록 정치적 연대 선언만 하고, 지방선거 후에 신당을 창당하자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 관계자들은 "신당 창당이 이뤄진다면 당장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며 "30석 정당을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자민련 의원 15명 중에는 이탈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측은 민주당 충청권 전체 의원(8명) 중 대다수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또 수도권 등 타지역에서도 이 전고문과 국민신당을 함께 했던 원유철 이희규 의원 등 3~5명이 함께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자민련으로 이적했다가 민주당으로 복귀한 송석찬 송영진 의원 등은 신당에 적극적이다. 송석찬 의원은 "당에서 자민련과의 합당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탈당해 중부권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충청권 의원들의 소외감이 크다"며 "나는 신중한 편이지만 일부 의원들은 탈당까지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JP와의 회동서 가닥 잡힐 듯

중부권 신당론은 정계개편과 밀접과 관련이 있다. 노무현 후보 등이 정계개편을 먼저 추진할 경우 중부권 신당론에 명분을 주고, 불을 붙일 수도 있다. 반대로 중부권 신당이 추진될 경우 더 큰 정계개편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또 중부권 신당은 금년 12월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부권 신당이 유력한 대선후보를 만들어 낼 경우 금년 대선을 3자 정립구도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게 신당 추진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중부권 신당이 대선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에는 민주당ㆍ한나라당 후보의 양강 대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의원이 금년 대선에 직접 나설 수도 있고, 경선 불복 논란 우려 때문에 다른 후보를 밀어줄 수도 있다.

중부권 신당 추진 문제는 조만간 이뤄질 JP와 IJ의 회동이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 이 의원은 당을 떠날 명분을 쉽사리 찾기 어렵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의원은 아직까지 말을 아끼고 있다. 그의 측근들은 "이 의원이 한번 결심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추진하는 사람"이라며 JP와의 연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새로운 둥지를 모색하고 있는 이 의원의 선택은 대선 가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 정치부 기자 kdkim@hk.co.kr

입력시간 2002/04/2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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