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이신범의 더러운 거래

홍걸의 자금출처, 국적 허위기재 등 의혹 증폭

구린내가 코를 찌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DJ저격수’로 불리던 이신범 전 의원 사이의 뒷거래에서 풍겨 나온 악취 때문이다.

2001년 3월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서부 팔로스버디스시 허니 크릭로드 주택 앞 골목길. 이 전의원이 한적한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그는 “김홍걸씨 부부가 하워드 H 김(김홍걸), 미셀 M 김(김미경)이라는 이름으로 97만5,000만 달러 상당의 이 집을 소유ㆍ거주하고 있다”며 자금출처에 의혹을 제기한 뒤 자신의 등 뒤의 집을 가리켰다. 그는 또 등기부 등본 등 관련 서류를 첨부한 12장 분량의 회견문을 돌렸다.

단순한 기자회견이 아니었다. 홍걸씨를 매장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내용을 폭로한데다 회견의 형식까지 시위적 성격을 띠고 있어 외부로 노출을 꺼리던 홍걸씨 입장에서 무척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66만달러 받는 조건으로 소송취하 합의

이후 두 달이 지난 2001년 5월. 원수가 됐을 법한 이 전 의원과 홍걸씨가 엉뚱하게도 화해를 했다. 비결은 돈이었다. 홍걸씨의 미국생활과 사생활에 대해 침묵하고 홍걸씨를 상대로 한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이 전 의원이 총 66만 달러(한인방송 KTE에 줘야 할 11만 달러 포함)를 받는 합의를 한 것이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55만 달러 중 10만 달러가 선수금조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과 홍걸씨의 악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의원이 2000년2월 8일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미국 유학중인 홍걸씨가 호화저택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발언과 관련 LA 한인방송인 KTE가 ‘허위폭로’라고 보도하자 이 전의원은 즉각 미국 법원에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2000년 4월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이 전 의원은 이 소송에서 패배했다. 이 전 의원은 “증인으로 신청했던 홍걸씨가 재판에 불참하는 바람에 졌다”며 2001년1월 홍걸씨 부부를 상대로 60만5,000달러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다시 냈다.

홍걸씨가 또다시 증언을 거부하자 이 전 의원은 `증언강제명령'을 신청, 오렌지카운티 법원측으로부터 2001년 4월5일자로 명령을 받아냈다. 홍걸씨는 4월16일 `선서증언'을 했으나 주요 내용에 대해 진술을 하지않았고 다음 증언기일이 5월17일로 잡혔다.

홍걸씨는 증언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양측은 두 번째 증언 날짜인 5월 17일 55만 달러에 소송취하를 합의했다. 합의조건에는 홍걸씨가 55만달러 외에 이 전의원이 KTE에 물어줘야 할 11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고, 박지원 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이 전의원을 상대로 1999년에 낸 명예훼손 소송을 취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옷 로비 사건 때 이형자 리스트를 폭로한 것과 관련, 검찰이 2001년 7월 이 전 의원을 명예훼손혐의로 기소하면서 합의가 깨졌다.

이 전 의원은 정치적 보복을 않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반발했고 홍걸씨측은 합의 내용을 비밀로 하기로 해놓고도 지키지 않았다며 나머지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이 전 의원은 2001년7월 말 이희호 여사를 비롯해 홍걸씨와 홍걸씨를 도운 윤석중 당시 LA총영사관 홍보관(현 청와대 해외언론담당 비서관) 등을 사법절차남용과 사기 등의 혐의로 미 법원에 다시 고소했다.


돈 어디서 났나

알만한 사람은 다 알던 미주 한인 사회와 달리 국내에 이 같은 뒷거래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최근 한 언론사가 합의문을 입수해 보도하면서 부터.

사건의 성격도 일상적인 명예훼손 소송에서 있을 수 있는 소송취하 합의 및 합의금 지급이란 미국적 시각에서 공식 수입이 없는 유학생 신분의 홍걸씨가 어떻게 거금을 조달했느냐는 자금출처 문제에 쏠리고 있다.

특히 구속된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가 홍걸씨에게 9억원을 주었다고 최근 폭로하는 등 홍걸씨에 대한 각종 의혹이 일고 있는 데다 미국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홍걸씨가 국적을 미국인으로 속이는 등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했다.

또 청와대가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홍걸씨와 현 정부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합의했다’는 해명에도 불구, 이 전 의원의 행동에 대해서도 부도덕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1997년 한보사태 당시 야당인 국민회의 총재였던 김 대통령은 “법대로 해야 한다. 법대로라는 말엔 대통령 아들(김현철씨)의 구속까지 포함된다”고 밝혔다. 지금도 여전히 옳은 말이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4/2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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