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풀밭 위의 점심 (Dejeuner sur l’herbe)
작가 : 에두와르 마네 (Edouard Manet)
종류 : 캔버스 유화
크기 : 208cm x 264.5cm
제작연도 : 1863년
소장 : 파리 오르세 미술관

그림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기억하고 있는 몇 점의 작품들이 있기 마련인데 위의 그림이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감한 나체의 여인과 이에 반해 점잖게 정장을 하고 있는 두 남자가 태연스럽게 풀밭 위에 앉아 대화를 하고 있는 듯 보이는 이들은 사실상 시선도 모두 다른 곳을 향하고 있고 그 표정 또한 야릇하다.

특히 보는 이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여인은 본인이 누드라는 사실을 잊은 듯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빤히 응시하고 있어 오히려 감상자를 민망하게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익숙한 누드화란 고대 그리이스의 사랑과 미를 상징하는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모습을 담은 우아하고도 환상적인 그림들이 떠오르기 쉽다.

이 그림은 에두와르 마네를, 일생동안 비난을 받고 끝없는 스캔들로 몰아넣은 계기가 되었으며 1863년 파리 살롱 전에 출품하여 낙방한 ‘풀밭 위의 점심’이라는 작품이다.

그 당시 파리의 미술성향은 보는 그대로를 충실히 재현시키고 신화 속 여신들의 이상적인 미를 추구하던 자연주의와 신고전주의적 색채를 띠었는데 보이는 현실세계가 아닌 인간이 볼 수 없는 현상의 세계를 쫓고 절대적인 미를 동경하던 시대였다.

그에 반하여 당 시대의 파리사회와 시민의 현실적인 삶을 그리는데 앞장섰던 티치아노, 조르조네와 쿠르베 등의 영향을 받았던 마네는 미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어서 형식적이고 정형화된 미를 객관화 시키는 작업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브루조와의 가정에서 태어나 유복한 생활을 했던 마네는 실제로 생활하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진실되게 표현하려고 애썼다.

특히 ‘풀밭 위의 점심’은 그런 그의 의식이 가장 농후하게 반영된 것으로 마네 자신의 모습이자 그 당시 서서히 현대사회로 가는 길에 향락적 소비문화가 일어났던 파리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기도 했으니 이 작품이 대중에게 보여졌을 때의 충격이란 가히 상상할만하다.

이 그림은 그 기법에 있어서도 매우 다른 성향을 보여주는데 뽀얗고 부드러운 색채와 텃치로 풍만하게 그려졌던 기존의 누드와는 달리 창백할 정도로 명암의 구분을 두지않은 여인 의 흰 살결은 남자들의 검은색 정장과 강한 대조를 이루고 있으며 마치 판화를 보는 듯 평면적이다.

아기자기한 숲속의 나무들과 바구니에서 굴러 나온 과일 등의 배치, 풀밭 위의 식사 라는 설정 등은 당시 파리의 향락문화를 신선하고 밝은 느낌으로 표현하고자 하였으나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기도 하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앞부분의 세 명은 모두 실존하는 인물들인데 반해 뒤 중앙에 목욕하는 여인은 가설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녀가 실존했던 안 했던 그 형태나 윤곽이 분명치 않고 전체적으로 다른 인물과의 비례가 맞지않아 기존에 중시했던 원근법이 무시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현시대에 우리가 받는 충격보다 아마 몇 백배 만큼이나 크게 그 내용과 새로운 화법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온 이 작품은 마네 자신뿐 아니라 미술사에서도 커다란 전화점이 되었고 오늘날 예술이냐 외설이냐 하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포르노그라피의 첫 시초라 볼 수 있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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