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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2004년 서울 온다?

김정일, 2004년 서울 온다?

슈밥 다보스포럼 회장 ‘서울구상’ 과연 이뤄질까.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2004년 서울에서 열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의 ‘동아시아 경제회의’(East Asia Economic Summit)에 초청할까 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세계 경제 올림픽’으로 불리는 WEF의 창립자로 세계 비즈니스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클라우스 슈밥(63) WEF회장의 이 같은 질문에 원탁에 둘러 앉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한동안 그의 얼굴만 바라볼 뿐 이었다.


정몽준 회장 등과 이례적인 오찬회동

4월 21일 서울을 방문했던 슈밥 회장은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22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겸 현대중공업 고문이 개인적으로 마련한 오찬에 참석, 2시간 가까이 참석자들에게 의견을 물으며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슈밥 회장의 이 같은 태도는 방한 중 조석래 효성회장과 유상부 포스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등 재계 주요 개별 관계자들과 10~20분간 대담을 가졌던 것과는 극히 이례적이었다.

이날 오찬은 슈밥 회장이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차이나 비즈니스 서밋’에 함께 참석했던 정 회장에게 특별히 요청해 이뤄진 비공식적인 만남의 자리였으며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특별한 손님만을 접대하던 서울 성북동 사저인 ‘영빈관’에서 이뤄졌다.

정 회장은 1층 대형 홀에서 오찬에 특별히 초대 받은 참석자들을 슈밥 회장에게 일일이 소개했다. 이홍구 전 총리를 비롯 김진현 전 과학기술부 장관(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과 김경원 전 주미대사, 한승수 전 외무부장관등 북한문제와 국제정치 관계에 정통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또 신건철 경희대 교수(경영학과)와 김영순 로커스홀딩스 사장 등 중견 학자와 벤처 기업인, 언론인도 눈에 띄었다. 이들 중에는 오래 전부터 슈밥 회장과 안면식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단연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슈밥 회장은 “WEF(다보스포럼)의 ‘동아시아 경제회의’가 2004년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WEF는 이 회의에 김 위원장을 공식 초대하려고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과거 WEF의 선례를 들어가며 자신이 김 위원장을 초대하려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89년 2월 미하힐 고르바초프 구 소련당 서기장을 WEF 연례회의에 연사로 공식 초청, 당시 동서의 장벽을 허무는데 간접적으로 기여 했다”며 “중동의 갈등 해소를 위해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2001년 2월 다보스 회의에 동시에 초청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시 페레스 전 총리는 화해의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으나 회의석상에서 아라파트의 강경발언으로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하지만 슈밥 회장은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2004년 WEF 동아시아 경제회의를 열게 된다면 김 위원장을 꼭 초대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사실 WEF는 1989년 2월 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남북 외무 장관들을 초청해 포럼이 끝난 후 남북고위급 회담을 성사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따라서 슈밥 회장의 이 같은 바람이 그저 개인적인 희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WEF 한국위원회 관계자들은 북한 사정에 정통한 유럽 인사가 이미 이 같은 의사를 타진할 북한의 고위급 인사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슈밥 회장은 김 위원장 개인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한반도 정세에 큰 관심 보여

이홍구 전 총리는 김 위원장에 대해 “똑똑(intelligent)하지만 지적(intellectual)이지는 않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본 적이 있는 김진현 전 과기부 장관은 “처음엔 ‘깡패’같은 인상을 가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매우 똑똑하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정몽준 회장은 “2004년 동아시아 경제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대하기 위해서는 WEF가 상당히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슈밥 회장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등 많은 외국 정상들이 다보스 회의에 참석했지만 단 한 차례도 돈을 요구한 적은 없다”며 “WEF는 비 영리단체로 대가를 지불하면서 초청연사를 부른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슈밥 회장은 또 북한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대항세력이 있느냐는 질문을 했으며 한승수 전 외무부장관은 “정치구조적으로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위협할 만한 대항세력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향후 6개월~1년간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각별히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통령선거와 북한에 대한 핵사찰 등 굵직굵직한 변수들이 산적해 있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져 어떤 변화를 이끌 지 결코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슈밥 회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들의 발언 하나 하나를 마음속에 담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계 정치권 학계 등 내로라 하는 저명한 사회지도층으로 구성된 인적 네트워크 집단인 WEF의 슈밥 회장이 과연 김 위원장을 서울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 그의 ‘서울구상’은 향후 과연 어떤 형식으로 추진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장학만 주간한국부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5/0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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