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 쇼크, '반 극우' 연대 활발

5월 5일 프랑스 대통령 2차 결선 투표를 앞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전 유럽이 ‘반 르펜 연대’로 뭉치고 있다.

각국 언론이 지난 번 1차 선거 결과를 놓고 ‘프랑스 민주주의의 패배’ 등으로 표현하는 가운데 프랑스 곳곳에서는 예상 밖의 승리를 한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에 대한 반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파리와 그레노블, 보르도, 리옹 등에서는 연일 수천~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민전선 타도’ ‘파시즘에 대항해 단결하자’를 연호하며 르펜 반대 시위를 벌였다.

2차 투표에서 르펜의 세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반 극우 세력 연대 움직임도 활발하다.

패배의 쓴 잔을 마신 좌파 정당들은 일제히 ‘자크 시라크 지지’를 천명했다. 사회당은 1차 투표 직후 르펜 득표 저지를 위한 저지선 구축을 결의했고 공산당과 녹색당 역시 이미 당원들에게 “시라크에게 투표하라”고 공개 요청했다.

시라크 대통령도 결선 투표에서 르펜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프랑스가 르펜 때문에 상처 입었다며 우파의 단결을 촉구했다. 중도 성향의 정치인들도 좌우를 막론하고 한결같이 국민에게 시라크 후보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반 르펜 전선 형성할 좌ㆍ우 연합 움직임도

시라크 대통령은 4월 23일 일찌감치 “불관용과 증오 앞에서는 타협은 물론 토론도 있을 수 없다”며 “대선 2차 투표에 앞서 르펜과는 TV 토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4월 24일에는 유럽의회 연설차 벨기에 브뤼셀을 찾은 르펜이 토론회장 안팎의 야유로 인해 발언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으며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경호를 이유로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와 같은 광범위한 반 르펜 분위기로 보아 2차 투표에선 시라크가 승리할 게 거의 확실시된다. 지난달 1차 투표 직후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80% 이상이 시라크 승리를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예기치 못했던 1차 투표의 결과처럼 또다시 예상을 벗어난 결과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프랑스에선 르펜에 대한 증오와 연민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연일 계속된 수십만 명의 반대 시위와 TV 등 언론들이 그에 대한 모욕행위 등을 중계하면서 일부에서는 ‘르펜이 안됐다’는 연민의 감정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미디어 전문가들은 르펜이 2차 투표에서 시라크를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기대 이상으로 선전할 지 모른다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좌파 지지자들이 시라크 승리를 기정 사실화한 나머지 대거 기권할 경우 예상 밖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대선 결선에 한해 일시적 좌ㆍ우파 연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6월 총선까지 대비한 우파 정당들의 통합 또는 연합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반면 좌파들의 경우 우파에 선뜻 손을 내밀지 않고 있는 것도 향후 프랑스 정치판도를 예측키 어렵게 하고 있다.

김용식 국제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03 14:56


김용식 국제부 jawoh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