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향우 바람

서유럽에서는 2000년 오스트리아를 필두로 이탈리아, 노르웨이, 덴마크, 포르투갈에서 정권이 중도 좌파에서 우파로 넘어갔다. 올해 총선이 예정돼 있는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에서도 우파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이 같은 우경화는 집권 좌파의 실정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다시 우파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럽에서 빈번한 좌우 정권교체의 전통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온건 좌파와 함께 서유럽 정치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는 중도 우파가 아니라 극단적인 인종차별과 국수주의를 내세우는 극우파들이다. 아랍계 범죄자들로 인한 치안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감방 20만개를 짓겠다고 공약한 르펜 당수가 프랑스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킴에 따라 서유럽의 극우파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서유럽 최대 고민중 하나인 이민 문제를 정면으로 들고나와 이민 금지,불법 이민자 무조건 추방, 이민출신 범죄자 엄벌 등의 해법을 제시하며 유럽인들의 이민자들에 대한 피해의식에 편승해 세를 불리고 있다. 인권존중을 자부하는 서유럽은 한때 극우파의 정권 참여 저지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거의 포기한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은 2000년 오스트리아의 보수 인민당이 극우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하자 오스트리아 정부를 제재하려 했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EU는 이 사건을 계기로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저촉되는 회원국에 대해서는 EU 내 투표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규정은 한번도 발효되지 못하고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EU는 지난해 5월 거대 회원국인 이탈리아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연정에 극우파인 국민동맹과 북부동맹이 참여하자 제재논의를 입밖에도 내놓지 못했다.

김용식 국제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03 14:58


김용식 국제부 jawoh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