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제들 '성직 박탈' 철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끔찍한 죄악" 불명예 씻기에 나서

미국 가톨릭 교계를 이끌고 있는 추기경들이 사제들의 아동 성 학대에 대한 성직박탈 등의 강력한 처벌책에 합의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이례적 소환을 받은 12명의 추기경들이 4월 24일 ‘악명높고, 연속적이며, 착취적으로 아동을 성학대한 사제’의 성직 박탈 절차 등 성추문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이 대책은 ‘악명이 높지 않은 경우’해당 교구의 주교가 처벌 수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아동 성 학대를 한 모든 사제를 무조건 처벌하는 이른바 ‘불관용’(Zero Tolerance) 정책에는 못 미치지만 일단 미국 가톨릭 교계가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앞서 교황은 4월 23일 미국 추기경단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성직자의 성추행은 사회에서 명백한 범죄로 간주한다며 성추행자가 종교생활과 성직을 수행할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이런 입장은 1월 미국 성직자들의 성추행 주장이 쏟아진 뒤 나온 성명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특히 피해자들에 대해 일체감을 표명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은 “일부 성직자들이 저지른 큰 해악 때문에 미국 교회가 불신 받고 많은 사람들이 교회 지도자들의 문제 처리방식에 분노하고 있다”며 “가톨릭 교도들이 이 어려운 시기에 성직자, 주교와 가까이 있으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성추행 행위는 하느님의 눈으로 볼 때 끔찍한 죄악”이라며 “하지만 교회는 이 시험의 시기가 가톨릭 공동체 전체를 정화시킬 것임을 확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어도어 맥캐릭 워싱턴DC 대주교는 “아동 성 학대는 원 스트라이크만으로도 아웃이라는 것이 교황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교들은 그 동안 아동을 성학대한 사제를 죄인으로 간주해 죄를 고백하고 개과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해 왔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아동 성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추문이 확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해당 사제를 다른 교구로 옮겨주는 것이 관행처럼 돼왔다. 그러나 교구를 옮긴 사제 중 상당수는 다른 곳에서도 아동 성학대의 유혹에 빠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맥카릭 대주교는 “우리는 성직자의 성추행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을 바라는 교구민들의 희망을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포용력을 베풀지 않음으로 교구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교황청 추기경 회의에서 마련된 아동 성학대 사제 처벌책은 미국내 교구에서 적용될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6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리는 주교회의에서 최종안으로 확정돼 공식적으로 발효될 예정이다.

입력시간 2002/05/03 15:0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