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서정성 가득…외할머니는 사랑이다

■영화 ‘집으로’

할머니는 개구장이 외손자에게 늘상 당하는 게 일이다. 그렇잖아도 형편이 어려워져 졸지에 산골 할머니집에 맡겨진 상우는 심술이 날대로 난다. 그 흔한 전자오락기도, 롤러 블레이드도 없다. 마당이라해 봤자 사방이 돌투성이인데다 뒷간은 깜깜해 까딱하면 떨어질 것 같다.

7살 손자와 77세 외할머니가 벌이는 2개월간의 별난 동거담 ‘집으로’에 화제가 쏟아지고 있다. 특수효과에 올라탄 스타들이 누비는 블록버스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관심과 엄청난 성원이다(튜브 픽처스 제작).

말도 못 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는 도시의 개구장이 상우에게 절벽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들이닥친 손자는 할머니에게는 뭣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읍내에 가서 전자오락을 하러 손자가 머리에서 은비녀를 뽑아 가도, 방구들이 꺼져라 롤러 블레이들 타도, 할머니는 엷게 웃으며 양말을 꿰맬 뿐이다.

프라이드 치킨이 너무 먹고 싶던 손자는 귀먹은 할머니를 앞에 두고 손짓 발짓 다 해가며 설명한다. 손자가 하도 귀여운 할머니는 비내리는 십리길을 한 달음으로 달려 간다. 메주 네 덩이를 들고 닭을 맞바꿔 온 할머니가 해 준 것은 그러나 백숙이었다.

영화의 전체 줄기는 튀김닭이 아니라며 떼쓰고 울던 손자가 할머니를 하나둘씩 이해해 가는 과정이다. 그것은 곧 우리 시대가 잃어 버린 가치를 회복해 가는 여정이었다.

“할머니. 미안해, 아프지마….” 개구장이의 입을 비집고 나오는 몇 마디 단어에 우리 시대의 누선은 지금 무방비 상태다. 그전까지만 해도 “귀머거리, 병신!”, “더러워!”라며 대놓고 욕하던 손자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자괴감을 느낄 관객이 한둘 아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언제나 거기 있었다.

최근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섬세한 감정 처리는 ‘미술관옆 동물원’의 메가폰을 잡았던 여류 감독 이정향 덕분이다. 충북 영동 산골에서 6개월 꼬박 촬영한 것은 물론 할머니역(김을분)을 현지에서 직접 캐스팅하는 등 아마추어주의에 충실했던 작업 태도가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촬영에는 아랑곳 않고 해 오던 농사일을 묵묵히 하는 할머니를 본 스탭들이 하나둘씩 짬짬이 일을 돕던 일이 잔잔한 화제로 남아 있다. “신발이 바뀌었다”, “촬영용 지팡이가 없어졌다”는 등 사소한 실수를 지적, 할머니가 스탭진을 놀라게 하던 일도 즐거운 에피소드로 기억된다.

한국 영화 사상 최고령, 최연소 배우로 이뤄진 별난 커플 탄생이라는 기록도 하나 덤으로 세운 영화다.


[콘서트]


■ 2002 청소년음악회…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만나기

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2002 청소년음악회’가 베토벤과 차이코프스키 집중 탐구에 들어 간다.

일정은 다음과 같다. △5월 18일-베토벤의 ‘교향곡 3, 4번’ 등 △6월 15일 베토벤의 ‘교향곡 5, 5번’ 등 △7월 20일 베토벤의 ‘교향곡 7, 8번’ 등 △9월 14일 베토벤의 ‘교햘곡 제 9번’ 등 △10월 19일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 등 △11월 16일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12월 21일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등.

모든 무대는 정치용의 지휘, 피아니스트 박은희(한국페스티발앙상블 음악감독)의 해설, 음악평론가 홍승찬의 대본 작업으로 이뤄진다. 12월까지 셋째 주 토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단, 8월은 공연 없음). (02)580-1300

■ 강남대 오케스트라 '협주곡의 밤'

강남대학교 오케스트라는 5월 17일 오후 7시 30분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협주곡의 밤’을 갖는다. 귀에 친숙하게 들어 오는 낭만주의 선율을 위주로 한다.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D 장조’, 생상의 ‘피아노 협주곡 g단조’ 등을 들려준다.(02)586-0945

■ 의정부로 옮기는 러시아 타강카극장

러시아 타강카극장의 전설적 무대 ‘마라와 사드’가 의정부 음악극 축제에 온다. 이념과 통념에 짓밟힌 인간들이 펼치는 광기의 언어와 몸놀림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수용된 인간들이 띄워 올리는 육성이다. 아슬아슬한 곡예, 신들린 탭댄스, 괴이한 여성 코러스 등 볼거리만으로도 꽉차는 무대다. 소울 컨트리 랩 재즈 블루스 라틴음악 민속음악 등 각종 음악이 짝을 맟춘다.

팔순으로 접어든 러시아의 전설적 연출가 류비모프가 만들었다. 10일 오후 7시, 11일 오후 오후 3시 30분 7시 의정부 예술의 극장 대극장(031)828-5847.


[연극]


■ 극단 반 '장렬의 발견'

극단 반(反)은 신예 연출가 박장렬이 만든 3편의 무대를 모아 ‘장렬의 발견’을 펼친다. 5월 9~19일 어느 주유소를 배경으로 신구간의 갈등과 사랑을 경쾌하게 그린 ‘희망주유소’로부터 시작한다.

23~6월 2일 ‘예외와 관습’은 브레히트 원작의 무대를 코미디 뮤지컬로 만들었다. 5월 5~9일 ‘어쨌든 그들의 속옷은 이 색이다’는 두 개의 거울을 이용, 관객에게 두 가지 공연을 동시에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무대에 작가가 등장, “우리 모두는 노 팬티 차림”이라는 말로 객석을 극 속으로 끌어들이는 수법이 참신하다.

실험 무대의 산실로 자부해 온 극장 혜화동1번지에서. 월~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일 오후 4시 30분(02)762-0810


[영화]


■ 위 워 솔저스

‘위 워 솔저스’는 1965년 11월 미국이 월남에서 치렀던 첫 전투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네이팜 탄속의 백병전, 파리목숨보다 못 한 양민의 모습, 처참한 전투 장면 등 월남전 하면 직결되는 볼거리들이 첨단 영화 기법의 도움으로 그럴싸하게 재현된다.

여기에 거물 배우 멜 깁슨까지 등장, 야전 지휘관으로 열연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볼거리나 미국식 애국주의보다는 참전자들의 의식 세계를 그려내는 데 치중한다.

살아남은 군인이 참전 병사들을 가리켜 “그들은 국가가 아니라, 서로를 위해 싸웠다”고 뇌까리는 대목은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5월 3일 개봉.


[전시회]


■ 인제의 신비전

사람의 몸속을 핏줄 하나하나까지 살펴본다. 스위스 독일 영국 일본 등 세계 90여개 도시에서 개최, 850만여 명이 관람했던 것으로 집계되는 화제의 전시회 ‘인체의 신비’전이 한국 순회 차례를 맞았다.

완전히 가죽을 벗겨 보존한 25구의 시체의 내부를 샅샅이 보여준다. 정상적인 장기와 병든 장기를 비교 전시하는 데 이르러서는 자신의 건강의 되돌아 보게 된다.

2003년 3월 2일까지 성균관대 옆 국립서울과학관 특별전시장(02)741-3913

입력시간 2002/05/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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