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금새우난

보석보다 아름다운 자생난초

요즈음 우리 꽃을 파는 가게에 가면 가장 눈길을 끄는 꽃이 있다. 노란 꽃잎이 밝고 아름다우며 역시 밝은 초록빛의 주름진 잎새 속에 다소곳이 꽃대를 올려 피어나는 금새우난.

화려하기 위해 온갖 치장을 한 서양의 그 어떤 원예종보다 돋보인다. 더욱이 금새우난은 남도의 숲속에서 막 푸르름이 시작되는 숲 속에서 피어나는 보석보다 아름다운 꽃이다.

금새우난은 이름에서 보듯이 야생의 난초이다. 동양난 특히 우리나라의 난초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양화에 나오는 쭉쭉 뻗은 잎새, 은은하고 수수한 꽃, 그 속에서의 기품을 생각한다. 심지어 나란히 맥을 가진 선형 식물이면 무조건 난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우리의 난초인 한란이나 보춘화(춘란)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불알꽃이나 해오라비난초 그리고 새우난 등은 잎의 모양이 긴 선형이 아니거나 꽃이 매우 화려하고 원색적이지만 이땅에 자라는 자생난초임에 틀림없다.

금새우난은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 섬 지방에서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이제는 조직배양 등의 기술로 어느 곳에서나 쉽게 사는 꽃이 되었지만 본래는 귀한 식물이다. 주름이 깊게 진 잎새가 두세장이 나오고 그 가운데에서 꽃대가 쭉 올라온다. 키는 무릎 높이쯤 된다. 잎은 상록성이지만 다음해 봄에 바뀐다.

꽃은 봄에 핀다. 자생지의 경우 4, 5월이 개화의 적기이지만 중부지방에서는 온실에서 키워 개화시기를 앞당기기도 한다. 꽃자루가 올라오고 여기에 줄줄이 꽃송이들이 달리는 데 한 열 개쯤 될까? 새우난이란 꽃도 있는데 다른 특성은 모두 금새우난과 같지만 꽃잎이 갈색과 백색, 연분홍 빛이 섞인 특별한 빛깔을 가지고 있다.

금새우난이라는 이름은 뿌리를 보면 마치 새우들처럼 마디가 있고(이 마디는 1년에 한마디씩 생긴다고 한다) 꽃이 노란색이어서 앞에 '금'자가 붙었다. 이 식물들의 속명은 카란데(Calanthe). 아름답다라는 뜻의 희랍어 카로스(calos)와 꽃이라는 뜻을 가진 안토스(anthos)의 합성어다. 아름다운 꽃의 대명사인 셈이다.

중요한 쓰임새는 당연히 관상용이다. 화분에 한아름 심어 키우면 그 어떤 화려한 서양란에 뒤지지 않을 만큼 멋지다. 따뜻한 곳이라면 화단에 심어도 좋다. 금새우난과 새우난을 교잡하여 다양한 꽃색을 만들어 낸 원예 품종들도 여럿 나와 있다.

새우난초류 만 모아 키우고 교잡하는 것인 취미인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사실 이 새우난초류에 대한 인기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대단하다. 두 종에서 나온 잡종들 사이에 특별한 것은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의 새우난 종류가 남채되어 컨테이너에 실려 일본으로 팔려간 일이 있었다고 한다. 수출했다고 좋아하면 큰 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팔려간 것들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원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 슬픈 일은 우리나라 일부 사람들이 일본 이름으로 품종명이 붙여진 이 것들을 다시 고가로 수집하여 키우고 있는 것이다. 미래 자원을 통째로 주고 이를 다시 고가에 사들여오는 경우와 똑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꽃 하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이 언제나 안타깝다. 금새우난은 아름다워 그 안타까움이 더 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사

입력시간 2002/05/03 16:33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