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104)] 인간은 왜 원숭이와 다른가

인간과 원숭이의 DNA(유전자)는 98.7%가 같다. 단 1.3%의 차이다. 이러한 높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원숭이는 왜 이토록 다른 것일까?

신체적인 특징은 물론이고 정신적 인 수준까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지금껏 그 이유에 대해서 어느 과학자도 속 시원한 해답을 내 놓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울프강 에나드 박사는 독특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 서 이에 대한 해답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지에서 뇌에서의 유전자 발현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인간과 원숭이의 모습과 지능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발현되는 정도(단백질을 만드는 정도 또는 작용하는 정도) 가 다르면 눈에 보이는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에나드 박사는 진화학적으로 인간의 조상이라고 해석되는 침팬지, 짧은 꼬리 원숭이, 오랑우탄 등의 간과 뇌, 혈액의 유전자 발현을 인간과 비교했다. 그 결과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 발현 수준이 가장 유사했고 오랑우탄과 가장 달랐다.

이 결과는 인간이 800-1,200만 년 전에 오랑우탄으로부터 갈라졌고 침팬지와 인간은 500만년 전에 갈라졌다는 다른 유전적 연구 및 화석증거와도 일치한다(물론 진화론적 입장의 해석이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침팬지에 더 가까운 유전자 발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진화론적 입장에서 보면, 개인마다 진화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묘한 여운을 남긴 것이다..

뇌만 본다면 인간의 유전자 발현의 수준은 침팬지와 짧은 꼬리 원숭이에 비해 현격하게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이 유전자의 발현에 의해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 했다고 한다. 이 결과에 대해 에나드 박사는 뇌의 유전자의 발현 속도를 빨리함으로써 진화의 과정에서 침팬지와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 연구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구대상으로 한 동물이 몇 살이며 또 어떤 환 경에서 자랐는지에 대한 조사가 미비하고 그리고 같은 무리 내에서는 어떤 차이를 보이는 지에 대한 부가적인 연구가 없다는 치명적인 허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결과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침팬지의 세계에도 인간처럼 나름대로의 문화가 있다고 한다. 다른 동물은 냄새나 소리에 주로 의존하지만 침팬지는 서로 얼굴을 구분하는 능력이 있다.

특히 인간이 사회나 거주지역 등에 따라서 독특한 기술과 음식, 패션이 있는 것처럼 침팬지도 그룹에 따라서 독특한 울부짖음이 있고 개미를 모으는 방법이 다르며 밤을 까고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한다.

침팬지 박사인 제인 굳올 박사는 침팬지는 최소한 39가지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동물보다 침팬지가 인간과 가깝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이러한 수준의 유사성으로는 인간과 침팬지의 그 높은 유전적 유사성을 설명하기에 는 역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론처럼 뇌에서의 유전자 발현의 정도와 속도가 그 해답 이라고 생각하기에도 뭔가 석연치 않다.

그러면 도대체 그 정답은 무엇인가? 혹 1.3%의 유 전적 차이가 하늘과 땅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유전적 유사성으로 진화의 유사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 약한 일은 아닐까?

엄청난 차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 동시에 전혀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1.3%라는 차이. 어쩌면 그 해답이 진화론의 승패를 좌우할 진정한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입력시간 2002/05/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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